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앞에서 보리는 끝내 잡곡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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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앞에서 보리는 끝내 잡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지 허기진 자의 뒤주 속에 있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외수

 

 

A챠트는 코스피가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노심초사 희망을 노래해 온 1년 3개월의 여정이다.
B챠트는 상존하는 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저 희망의 여정이 겪었던 숱한 우여곡절을 몇개의 큰 묶음으로 요약한 것이다.
C챠트는 지난 코스피의 궤적의 연장선상에 이후 전개될 코스피의 예상 진로를 추측한 픽션의 그림이다. 

 

 

B챠트 요약 - 4번의 절망에서 피워올린 3개의 희망봉 
작년 3월부터 6월 4일 현재까지 1년 4개월 간 코스피의 4번의 큰 상흔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번째는 작년 5월 4일부터 7월 14일까지 50거래일 간 1,400 이쪽저쪽을 두달여 동안 횡보했던 구간으로
이 지루한 횡보구간에서 최고점(1,435)과 최저점(1,360)의 차이는 고작 75였는데 유달리 더블딥과 폭락의 뷰가 난무하던 시기였다.
마침내 7월14일을 두달간의 횡보를 끝낸 코스피는 이후 15거래일 간 186포인트를 달아나는 것을 시작으로 9월 22일까지,
총 50거래일 간 무려 333포인트나 달아나며 이틀이 멀다하고 줄기차게 전 고점을 갱신해 나갔다.

 
두번째는 작년 9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47거래일 간 1,711에서 1,524까지 깊은 조정을 받은 구간으로
이 기간 코스피는 187포인트를 잃었는데, 이후 36거래일 간 198포인트를 회복하며 전 고점(1,722)마져 갱신했다.
이 기간 역시 더블딥, 대세하락의 공포와 패닉이 도배되던 시기였다.

   
세번째는 1월 21일부터 2월 8일까지 12거래일 간 1,722에서 1,522까지의 굵고 짧은 조정 구간으로
이 짧은 기간에 코스피는 200포인트나 잃었고, 이후 53거래일 간 205포인트를 되찾으며 역시 전고점(1,752)을 갈아치웠다.
이 기간 역시 더블딥, 대세하락 등 이전과 별반 다를 것도 없는 레퍼토리의 식상한 공포와 패닉이 리바리벌된 시기였다.  


네번째는 금년 4월 27일부터 5월 25일까지 19거래일 간 1,752에서 1,560까지의 구간으로
이 기간 코스피는 192포인트를 잃은 후 이후 7거래일 간 104포인트를 빠르게 회복하며 극적인 반등을 이끌어 냈다.
이 기간 역시 시도때도 없이 근거없는 폭락의 메시지가 넘쳐났고 더블딥의 예고편이 하루가 멀다하고 방영된 시기였다.
5월 25일을 마지막 저점으로 7거래일 간 104포인트를 회복한 현 시점을 '반등'을 불러야 할지, 상승으로 턴하는 시그널로
여겨야할지는 결국 지나봐야 아는 것이지만, 진행되는 추세상 상승으로 재차 턴하는 시그널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이다.
이 네번째 구간은 금년 1월~2월에 수면위로 드러난 그리스 발 재정위기가 지구촌 궤적을 짧고 굵게 팼던 세번째 구간이
서둘러 봉합된 이후 남유럽 재정위기로 재차 확대 재생산된 구간이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재정위기에 이어 헝가리 디폴드까지.. 이 참에 악재가 첩첩이 쌓이고 있는 장면인데.
예컨데, 잊혀질만하면 재차 불거지는 저 오리무중의 유럽 리스크로 네번째 구간의 끝은 어딘지는 모른다가 답일 것이나,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해결이 모색되는 상황에서 재차 이전 저점을 확인하러 갈 가능성은 훨씬 제한적이다.
G20에서 유럽 리스크를 국제공조의 차원으로 다루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이는 시간문제이다.
지구촌 경제가 이만큼 회복된 시점에서 디폴트라는 단어는 무척 생소하기까지 하기까지 한데, 의도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작년 여름 영국의 부도설과 동유럽 중소국가들의 연쇄 디폴트 설이 한동안 떠돌았는데 결과는 어땟는가.
얼마전의 패닉이 하향안정의 국면으로 전환된 글로벌 무드에서 헝가리 디폴드 가능성은 하루이틀짜리 영향력이면 족하다.

     
B챠트에서 작년 5월에서 7월까지의 횡보구간을 끝내고 한단계 레벨업 되는 지구촌 궤적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현단계 네번째 구간이 결말이 나는 시점이 지구촌 궤적을 포함한 코스피에 2차 레벨업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리먼 이후 최대 규모의 리스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더할나위 없는 향후 탄탄대로의 호재이기 때문이다. 

 

 

B챠트의 교훈  - 일년 농사는 하루 아침에 지어지지 않는다
B챠트에는 모내기를 언제했어야 했는지를, 그리고 만일 모내기를 놓쳤다면 벼농사는 늦었더라도,
고추와 배추라도 심어 작으나마 수확의 기쁨을 누렸어야 했는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척박한 기후를 미리 겁내고 벼농사를 망칠까봐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면, 고추와 배추는 왜 아니겠는가.
살아가는 내내 죽음을 염려하고 두려워하며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삶의 현실은 기쁨보다 슬픔이 다반사이며, 행복보다 불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삶 자체는 원래 아프고 어두운 것이며, 그러므로 삶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응시하는 일이다.
선천적 낙관과 비관의 차이는 투자에서 뿐만아니라 삶의 질에서 하늘과 땅 차이이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였다
B챠트에 각각 4번의 고점과 4번의 저점이 있다.
저 챠트에서 가장 단순하고도 이상적인 투자는 전 고점을 돌파하면 팔고, 전 저점 근처에서 다시 사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간 흔적을 놓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전 고점과 전 저점을 완벽히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저 큰 흐름의 궤적은 적어도 이전 고점과 이전 저점의 상관관계가 갖는 투자의 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전 고점을 돌파했을 경우, 50%를 현금화하고, 이전 저점 근처에서 다시 50%를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만약 전 고점을 돌파하고도 더 간다면 좀더 비싸게 사면되고, 전 저점을 더 깨고 내려간다면 로스컷을 단행하면 된다.
시장을 자주 들여다 볼 시간이 있는 투자자라면 전고와 전저의 간격을 좀더 세분화해서 25%씩 잘게 공략할 수도 있다.


저 전고와 전저가 형성하는 밴드 내에서 기계적으로 대응한다면 대세 상승이든 대세 하락이든
크게 개의할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궤적에 대해 우상향의 확신을 갖고 있다면 레버리지를 최대한 구사할 수 있으므로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하루하루 움직임에 일희일비 부화뇌동 하는 자신을 돌아보라.
일년 농사는 커녕 일주일 농사도 하루만에 해치우려는 조급함은 설익은 시장안목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다.
시장에 대한 안목과 매매기준은 형편없을지라도, 좀체로 잘 움직이지 않는 미련한 투자자가 리스크에 훨씬 안전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시류에 따라 전고와 전저를 끊임없이 생성하는 디테일한 궤적을 쫓는 매매기준이 아니라,
현상의 작은 흐름에 일희일비 부화뇌동하지 않고 결정적인 시기에 큰 그림을 따르는 분명한 자기 확신과 중심이다.
통계적으로 선천적 비관은 전자에 해당되고, 선천적 낙관은 후자에 해당된다.
시장은 합리적 낙관이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쌀 앞에서 보리는 끝내 잡곡일 수 밖에 없다.

 

 

칼 막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의 교훈
막스와 레닌을 20자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막스는 실패한 이론가, 레닌은 실패한 혁명가이다.

 

막스는 인간의 유토피아를 그려냈고, 레닌은 막스의 이상향을 현실에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체와 같이 진화하는 자본주의의 혁신과 변이의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간과했다.  
리먼식 금융레버리지가 제 무게를 못이겨 공중분해 된 금융위기, 그리고 리먼이 잉태한 현단계 유로존의 위기는
금융공학과 금융레버리지의 산실로 요약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한계는 또다른 혁신과 변이의 핑계일 뿐이다.
리먼으로 촉발된 위기는 써프페미리의 신자유주의에 케인즈를 결합한 듣보잡의 수퍼박테리아를 창출해냈다.
역사상 한계에 봉착한 자본주의는 예외없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변이로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왔는데,
바로 그러한 강력한 변이의 결과가 시장선택을 통해 누적되고 증폭되는 과정을 통해 미국식 자본주의는 또다시 진화할 것이다.

 

예측 불가였던 리먼과 예측 가능한 유럽 리스크는 피해 규모와 회복기간은 근본부터 다르다.
반쯤은 강 건너 온 유럽 리스크는 더이상 헤게모니의 대결이 아닌 합리적 시장선택에 무릎을 꿇을 것인데,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 불거진 문제는 진화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버터플라이이펙트에서 파생된 네거티브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유럽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면 이제 지구촌 궤적을 묶어놓을 큰 요인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유럽 건만 해결된다면, 작년 7월 이후 두번째로 제 2차 지구촌 궤적의 레벨업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인데,
아마도 장장 8개월이나 계속된 지긋지긋한 마의 1,700대에 종지부를 찍을 만큼일 것으로 예상한다.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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