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23쪽짜리 반성문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23쪽짜리 반성문
"정유株 상투에 매입…어리석었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해 투자가 어리석었다고 고백했다. 

버핏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23쪽짜리 연례 서한에서 "2008년 어리석은 투자가 있었다"며 특히 국제 유가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 정유업체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사례를 반성했다. 

이와 함께 버핏은 "올해 내내 미국 경제가 비틀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증시 등락 여부는 이와 별도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전하며 주가 전망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버핏은 매년 이맘때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경기 현황과 투자 방향 등을 예고하고 있다. 

◆ 버핏도 투자 실패 인정 = 

버핏은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거의 최고점에 달했을 때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을 단적인 사례로 들며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자인했다. 

버핏은 "에너지 가격이 이처럼 극적으로 떨어질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유가가 반등해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지금까지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전했다. 

버핏은 또 2억4400만달러를 들여 아일랜드 은행 2곳을 인수한 것도 실패라고 인정했다. 두 곳의 현재 시장가치는 2700만달러로 폭락해 손실률이 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상품 투자에서도 수십억 달러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의 주당 장부가치는 9.6% 하락해 1965년 버핏이 운용에 나선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 올해 투자 포인트는 = 

버핏은 "주택시장 호황기의 부주의한 대출에 따른 금융권 손실로 올해 경제는 줄곧 비틀댈 것"이라며 "이로 인해 과거에 비해 휠씬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버핏은 미국 정부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들을 언급하면서 "과거에는 컵 단위로 조제됐던 경제 처방이 최근에는 배럴 단위로 조제되고 있다"면서 "이처럼 엄청난 투약량은 반갑지 않은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후유증의 한 예로 지속적 물가 상승 가능성을 지적했다. 

버핏은 안전자산에 대한 지나친 투자 쏠림현상도 경계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이 국채 등 안전자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버핏은 또 "가격이 낮을 때 질 좋은 제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격적 투자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포스코 지분 5.2%로 늘려 =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말 포스코 지분을 전년 대비 0.7%포인트 늘려 5.2%로 높였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은 지난해 말 395만주로 1년 전 349만주보다 50만주 가까이 더 늘어났다.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는 가격이 떨어질 때 양질의 상품을 구매하기 좋아한다"며 포스코 주가가 최근 하락했지만 결국 반등할 것임을 시사했다. 

포스코 주가는 2007년 10월 72만원대까지 가기도 했으나 현재는 31만5000원(2월 28일 종가 기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버핏은 지금까지 포스코 투자가 성공적이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포스코 투자금액이 7억6800만달러지만 지난해 말 시장 평가액을 11억9000만달러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