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핀의 딜레마 (2)

'

작년 7월 쟈끄리느는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에 관한 글을 다룬 바 있다.
지구촌에 미국의 "트리핀의 달레마"가 존재하는 한 지구촌 궤적은 결국 우상향을 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추론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구촌은 미국의 트리핀의 딜레마에 쓰여진 각본대로 달러 윤전기를 돌려 금융위기로 부터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고,
한술 더 떠 넘쳐나는 달러로 금융위기 따위는 까마득히 잊은 치매로 다시금 허황된 장미빛 꿈을 꾸기 시작했다.


최근 지구촌 궤적은 일본 대지진 이후 뚜렷한 악재도 호재도 없는 가운데'
맏형 팍스아메리카의 고질적 지병인 재정적자 문제가 뜬금없이 불거져 갈피없이 오리무중으로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심지어 한계에 봉착한 것처럼 보이는 미 재정적자의 알고리즘이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는 "8월 디폴트 위기설"까지도 돌면서,
현상이 실체를 지배하는 불확실한 시장심리가 팽배하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견 어려워 보이는 현 장면의 연출 주체인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 그리고 미국식 시장자본주의의 영원한 챗바퀴
"트리핀의 딜레마"를 복기해 보고, 과연 향후 시장은 또 어떻게 흐를 것인가를 통찰해 보도록 하자.

 

 

 

미국식 시장자본주의 역사, 트리핀의 딜레마 (Triffin’s dilemma)
트리핀 딜레마는 재정적자의 누적으로 성장해 온 미국 경제의 역설을 적나라 하게 보여준다.
1950년대 중반부터 미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미 의회는 이 심각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적자가 누적된 상태에서 미 경제가 얼마나 버틸지,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설 경우 누가 국제 유동성을 공급하느냐였다.
당시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이 미 의회 연설에서 이 문제에 관해 증언했는데,
미국이 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지구촌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지만, 그러나
적자 상태가 지속되어 미 달러가 공급과잉이 되면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기축통화국 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가 저하되고, 따라서
결국은 고정환율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했는데, 당시 고정환율제의 붕괴는 곧 달라의 휴지화를 의미하며 기축통화로서의 파국을 의미한다.
(준비자산은 당시의 브렌튼우즈체제의 부속물인 IMF의 'SDR- 국제유동성인출권리'으로, 한국이 1997년 반강제적으로 쓴 바 있음.)


그와같이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한마디로 문제해결 방법이 없다는 의미에서‘트리핀의 딜레마'가 생겨났다.
이후 트리핀 교수는 미국이 결국 누적되는 경상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새로운 국제 유동성을 창출할 수 밖에 없을거라는
임시방편의 불가피한 해결책을 예측했는데.
미국이 1960년 후반까지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 지속되며 개선의 여지가 묘연해지자,
마침내 1971년, 닉슨의 이른바 '닉슨쇼크'로 명명된 금태환금지선언으로 달러 윤전기의 고속화 시대를 활짝 열게된다.
더이상 중앙은행의 금고 보유분에 얽매이지 않는 달러의 발권력은 기축통화의 패권을 무기삼아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트리핀 교수의 딜레마를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던 국제 유동성 창출은 트리핀 교수의 예측대로 그렇게 시작된 것.
이후 미국은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국채발행으로 메우고, 따라서 발행된 채권 만큼의 달러를 찍어낼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결과적으로 지구촌은 국제 유동성 공급 과잉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금융버블의 탄생 배경이 되었으며,
이렇게 빚으로 성장을 구가하는 미 경제의 역설이 만든 풍부한 국제 유동성은 선진국 이머징 가릴 것 없이
지구촌 전체의 외형적 경제 성장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와같은 미국의 빚잔치에 의한 지구촌 경제의 과도한 성장은 특히 1987년부터 2007년의 20년에 걸쳐 집중됐는데,
미 중앙은행(FRB)이 지구촌 경기 사이클을 좌지우지 하며 통제하고 제압하는 형태의 이른바 '골디락스 시대'의 구가가 그것이다.
골디락스는 미의 만성적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점을 통화팽창의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하려는 FRB의 소모적 팽창정책의 결과물인 것.
무려 20년에 걸친 지구촌의 저 전방위적인 경이적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절묘하게 억제되었던 골디락스의 이면에는
FRB의 과도한 팽창정책에 근거한 신용의 무한 공급이 있었던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집중된 저금리의 골디락스 시대에서 자산가격 상승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 지구촌에 마치 경제성장이 무한할 것 같은 지배적인 소득 착시효과를 일으켰는데,
이러한 악순환은 과대 소비, 과다신용에 의한 부동산 대출, 그리고 과도한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순환적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하지만 한정된 지구촌의 실물경제에서 유효수요 또한 시스템적 한계가 있는 것.
마침내 2007년을 기점으로 유동성에 근거한 신용팽창의 버블 붕괴에 이은 자산 버블의 붕괴가 뒤따르면서
흥청망청 젖과 꿀이 흐르던 골디락스의 시대는 2008년 금융위기로 종말을 맞았다.


미국의 빚잔치가 불러 온 2008년 금융위기의 좀 더 디테일한 펙트는 이렇다.
골디락스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무렵, 중국산 제품의 가격 인상이 미 경제의 인플레이션 억제의 한계를 시험하였으며,
이 무렵부터 미 정부는 이자율을 올리는 고육책을 시작했는데, 2005년 과거 1% 대의 이자율이 3.22%로 상승하였고,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4.97%, 5.02%로 더욱 치솟았다.
이자율의 급상승은 신용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인 신용이 낮은 쪽, 즉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비우량주택담보층을 타격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주도하고 부풀린 금융권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마침내 골디락스의 버블은 막장에 몰리게 되었고,
이자율이 최고조에 달한 2007년 초부터 초읽기에 몰린 저 버블은 2008년 결국 대 폭발을 일으키며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로 2008년 리먼 발 금융위기를‘비우량 주택담보대출위기(subprime mortgage crisis)’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전히 트리핀의 딜레마가 지배할 향후 지구촌 궤적
트리핀의 딜레마의 유일한 해결책인 트리핀의 '새로운 국제유동성 창출 = 버블'의 끝은 결국 파국이었다.
미국 발 트리핀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려 50년을 허비한 지구촌은 이제 막 또다시 트리핀의 딜레마 앞에 서 있다.
우리는 또다시 다음과 같은 간단한 등식으로 요약된 두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
미 경상수지 흑자→ 수출대비 수입감소 효과로 달러 유동성 감소→ 대미수출국 경상수지 악화→ 지구촌 경제 위축.
미 경상수지 적자→ 달러 유동성 증가→ 달러화 과잉공급→ 달러 가치하락→ 기축통화 신뢰도 저하→ 달러중심 통화체제 붕괴위험.
모 아니면 도의 저 트리핀 딜레마의 두가지 결론은 미 달러가 지구촌 기축통화인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숙명이다.


현단계 미국은 물론 지구촌 경제는 저 두가지 결론의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보이고 있다.
지구촌의 궤적 또한 그 어느쪽도 받아들이기 싫은 두가지의 결론의 중간값 어디쯤에서 갈피가 흔들리는 모습인데,
저 팍스아메리카의 애매모호한 달러 헤게모니의 불확실성이 현단계 오리무중으로 갈팡질팡 하는 있는 이유의 근원이다.
상방을 뚫고 나가기도, 그렇다고 하방으로 직행하는 것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장면에서 상하방 모두의 경직을 보이는 것.

 


그렇다면, 대체 지구촌은 향후 어떤 궤적을 그려 갈 것인가
얼마전 중동과 일본의 악재가 일단의 수습국면을 보이면서 시장이 잠시나마 평화를 되찾은 모습이었는데.
최근 호사다마로 껴들어 찬물을 끼얹는 미국발 해묵은 악재로 시장은 다시한번 죽는 시늉을 하고 있는 장면으로 보인다.
어제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의 회의록 공개로 미 연준위가 출구전략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당장 다음달에 FRB의 6000억달러 국채매입프로그램이 종료된다는 두가지 사실은  아직은 온전한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현단계 팍스아메리카의 아이덴티티를, 따라서 금리의 이해득실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장면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무드의 증폭이
불확실한 시장심리를 더욱 흔들고 있다. 
닥쳐봐야 알겠지만, FRB가 6월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자재 시장과 주식시장은 종잡을 수 없이 변동폭이 커지고 있는데,
반대급부의 안전자산 채권에 매기가 쏠리면서 롱텀을 제외한 단기자금의 이탈로 매수 실세가 실종된 코스피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헤쳐 온 미국의 역할을 알고 있듯이,
미국의 트리핀의 딜레마가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순간 미국은 물론 지구촌 경제질서가 즉시 붕괴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 내 유동성 부족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결국은 무역적자를 통해 지구촌을 먹여 살리는 길만이
스스로가 사는 길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맏형 미국의 조급한 금리인상은 지구촌 경상수지를 악화시켜 경기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지구촌 모두는 이미 미국의 천문학적 양적완화를 방조한 공범이며 거기에 이미 충분히 길들여져 있다.
미국의 쇠락은 곧 지구촌 경제의 쇠락을 의미하며, 따라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필연적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트리핀의 시소를 타고 있는 지구촌의 모습이며, 모든 문제를 땅에 묻고 그저 꾸준한 우샹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끝이 있듯이 달러 윤전기 효과 또한 영원할 수는 없다.
현단계에서 미국식 시장자본주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성장이 멈춘다면,
반세기에 걸쳐 미 금융자본을 변호했던 트리핀의 딜레마 역시 약효를 점차 상실하면서 서서히 달러가치를 바닥에 내려 놓을 것이고,
신뢰를 상실한 기축통화의 헤게모니가 어쩔 수 없이 누적되는 재정적자의 오래된 접점과 맞물려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것이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당장이어야 할 물리적인 이유는 없으며, 혹 그렇다 하더라도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다.
파운드화가 달러에게 기축통화의 헤게모니를 넘겨 주고도 파운드화는 30년이나 건재했다.
30년이 아니라 설사 3년이면 어떤가.. 우리에겐 미국의 숙명과 묻어 갈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언제나 뒷북을 치는 언론의 찌라시 놀음의 반대편에 서서 고독의 길을 걷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단계 부채한도를 이미 소진한 미 연방은 어떻든 채무한도를 상향조정하고 무역적자를 지속하는 외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지구촌 모두는 저 뻔한 미국식 해결책 외 다른 길이 없음을 수긍하고, 결국 금고에서 휴지가 될 지언정 미 국채를 살 수 밖에 없는 것.
새 기축통화로 새 질서를 여는 발칙한 상상 또한 당장은 언강생심일텐데, 적어도 당신이 살아 생전은 아닐 것이다.

 

 

그까이꺼 겨우 100여포 남짓에 배포랄 것도 없다.

이삼백 포는 능히 뒤짚는 일이 비일비재한 시장 아닌가.

늘 그랬듯이 시각이 반쯤은 돌아간 특정 아이디들이 게시판을 점령한 때가 대체로 바닥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맏형의 치부를 한두번 구경한 것도 아닌데, 지금이라고 특별히 더 과장된 제스처로 호들갑을 떨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늘 그랬듯이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니 고단한 심기는 이제 그만 내려 놓자.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블로그주소 : http://blog.moneta.co.kr/blog.screen?blogId=alfactm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