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도 신념을 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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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정부를 두려워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 해야한다.
예술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거짓을 사용하는 반면 정치가는 진실을 덮기 위해 거짓을 사용한다.
총알은 몸은 뚫을 수 있을지라도 결코 신념을 뚫지 못한다.
-영화 브이포벤데타(V for Vendetta) 中에서

 

 

 

4월 26일 전고점 이후 19거래일이 경과한 오늘까지 코스피는 정확히 192포인트를 잃었다.
사나흘 전까지만해도 견딜만했던 포트는 결국 오늘까지 -4%의 손실을 내며 작년 이후 최대 손실을 맛보게됐다.
무엇보다도 5월 중순에 과매도의 저점이라고 판단하고 추매를 단행한 것이 결정적으로 손실을 키웠는데.
더욱이 저 손실은 금년 상반기에 새로 짠 전기전자의 포트로 일군 알토란의 수익을 남김없이 잠식하고 내려 온 것이어서
체감손실은 아프기 그지없다.

 

유럽발 리스크를 가볍게 여긴 것이 결과적인 오판이었는데.
거기에 더해 외인 매수 패턴의 변화와 대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할 큰 변수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 또한 적절치 못한 대응이었다.
유럽의 신용경색과 위기에 관해 이 곳에 장문의 글을 남겨 놓고도,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헷지할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대북정책에 관한 한 현 정부의 극우적 파행 가능성을 간파하고 있었음에도
사나흘짜리 선거전략으로 치부해 결국 편집증의 정부가 저지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한 헷지를 괜한 기우로 여겼다는 점,
그리고 도이치 뱅크 등 유럽계 자금의 이탈을 단기적으로 인내할 현상으로 치부했다는 점.
저 일련의 익숙한 관성의 사리판단이 순식간에 내상이 깊어진 표면적인 이유인데.

 

사실은 저 모든 시장 해석과 내상의 근원은 좀더 심리적인 이유에 있다.
지난 1년 반동안의 궤적에서 학습된 '위기는 곧 기회'라는 관성에 더한 특유의 낙관적 마인드가 가져 온 습관적인 결과이다. 
특히나 위기를 더 빠른 기회로 만들어 주는 기회비용(추매)의 효용성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무려 19거래일 간 내내 그토록 패고도 모자른 건가.
현재 이 시각 써프페미리를 포함한 글로벌 궤적이 더욱 큰 공포로 퍼렇게 질려있다.
그동안의 수직낙하도 남의 일로 여길 만큼 두둑했던 특유의 배짱이 오늘만큼은 흘러내리는 낙폭만큼 무기력하게 느껴졌는데.
잔매에 장사 없다는 속담이 하루종일 맴돈 오늘, 19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두가지 선택을 목하 고민했다.
그것은 -4% 이쪽저쪽의 손실을 확정할 것이냐이다.
6개월의 반년 농사를 갈아 엎을 것인가를.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지난 6개월을 노심초사 일궈 온 과실을 깨끗이 반납하고도 -4%의 손실을 덤으로 안고 있는
이 순간에도 쟈끄리느는 저 기회비용의 가능성을 제로로 만든 성급한 자신을 탓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정말이지 지금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지난 6개월의 세월을 단 3주만에 엿바꿔 먹은 고집스런 투자방식이 아니라
현금이 바닥나 더 이상의 기회를 레버리징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한 현실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때 뒤안 길을 걷는 것은 위험하고 고독하다.
유럽 발 리스크에 더해진 MB리스크의 원투펀치는 뼈를 깍는 분명히 혹독한 현실임에 틀림없으나
저 알수없는 미증유의 불확실성의 공포가 19거래일 간 현실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명백한 펙트로 바닥으로 내려왔다.
더 이상의 불확실성은 이후 시장참여자의 능력 밖에 놓여 있으며,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이제 남은 것은 참혹한 현실을 인내할 배짱과 시간이다.

 

 

유럽 발 리스크와 MB리스크의 재해석 
금융위기 후 순항해 온 글로벌 경기 회복세의 배경은 망할 금융레버리지의 돈잔치가 아니라,
금융위기 이전부터 금융레버리지를 배불려 먹여살리고도 뭣주고 뺨맞은 산업자본(펀더멘털)의 눈물겨운 결실이었다.
물에 빠진 놈이 보따리 내놓으라는 습관적 강탈에도 지구촌 궤적이 꾸준히 우상향을 그려 왔던 것은
먹다 죽은 귀신 때깔도 좋더라의 세기말적 광기가 아니라, 펀더멘털이 일궈낸 밸류에이션의 잉여분이었다.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유럽발 악재와 뚜껑이 열린 대북 리스크의 시너지로 힘든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유로존은 지구촌 산업경제의 3분지 1을 담당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므로, 유로화의 신용이 폐기된 유로존의 파행은
곧 지구촌 경제의 회복 불가능한 파국을 의미한다.
때문에 제 아무리 헷지자본의 칼끝에 유로존이 놀아난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유로화의 신용을 훼손하는 만큼은 아닐 것이다.
동반자살을 결행할 미친짓이 아니라면, 그 어느 누구도 원치않을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최악의 가설인 것.
따라서 유로존이 각생을 택함으로써 이어질 필연적인 디플레이션과 리세션의 파국적 루머는 금융자본의 의도된 각본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 그나마 구색이 맞을 것이다.
유로존의 각생 시나리오는 파국의 단방향으로 루머 그 이상의 현실성과 신뢰성이 없는 것이다.

 

어쨋거나, 유로존의 위기는 유로화의 신용위기로 비화된 이상 더 큰 산불로 번지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유로존 자체에서 모든 역량이 동원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은 비관적인 무드로 흐르고 있다.
이는 자체적인 진화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단시일 내에는 어려워보인다.
지구촌이 주목하는 것은 자체 해결역량 보다도 얼마나 빨리 진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유로존의 재정긴축으로 수반되는 사소한 디플레이션의 총합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블딥의 시뮬레이션을 닮아 간다는 가설과,
이는 결국 전 지구적인 리세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단계 유럽의 문제는 리먼 스터디케이스의 국제공조가 개입될 가능성이 훨씬 농후해졌다.
현단계 회복기에 있는 지구촌 경기의 취약함에서, 한쪽이 기운다는 것은 곧 전체가 기우는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그렇다.
때문에, 유럽문제를 지구촌 공조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예상되는데,
지구촌 궤적이 상식 이하로 패여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금, 그 시기가 충분히 무르익은 것으로 생각되므로
어느쪽에서든 이번주 주말을 전후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짙다고 본다.
그렇다면 달러와 유로화는 빠른 속도로 정상적인 흐름을 찾아갈 것이며, 이머징을 향한 캐리 트레이드는 다시 재개될 것.      
 

엊그제 전쟁기념관에서 현실이 된 MB리스크의 파괴력은 크기와 영향력면에서 유럽 리스크에 끼어든 먼지같은 것이다.
유럽발 악재에 덧댄 시너지의 증폭으로 단기간 낙폭을 키울수는 있지만, 약효의 유통기간이 명시되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어제 오늘 당장은 시장에 악영향으로 작용했을지 모르나, 늦어도 5월 말까지는 시장을 안정시켜야 6월 2일에 더 많은 표를
거둬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므로, MB리스크는 오히려 유럽 리스크를 상쇄하는 호재로 둔갑할 것이 확실하다.


현단계 지구촌 시장의 벨류에이션은 하루아침에 축적된 것이 아니다.
설사 메이저 금융자본이 더 많은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1년 반이나 지구촌을 등쳐먹느라 주가를 견인해 왔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들이 시장을 폭락시키고 철수해서 그 이후 얻는 게 무엇인가 묻고싶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은 결국 합목적성이 어울린 긍정의 힘이 지배한다.
현단계 주가의 수직낙하는 냉각된 심리가 벨류에이션을 압도하고 있는 한마디로 지나친 과매도 영역에 있다.
현 상황이 심리의 과도한 위축에 의한 과매도냐, 더블딥의 초입으로 들어가는 시그널의 자연스런 현상이냐는 예단할 수 없지만,
위와 같은 과정으로 결국 시간과 벨류에이션에 녹아들 것이라고 추측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결론은 시간과 시장이 말해 줄 것.    
 

 

위와같은 근거로 쟈끄리느는 6월 첫주까지는 버텨보기로 한다.

현재 이 곳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펀더멘털에 관한 확신은 쟈끄리느의 투자신념과도 같은 것이다.
만에 하나 또다시 시장이 역추세로 흐른다면, 어색하기 그지없는 로스컷을 감행할 것인데.
그것은 쟈끄리느의 신념을 꺽는 것이 아닌, 일개 개인 투자가로서 자위권의 발동일 것이다.
투자에 실패한 것은 견딜 수 있으나 시장에 소외되는 것만큼은 견디기 힘들다.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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