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경쟁의 종언과 삼성전자의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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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자사 홈에서 어도비사의 플래시를 더 이상 표준 플랫폼으로 쓰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표면상으로는 플랫폼, 기기, 브라우저를 가리지 않고 자사 홈을 어디서나 잘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다극화 전략인데,
실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기기 안정성을 이유로 플래시의 플랫폼을 배제한 애플의 고집스런 정책에 항복한 것에 다름아니다.
현단계 웹 브라우징의 플랫폼은 PC 기반에서 태블릿과 스마트 기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애플이 있다.
애플의 쌍두마차가 대세를 가르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현실에서 애플에서만 작동불가의 플래시는 이미 구시대의 유산물인 것.
특히 태블릿PC가 넷북을 대체할 다크호스로 등장하면서 곧 본격화될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선점은 기업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다음, 구글, 야후 등 여타의 포털 또한 네이버와 같이 시대적 요청에 순응한 후속조치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에서 촉발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삼척동자에게도 더이상 낮설지 않은 존재로 새로운 시장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구글, MS, 삼성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가능한 한 애플의 DNA를 이식한 제품 출시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 또한 애플이 의도한 대로 시장이 반응하는 것으로서, 시간이 흐를수록 애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움직이는 시장의 모습은

의심할 여지없이 애플이 글로벌 IT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시장의 맹주임을 증거한다.


 

 

삼성 vs. 애플, 스펙 경쟁의 종언
애플이 감성과 철학이 깃든 테크놀러지로 지구촌의 문화와 사회에 창의를 불어넣는 기업이라며,
삼성은 그와같은 창의적 결과물을 재빠르게 카피하여 관련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애플은 감성의 인터페이스로 누리는 광범위한 사용자 경험과 방대한 앱스토어로 구현되는 다양한 삶의 공유를 광고하지만, 
삼성은 더 빠르고 더 선명한 스펙, 그리고 좀 더 질긴 하드웨어를 광고한다.
철학이 깃든 문화와 감성을 파는 것과 단순히 화려한 스펙 만을 파는 것, 그것이 애플과 삼성의 좁혀지지 않는 차이점이다.


삼성은 주로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 후 물량공세를 앞세워 시장을 평정하는 레드오션의 시장전략에 능하다.
레드오션 시장은 애초부터 관심밖인 'Think different'의 창조적 블루오션의 시장을 열어가는 애플과는 기업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이와같이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삼성과 애플의 현단계 기업 아이덴티티에서 두 기업의 미래상을 어느정도 예견해 볼 수 있는데,
현단계의 기업철학과 시장전략으로 볼때 미래의 기업평가에 대한 결과는 너무도 자명해 보인다.
딱히 기업철학이랄 것도 없이 시장의 트랜드를 쫓아 온 기업과, 10년을 한결같이 한 우물을 판 고집스런 철학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기 형성된 트랜드가 지배하는 목전의 큰 시장에만 집착하는 경향의 전략은 삼성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는 섣부른 창의와 설익은 시장무드가 주는 불확실성을 극도로 회피하는 안전 제일주의의 기업문화 풍토에서 당연한 것.  
4년 전 저 불모의 척박한 땅에서 애플이 노심초사 일궈 온 스마트폰 시장은 결과적으로 블루오션의 황금 마켓으로 열어 젖혀졌다.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등등 내노라하는 강자들이 뒷짐만 지고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일까?
그것은 약육강식의 레드오션 마켓에 익숙한 그들이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기업마인드에서 당연한 결과였다.
창의적인 기술을 떠나서, "익지 않은 과일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레드오션에 젖은 기업에게 철칙과도 같은 것이다.


과거의 강자들이 속속 시장에 참여하면서,
애플에게만 허락됐던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막 기술적인 전쟁이 치뤄지는 레드오션 마켓으로 치닫고 있는듯 보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가지 사실은 애플이 선점한 시장의 독과점적 지위는 좀처럼 훼손되지 않을거란 점이다.
애플스럽게 만든다고 하루아침에 애플의 철학과 감성을 담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갤럭시폰과 갤럭시Tab처럼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빼닮았다고 애플 특유의 감성과 사용자 경험이 체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와같은 이유로 갤럭시폰과 갤럭시Tab은 애플의 대항마라는 순전히 자의적인 해석의 집안잔치에 만족하게 될 것이며,
그나마 물량공세의 밀어내기식 레드오션의 룰로 과거 동병상련의 경쟁자들을 물먹이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막 애플의 따뜻한 감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장에서 평가는 냉정하고 가혹할 것.
시장에서 증명된 애플의 아우라는 이미 그 어느 기업도 어쩌지 못하는 강력하고 두려운 존재라는 사실을 삼성은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저 망할 거대 삼성의 총체적인 시스템적 위기에 관해 절취부심 사무치게 새기고 있을 것이다.      

 

현단계 삼성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혜성과 같이 등장한 애플에게 밀린 휴대폰 시장의 데미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가전분야 또한 뼈를 깍는 벤치마킹으로 기사회생한 과거의 경쟁자들에게 밀려 서서히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데, 
알토란 같은 시장을 내주고도 여전히 경쟁력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유일한 경쟁우위를 지키고 있는 반도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매에 장사없는 법, 금융위기 후 시장에서 특유의 물량공세로 시장을 평정한 효과가 서서히 휘발되며 약발이 마르고 있는데.
이제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추앙받았던 위대한 삼성전자에 대한 우리의 평가도 달라져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현단계 삼성전자를 평가하는 시각은 금융위기에서 일군 사상최대의 실적에 고무된 우호적인 편견이 아니라,
철옹성의 반도체 외 내세울 만한 이렇다할 차세대 성장 동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위기의 관점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이달 말 현재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익은 5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역시 사상최대를 기록했던 1분기 영업익보다 13%나 증가한 예상치이고, 이를 합친 상반기 영업익은 9조 4,100억으로
작년 상반기의 188%를 웃도는 놀라운 성과임은 틀림없으나, 문제는 2분기 2조 6천의 영업익 중 절반을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반도체 영업익은 스마트폰 시장대체에 따른 플래시메모리 수요증가와 윈도우7 출시에 맞물린 시기적 특성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LCD(7,900억), 휴대폰(7,300억), 가전(8,400억) 분야에서 나온 영업익을 다 합쳐도 반도체 하나보다 못했다는 것.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2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은 오히려 참담했음을 토로하는 장면인데,
이와같은 수익구조의 불균형은 이변이 없는 한 하반기 3/4분기, 4/4분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반도체 역시 기술의 차이 만이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어서 영원한 철옹성은 아닌 것이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25%를 믿돌던 반도체의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에서 해당 시장을 손쉽게 장악한 것이 주 원인인데.
그와같은 천금의 기회는 지구촌 경기팽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올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아니라,
금융위기 후 전열을 가다듬은 경쟁자들의 만만챦은 반격이 예상되므로 가까운 미래에 삼성의 반도체사업도 부침을 맞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현재 오직 반도체의 경쟁우위에 의한 선점효과는 영원히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선점효과가 상쇄될 무렵
반도체의 부침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현단계 삼성전자 갖는 불안의 근원인데.
정작 문제는 저 레드오션에 고정된 전략적 사고에 내재된 한계와 이를 용인하는 조직의 부패한 헤게모니에 있다.

 

미국의 상징적 자존심인 자동차산업이 토요다라는 일개 기업에게 무너진 것은 다만 현상이었다.
알다시피 저 현상의 이면에는 천년만년 해로할거라는 거대조직의 오만과 소비자의 변화를 읽지못한 태평성대의 무능이 있었다.
그들은 화석연료의 노후된 형태의 산업들이 사라지고 기술분야의 괄목할 발전이 가져 오는 사회적 변혁을 대체 이해하지 못했다.
휴먼테크놀러지의 기술혁명으로 이미 훨씬 높아진 소비자&시장의 큰 줄기가 거시적시스템에서 미시적시스템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는 빅3가 이미 상당량의 시장을 토요다에게 헌납한 뒤였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채고도 빅3는 큰 덩치를 어쩌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사실상 시스템적 대응능력 상실의 대 참패를 맛봐야 했으며,
저 신음하는 고통의 끝자락에서 불어닥친 리먼발 금융위기는 마침내 빅3를 영면으로 휴거하게 된다.
금융위기의 폐허에서 빅3가 다시금 희망을 쏘아올린 것은 금융위기로 완전히 붕괴된 거대조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순간부터였는데, 
화석연료의 향수에 젖은 부패한 오만과 시대를 거스른 시대착오적 시장판단은 융합적 사고와 보다 직관적인 사고로 대체되었다.

 

현단계 삼성전자 또한 빅3가 필연적으로 겪어야했던 조직 변혁의 시대적 요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전자는 노후된 화석화 산업군들이 사라지고 기술분야의 산업군들이 두각을 나타낸 후기산업시대의 전형적인 기업들 중 하나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산업의 패러다임은 화석연료산업→ 기술산업→ 기술융합산업→ 휴먼테크놀러지산업의 발전 과정으로 요약된다.
관객이 없는 무대가 있을 수 있겠는가.. 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 온 시장의 소비주체 또한 대중→ 분중→ 개중으로 변화해왔다.
현단계 개중은 대중이면서 독립된 개인이며, 개인이면서도 집합적 대중으로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애플의 제품은 저 개중의 이중적 커뮤니티 실현 욕구에 정확히 타겟팅 되어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UCC,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개인에서 mass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셜미디어의 감성들로 가득차 있다.
그것은 기술융합으로 가능해진 휴먼테크놀로지 잠재 시장을 미리 예측하고 창출한 애플의 블루오션적 사고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지구촌이 애플에 열광하고 감동하는 것은 결코 커머셜 마켓에 연연하지 않는 저 애플의 반 기업적 엉뚱한 기업철학에 있는 것.


반면, 삼성전자는 기 형성된 시장을 하드웨어적 우위의 물량으로 밀어버리는 레드오션 전략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애플과 같은 잠재적 미래시장을 포지셔닝하는 창조적 관점을 열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던 기술융합의 선두주자였던 것.
하지만, 인간이 기계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 인간이 진정으로 기계를 지배하는 애플의 휴먼테크놀러지의 등장으로
기술융합의 대표주자 구글, MS, 삼성전자의 입지는 한층 좁아졌으며, 관련시장을 평정한 애플은 글로벌 IT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IT기업들이 현단계의 정체된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형태의 내외과적 수술이 필요한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당분간 애플의 독주는 불가피해 보인다.
애플의 등장으로 레드오션의 스펙경쟁은 사실상 끝났으며, 바야흐로 휴먼테크를 장착한 소프트웨어의 무한경쟁의 시대가 시작된 것.

 

 


위와같은 근거로

쟈끄리느는 삼성전자에 관한 일체의 장미빛 전망에 회의적이다.
예컨데, 삼성의 거대 조직의 마인드가 환골탈태로 거듭나지 않는 한 삼성전자는 한때 잘나갔던 글로벌 대기업으로 기억되기 십상일 것.
기술이 기술을 다루는 기술융합의 패러다임에서 기술적 우위가 곧 창의와 혁신이었다면,
현단계 휴먼테크놀러지가 시장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술적 우위는 한수 아래의 개념이다.
아마도 삼성은 지금쯤 그와같은 위기의식에 절취부심하고 있을 것인데, 거대조직의 기업철학과 의사결정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결코 쉽지않음을 빅3의 교훈은 증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향후 상당기간 삼성의 성장 추세는 이쯤의 어딘가가 한계일 것으로 생각되며, 코스피의 궤적과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주가 또한 이전 고점 이쪽저쪽 근처를 두드리는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최악의 경우 서서히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한다.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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