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지표,증시 ‘족쇄’ 될까 ‘날개’ 될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른 듯 보인다.

악화된 경제지표들이 증시의 발목을 잡는 힘이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시간도 좀더 길게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기준으로 하루새 2.63%나 급락했다. S&P500지수도 2.91%나 떨어졌다. 이날 미국 증시를 뒤흔든 장본인은 바로 ‘악화된 고용지표’였다.

미국 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내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9.5%를 기록했다. 이는 2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부에선 미국 실업률이 연내 두자릿수에 이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당초 전문가들은 비농가 고용 감소인원이 36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일자리 수는 46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시장 예상보다 10만명이나 더 많은 인원이 한 달 새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진원지라는 원죄도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을 주요 수출 상대국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고용시장 불안은 임금 상승세 둔화→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소비 둔화→미국내 수입 감소→대미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결국 글로벌 무역량을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악화된 미국 내 고용지표에 민감한 반응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당분간 미국 내 신규 고용이 감원을 통해 고용시장으로 내몰리는 인원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연내 실업률은 10%선에 도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용지표는 점차 안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김진성 연구원은 “미국 내 고용시장의 부정적 환경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고용여건이 가속적으로 악화되기보다는 점진적인 안정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분기별 고용지표도 2·4분기 들어 침체 강도가 둔화되고 있고 재고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자 증가 추세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실업수당 신규 청구자 수와 계속 청구자 수가 6월 들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신규 실업자 증가 속도가 줄어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현대증권은 하반기 주목해야 할 세 가지 미국 경제변수로 ‘비농업 취업자 감소폭 진정 여부’ ‘주택판매 회복 정도’ ‘제조업 공급관리자협회(ISM) 지수 중립선 근접’을 각각 꼽았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하반기 미 고용시장 역시 감원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 나타나겠지만 감원 폭은 줄어들고 감소 폭에 따라 하반기 증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기존 주택판매 역시 지난 2월을 저점으로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시장 회복세 지속 여부도 향후 경기 회복 가능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44.8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기록했던 43.4를 넘어선 제조업 ISM지수도 하반기 중 중립선(50)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관심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