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 죄 없는 자 그들을 돌로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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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미시스.
그는 이 곳에서 쟈끄리느가 알고 있는 유일한 양심가이며, 동시에 오래된 친구같은 동지이다.
설령 그가 오늘밤 당장 시체를 지고 와 사립문을 두드릴지언정, 그깟게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랫동안 아껴둔 술로 마음껏 취하는 밤이 될 것이다.


천사의노트와 디테의아들이 이따끔씩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유의 거침없는 언행으로 이 곳에서 개망나니처럼 취급받고 있지만, 실은 그들 자평대로 일당백의 실력을 지닌 자들이다.
특히 천사의노트는 고깃덩이에서 살을 완벽히 발라내는 특유의 예리함과 촌철살인의 비유로,
시장의 뼈대를 앙상히 드러내는 폼새는 정말이지 가히 일품이다.


저 독특한 캐릭터의 세 사람이 같은 인물인지는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러나 그렇든 아니든 그 진위에 관해 쟈끄리느는 사실상 별 관심이 없다.
쟈끄리느의 관심사는 오직 저들이 내뿜는 특별한 아우라에 있다.


잘 알다시피, 저 옛날부터 네미시스는 이중성이 만연한 게시판에서 양심의 결핍을 까발려왔다.
아니라고 말하는 당위의 십자가를 졌다는 이유로 잦은 옥고를 치룬 그에게 천사와 디테는 어쩌면 막장의 선택이었을 것.
만약 저들이 동일 인물이 맞다면, 네미시스는 이중인격을 분리하려했던 지킬박사의 그것처럼,
아마도 작정하고 하이드로 남을 요량으로 천사와 디테를 만들어 낸 것이리라.


시황에서 정녕 중요한 것은 망할놈의 인격이 아니라,
시장에 관한 평가가 얼마나 올바르냐이며, 그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양심적이냐에 있다.
이 곳에서 양심은 종종 옷걸이에서 방바닥으로 추락하는 옷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일그러져 구겨진다.
등락이 상존하는 시장의 속성이 곧 춤추는 양심을 변호하고 면죄하는 양 포장하기 바쁜 빗나간 양심들.
당위도 기준도 없는 "we are the world"의 몹쓸 도덕경의 염불이 백주대낮 대로에서 벌어지는 차마 낮 뜨거운 장면은 또 어떤가.
모두를 애두르는 천부적인 끈적임이 인격이란 이름으로 저 나체의 양심을 겨눈 정의를 오히려 심판하고 있는 현실.
양심을 고민하기 보다 애두른 감싸기에 익숙한 게시판의 저 오래된 무드에서 양심은 썩었고 정의는 죽었다.
진정한 비판이 거세된 커뮤니티는 벌써 죽은 것이다.


여기 현명한 왕에 관한 웃지못할 우화가 있다.
어느날 밤 마녀가 우물에 독을 풀었고 이튿날 우물을 마신 온 나라의 백성이 미치게 된다.
왕궁에서 우물을 마시지 않은 왕만이 나홀로 미치지 않았는데, 미친 백성들은 오히려 왕이 미쳤으니 몰아내야 한다고 믿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왕이 마침내 선택한 카드는 그날 밤 독이든 우물을 마시는 것이었다.
이튿날 백성들은 미쳤던 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뛸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이 곳에서 수많은 현자들이 본말이 전도된 저 백성의 미친 광기에 스러져 갔다.
오늘 이 순간에도 하루살이 조변석개가 여지없이 내질러지고, 그들의 미친 광기가 뛰어난 분석가의 여린 심성을 모질게 후비고 있다.
선천적으로 비판과 비난을 구별할 줄 모르는 DNA의 태생적 한계가 저지르는 저 무지의 참을 수 없는 광기.
척박한 무지의 광기가 합리와 지성을 능멸하고 척살하는 현장이 어디 여기 뿐이겠는가.  


종종 미치지 않으면 인내하기가 힘든 현실이 작금의 나라꼴이며 게시판의 꼬라지다.
우리 모두가 엿바꿈의 처신으로 우물을 들이켰을 때, 천사와 디테는 타협의 우물을 정면으로 거부한 저항하는 양심이었다.
우리와 그들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그것이다.
때문에, 역겨움이 진동하는 계산된 양심의 비린내에 비한다면 그들이 쏟아내는 거친 언어들은 차라리 신선한 것이다.
쟈끄리느는 오래전에 비판의 양심을 헐값에 넘기고 일신의 안위를 구걸한 한줌의 평화를 얻었다.
오늘 같은 날이면, 한때 네미시스와 동지였던 그 사실이 못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개나소나 자유로운 글쓰기가 허락된 원죄로 비판과 비난의 혼동이 질펀한 게시판민주공화국에서.    
천사와 디테는 행동하는 어떤 양심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실은 우리 모두의 비양심이 키워낸 아이러니의 캐릭터이다.
우리들 중 그들을 진정으로 심판할 수 있는 자격있는 자 몇이냐고 묻고 싶다.
그러니 너희 중 죄 없는 자 만이 저들을 돌로 쳐라.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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