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烏瞰圖]

 

 

 

 



 

시(詩) 제 1호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3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4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길이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시(詩) 제 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
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
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나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
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
야하는것이냐

 

 

시(詩) 제 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든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
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든사람이싸움하는것
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든사람이나싸
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시(詩) 제 4호

 


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

진단 0:1 26.10.1931 이상(以上) 책임의사 이상
전후좌우를제(除)하는유일의흔적(痕跡)에있어서
익은불서목불대도(翼殷不逝目不大覩)
반왜소형의신의안전(眼前) 에아전낙상(我前落傷)한고사(故事)를유(有)함
장부(臟腑)라는것은침수된축사(畜舍)와구별될수있을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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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제 8호

 


제1부시험  수술대 1 수은도말평면경 1 기압 2배의평균기압 온도 개무

 

위선마취된정면으로부터입체와입체를위한입체가구비된전부를평면경에영상시킴.
평면경에수은을현재와반대측면에도말이전함.(광선침입방지에주의하여)서서히
마치를해독함.일축철필과일장백지를지급함.(시험담임인은피시험인과포옹함을절대
기피할것)순차수술실로부터시험인을해방함.익일.평면경의종축을통과하여평면경을
2편에절단함.수은도말2회. ETC 아직그만족한결과를수득치못하였음.


제2부시험  직립한평면경 1 조수 수명

 

야외의진공을선택함.위선마취된상지의첨단을경면에부착시킴.평면경의수은을박락함.
평면경을후퇴시킴.(이때영상된상지는반드시초자를무사통과하겠다는것으로가설함)상
지의종단까지다음수은도말.(재래면에)이순간공전과자전으로부터그진공을강차시킴.
완전히2개의상지를접수하기까지.익일.초자를전진시킴.연하여수은주를재래면에도말함.
(상지의처분)(혹은멸형)기타.수은도말면의변경과전진후퇴의중복등. ETC 이하불상.
진단 0:1 26.10.1931 책임의사 이상

 

 

시(詩) 제 9호- 총구(銃口)

 


매일같이열풍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황홀한지문골짜기로내땀내
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쏘으리로다나는내소화기관에묵직한총신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
매끈매끈한총구를느낀다그러더니나는총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대신에나는참나
의입으로무엇을내어배앝었더냐.

 

 

시(詩) 제 10호- 나비

 


찢어진벽지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樂繹)되는비밀한통화구다
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
한이슬을먹는다통화구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
라가리라이런말이결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시(詩) 제 11호

 


그사기컵은내해골과흡사하다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었을때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
가접목처럼돋히더니그팔에달린손은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어부딪는다내팔
은그사기컵을사수하고있으니산산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해골이다가지
났던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전에내팔이혹움직였던들홍수를막은백지는찢어졌
으리라그러나내팔은여전히그사기컵을사수한다.

 

 

시(詩) 제 12호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덩이공중으로날라떨어진다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이손바닥만한
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이끝나고평화가왔다는선전이다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
때를씻는다이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한전쟁이
시작된다공기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손바닥만한하늘저
편으로날아간다.

 

 

시(詩) 제 13호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당하는것처럼새파랗
다이렇게하여읽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燭)대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하여놓았다팔은
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을내이는것만같다나는이런얇다란예의를화초분보다도사랑스
레여긴다.

 

 

시(詩) 제 14호

 


고성앞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내모자를벗어놓았다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
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문득성
밑내모자곁에한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이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걸인은성밑에서오히
려내위에있다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공중을향하여놓인내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
을부른다별안간걸인은표표한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나는
벌써기절하였다심장이두개골속으로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
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워지지않는다.

 

 

시(詩) 제 15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
하며떨고있다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가내꿈
의백지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나를거울에서해방하려고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
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온다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내가그때문에영어되어
있듯이그도나때문에영어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나는그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
가리키었다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
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
총을발사하였다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내가지각한내꿈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내꿈을지
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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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14회에 걸쳐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되어

당시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던 작품이다. 원래 30회를 예정하였으나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결국 14회로 중단되고 말았다. 현대인의 불안의식과 절망감을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