박영옥/주식농부 스마트인컵 대표의 강자독식을 차단하는 경제민주화

 

 

2012년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대선과 맞물려 있는 경제민주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년에도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있는 줄도 몰랐던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은 양극화에 대한 불만에 재벌 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입이 겹쳐지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도 재벌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재벌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는 정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세계의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해야 할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장악하는 데 맛을 들이면 결국 전체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기업의 운명은 불 보듯 빤하다.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재벌 총수를 중심으로 한 불합리한 지배구조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또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골목상권 진입, 일감 몰아주기 등을 막는 것도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재벌의 경제 권력을 견제하는 것만이 경제민주화의 전부는 아니다.

대기업처럼 영향력의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중소기업의 대주주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기업 이익 중 자신의 몫 이상을 과다하게 차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기업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중요시하기도 한다. 대주주의 소액주주에 대한 경제 권력의 남용이다. 이럴 때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소액주주들이지만 우리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와중에 기업의 저축은 대폭 늘어났다. 2004년 말 우리나라의 가계저축 비중은 23.8%였고 기업저축 비중은 46.7%였던 것이 2011년 말에는 각각 13.4%, 62.8%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진 원인도 없지 않지만 기업들이 유보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배당금 지급을 통해 순환되어야 할 자금이 기업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행태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와 감사제도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유명무실화되어 있는 견제 제도를 변화시켜야 하며 과도한 유보금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10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총 300주의 의결권을 갖게 되며 이 모두를 한 명의 이사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 각각의 후보에게 100주의 의결권만 가질 때는 대주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므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98년에 도입되었으나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되었다. 실제로 100대 기업 중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단 4곳뿐이라고 한다.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집중투표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제대로 공약을 실천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유보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는 행태는 적정유보초과세의 도입으로 견제할 수 있다. 기업 이익에서 투자나 법정준비금, 차입금 등 소요자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배당하라는 취지의 제도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초과된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기업들이 과도한 유보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가 방치될 경우 호시탐탐 기업의 자산을 빼돌리거나 사업기회의 유용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기업 이익을 독식하려는 시도를 반복하게 된다. 반면 적정한 배당을 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장기투자를 하게 되고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이와 더불어 상장회사 주가가 순자산가치 이하일 경우에는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납부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활용해 의결권의 위임을 손쉽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나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전략을 실행해 승리한 기업과 개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승자독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승자독식은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승자독식을 넘어 강자독식 현상이 지배적인 것 같다. 강한 경제력을 가진 집단 혹은 개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를 챙겨간다. 이와 같은 현상을 막는 것이 경제에서의 민주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영옥/주식농부 스마트인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