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위기가 시장을 바꾼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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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보 통신 교통의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한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에 살고 있다.
역사상 초유의 전 지구적 금융대란으로 기록된 재작년의 리먼 사태는 그 시스템의 실체를 증거하고 있는데.
저 광범위한 위기의 처방전과 회복과정 또한 전지구적인 강력한 공조체제에 의한 시스템이었다.

 

미래에 도래할 예측불가의 전 지구적인 위험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인류가 진화를 하는 것은 위협에 노출된 과거의 역사적 펙트에서 만들어진 강력한 백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남짓 지루하게 전개되던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결정적으로 앞당긴 것은 B-29에서 투하된 단 두 발의 폭탄이었다.
저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핵무기의 등장은 3차 세계대전의 발발 가능성 조차 금기로 여기게 만들었는데.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그것보다 몇백배 강력해진 현재의 핵은 결과적으로 지구상에서의
세계대전은 곧 '인류의 공멸'을 의미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뼛속깊이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의 눈부신 진화는 전쟁까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리먼 사태의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제공조 처방전'으로 만들어진 백신은 아인쉬타인의 '핵 억지력'과 닮아 있다.
더이상의 리먼 사태와 같은 발발은 지구촌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며 이는 곧 지구촌 경제의 공멸을 의미한다.

 


 

리먼 케이스스터디와 유럽발 리스크

이번 그리스 사태는 리먼의 그것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리먼 사태는 파생상품규모에 근거한 서브프라임의 손실 규모가 워낙 광범위해서 예측이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전세계 모든 은행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의 피해 범위는 그리스에 투자한 은행과 채권은행에 한정되있었다는 점,
그리고 피해규모 역시 투명한 투자 내역에서 명확히 산출 가능했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애초부터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었던 리먼에 비해 몇 발의 싱거운 총성이 오가는 소규모 국지전에 불과한 규모이다.
이와같은 근본적인 차이점은 그리스 사태가 리먼과 같은 금융대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희박함을 말하는 일차적 단서이다.
그럼에도, 서울시 인구에 불과한 산업인프라도 매우 취약한 쬐그만 나라가
유럽은 물론 인구 30배를 넘는 팍스 아메리카를 포함한 글로벌 궤적을 어떻게 저토록 뒤흔들 수 있었던 것일까.

 

요약하자면,
그리스는 유럽연합으로 묶인 유로존 소속국이므로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곧 유럽전체의 문제로 인식된 것인데.
이는 애초에 그리스에 투자한 은행과 채권은행이 만약 경우 그리스 부도 사태에서, 유로화를 채무보증으로 담보하고 있는
유럽연합 전체의 신용이 전제되고 있다는 측면이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구촌 경제의 3분지 1의 섹터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큰 국가의 신용문제가 거론된다는 것은 말할나위 없는 불확실성이다.
때문에 저 공포의 리먼케이스의 악령이 오버랩된 채 글로벌 궤적을 팼던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완벽한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던 아인쉬타인의 핵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강력한 '평화'을 창출했다.
마찬가지로, 재작년 지구를 끝장낼 것 같았던 리먼 사태 또한 '공조시스템'의 스터디케이스를 거치며
지구촌의 크고 작은 문제에 강력한 항균능력을 보이는 동시에 뛰어난 위기 억지력을 지닌 백신으로 거듭났다.


지난 주말과 금주 초에 그리스 문제는 예상된 방향으로 일단의 타결을지었다.
EU창립이래 처음 겪는 일인지라 각개행동을 보여 온 유럽연합이 종전과는 달리 ECB, IMF 차원에서의
가능한 모든 차원의 지원 수단을 동원한데다가 국채매입과 같은 강도높은 해결책까지 내놓으며
유럽연합 스스로의 문제해결 의지를 통합의 차원에서 이끌어 냈다.
이는 곧 그리스 사태로 빚어진 현상의 이면에 도사린 국제 결재시스템으로서의 유로화에 대한 신용을 방어해 낸 것이다.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번 그리스로 벌어진 틈을 파고든 미 헤지자본의 집요한 공격에서
지난 금융위기를 기회로 겨우 싹을 틔워낸 달러화 대비 유로의 헤게모니를 대부분 토해 낸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이는 마땅히 평가받아야 한다.

 

물론, 위와같이 강구된 해결책의 의결로 그리스 발 유럽 재정위기 해결과 기축통화로써의 헤게모니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EU와 국제금융기구가 힘을 합친 해결책은 이제 막 의사결정의 확인 단계에서 출발선을 긋고 있는 단계이다.
포르투칼, 스페인이 그리스와 동병상련으로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있고, 이탈리아와의 형평성은 풀어야 할 현실적인 숙제이다.
더구나 특유의 합리적 자유주의 사상에 젖어 만연해진 모럴헤저드 풍토는 유럽문제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그와같은 산적한 숙제들은 유로존을 포함한 지구촌 궤적이 상당기간 인내해야 할 것임을 말해주는 단서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사상 최대의 모럴헤저드 스캔들인 리먼 사태의 케이스스터디의 기록에서 자본의 놀라운 변신술을 읽어내야 한다.
일단의 성공을 거뒀다고는 하지만, 리먼의 케이스스터디란 것도 결국은 무너진 버블에 더해 새로운 버블을 세운 기록이고,
또한 옷을 바꿔입고 언제든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좀 더 복잡하게 진화된 금융 모럴헤저드를 잉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인류가 시장자본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본의 네거티브 속성이다.


리먼으로 터뜨려져 나락으로 꺼진 종전의 자본의 버블은 모양이야 어떻든 좀더 새로운 재료의 버블로 채워지고 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이전의 신자유주의를 해체하고 30년대의 케인즈를 살려내는 시스템의 변이과정이 있었으며,
일단의 수습국면 후 미국식 시장자본주의에서 모럴헤저드를 자행해 온 금융레버리지에 정조대가 채워졌다.
리먼의 케이스스터디는 살아있는 생물계의 그것처럼 자본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변이의 과정을 거친 기록이며,
동시에 신자유주의 이후 시장선택을 통해 실험되고 누적된 미국식 자본주의의 합리적 진화체이다.
물론 현단계 실험되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진화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만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또한 선험된 리먼 케이스스터디의 그늘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이번만은 아니라고 대세하락으로의 추세 반전을 확신하며 우길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리먼의 케이스스터디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리먼 스터디케이스에는 작년 위기회복 중 첫번째 회의의 시기였던 5월~7월 중순, 두번째 시기였던 9월말~11월말,
세번째 시기였던 1월말~2월초의 글로벌 궤적이, 그리고 현재 수습중인 5월의 위기가 들어있다.

위 총 4번의 위기에서 3번의 시기는 공히 미국의 국채발행 시기에 맞물린 미국의 폭압적 헤게모니에 관련된 위기였으며,
얼마전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7거래일간의 짧은 기간에서 발생한 네번째 위기는 알다시피 유럽발 리스크였다.
앞서 3번의 궤적과는 달리,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굵고 짧게 패인 글로벌 궤적의 네번째 상흔은
하룻빛이 다른 지구촌의 건강한 회복세에서 의도되지 않은 리스크를 시장은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는 가를 보여줬는데,
이는 글로벌 궤적이 꾸준히 우상향을 그려 온 바탕은 크고 작음의 크기에 상관없이 돌출된 리스크 보다는,
결국 경기회복이라는 큰 틀의 펀더멘탈에 신뢰를 보이며 반응해왔음을 단적으로 증거한다.

 

 

코스피의 단기적 전망 - 불확실성의 부분적 해소로 상쇄된 리스크
장이 어지러울때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는 불확실성의 극단적인 회피이다.
언급한대로 몇가지 네거티브 요인을 그대로 덮어 봉합된 그리스 발 리스크의 불씨를 잡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3거래일 간 그리스 리스크를 해소할 일단의 강력한 조치와 스페인의 자구안으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기세상 수직 낙하한 글로벌 궤적은 반납한 만큼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결과는 반등을 모색하는 수준였는데.
당분간 글로벌 기상도는 완전히 걷히지 않은 불확실한 구름이 혼재하는 형국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과거 리먼의 스타디케이스의 기록이 그랬듯이 현재와 이전 고점의 어딘가를 부단히 부유하는
다소 지루한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의 지원책 강구로 일시적 반등의 움직임을 보이던 유로화가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고,
최소한 그리스에 예약된 규모만큼 확대될 유로존의 대대적인 양적완화조치가 예상되는 인플레의 헷지수요를 불러들여
금가격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데, 이는 잔존하는 시장의 불확실성를 반영한 안전자산의 갑옷을
아직은 벗지 않으려는 시장참여자의 방어적 심리를 나타낸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 이틀 간 약 보합이나마 매수를 보이던 외인이 금일 코스피에서 2천억 매도우위로 다시금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글로벌 시장의 무드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지난 이틀 간 개선될 조짐을 보이던 불확실의 무드가 크게 나아지지 않자,
그리스 사태 해결 기미에 반신반의 하던 유럽계 잔존 자금이 마음먹고 서둘러 빠져나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이후 외인의 매수세가 궁금하다.. 서서히 마르다가 실종되는 것일까?
그리스 발 위기가 최대치로 고조될 무렵 외인은 3거래일 간 무려 2조 2천억을 팔아치우며 빠져나갔다.
그랬던 외인이 지난 이틀 간 약보합을 보인 것은 단순히 옵션 만기일을 겨냥한 인위적 포석이었을까?
주초부터 어제까지 글로벌 불확실성의 무드가 유럽발 타결책에 힘입어 훈풍이 불었던 점을 주목해 보자.
그러니까 속단은 이르다는 것이다. 외인의 컴백은 유럽발 리스크의 수습 과정처럼 예정된 수순이다.
거기다 유럽발 위기에 기인한 유럽발 양적완화조치로 종전보다 불어날 유동성은 덤으로 여겨야 할 것.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좀처럼 않는 튼튼한 투심과 약간의 인내할 시간이다.
유럽발 악재에 의한 이번 조정은 지난 1~2월의 그것보다 훨씬 깊없지만, 더 짧을 것인데
지난 궤적은 결국 경기회복이라는 큰 틀의 펀더멘탈에 수렴됐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럽발 위기가 시장을 바꾼 것은 없다 - 여전히 양극화의 추세대응 무드
얼마전 독주를 거듭하며 빈익빈 부익부 장세를 연출했던 기존 주도주의 장은 때마침 유럽 리스크를 고스란히 받았다.
가뜩이나 고점에서 숨을 헐떡이던 주도주군이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간발의 시차를 두고 유럽리스크와 조우한 것이다.
어떻든, 유럽리스크가 잦아든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기존 주도주는 회복세를 보이며 시동을 거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기존 주도군 추세의 종목장세에 타겟팅된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


재차 상승탄력을 회복하고 있는 반도체 및 자동차주에 대해서는 지수의 추가상승 가능성을 겨냥한 분할매수 전략이 좋을 것인데,
최근 7거래일 간에 집중된 낙폭으로 눈높이로 낙하한 싼 가격을 사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가격부담을 감수해서라도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동 종목의 옐로우칩즐을 기회있을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것이 소외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기존 주도주 이외의 포트로 고려할 종목군은 추격 매수의 부담이 있더라도 잘 선별된 항공 해운 등 운송업종이 유효해 보인다.
 
한편, 그동안 국내 금리인상 우려의 확산으로 낙폭이 확대되면서 철저히 소외당한 데다가,
금융리스크에 취약한 특성상 유럽발 직격탄에 지지선이 하얗게 지워져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는
최대 낙폭과대주 건설주에 대한 선취매는 시기상으로 고려해 볼 시점으로 여겨진다.
하루빛 달라지는 경기회복세에서 경기팽창을 겨냥한 빵빵한 보험이어도 좋지만, 의외로 그 이상의 기쁨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 조선, 증권 등 기존 소외 그룹들은 관심은 갖되 매수로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런 여건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들 장기 소외의 가능성이 있는 종목군은 그야말로 완전한 추세 회복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PS : 덧붙이는 말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이해할 때 다음의 두 가지 오류에 쉽게 노출된다.
1. 발생한 결과 이외의 다른 결과는 어차피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2. 발생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범하는 이러한 인지적 오류는 인지심리학자 바루크 피시호프에 의해 처음 증명되었다.
그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은 처음부터 어떤 사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과잉확신하는 경향과
그 때문에 당연히 놀라워해야 할 예외적인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를 후견지명효과 또는 과잉확신편향(hindsight basis)라고 한다.

 

과잉확신은 인간에게서만 일어나는 큰 특징 중의 하나이므로
시황은 결과적으로 시장 참여자의 방향성에 관한 과잉확신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때문에, 한 인격체의 온전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성된 결과물이 과잉확신의 오류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시황의 질을 평가하는 작업은 인격을 비껴가는 한 전혀 다른 별개의 차원으로 해석해야 할 문제이다.
작년 10월 이후 쟈끄리느는 순수한 의도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시황을 평가하는 것을 중단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내 필명이 익숙한 누군가의 글에서 더이상 발견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이 곳에서 누군가를 처단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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