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대세상승 또는 폭탄돌리기

 

 

 

3월 들어 최근까지 국내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4조7천여억원. 3월이후 주가급등의 견인차는 바로 이들 외국인 자금이었다. 여기에 국내 큰손들까지 가세하면서 연일 주가 상승을 이끌며 '경기 바닥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외국인-큰손 vs 기관-개미, 치열한 '복불복'

25일 한국거래소의 집계 결과, 외국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24일 장 마감 때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3조4천61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달의 1조2천767억원 순매수까지 합하면 두달간 순매수 자금이 4조7천여억원을 넘어 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도 이달 들어서만 7천900억원 순매수했다. 이들은 대부분 한번에 억대 이상의 주문을 내는 큰손들이다.

반면에 기관은 이달 들어 4조1천94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또한 주식형펀드에서도 금주에만 7천390억원이 빠져나갔다. 주식형펀드에서는 7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 중이다. 주가 상승기를 틈타 환매가 왕성히 진행중이란 의미다.

외국인과 큰손, 국내기관과 개미들로 나뉘어 팽팽한 '복불복 공방'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외국인 유입자금 75프로 '핫머니'

IT 등 일부 수출 대기업이 환율 특수로 기대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는 점,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세에 따른 환차익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는 나름대로 합리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 하겠다. 문제는 3~4월에 유입된 자금의 대다수가 헤지펀드 등 이른바 투기적 '핫머니'라는 데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3월 중 외국인투자자 증권매매동향에 따르면, 바하마, 버뮤다, 버진제도 등 텍스헤이븐(조세회피지)의 자금이 전체 순매수자금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절반 가까이가 투기성 헤지펀드라는 의미다. 이들은 종전의 순매도 포지션에서 9개월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여기에다가 홍콩이나 말레이시아 등 국외소득에 과세하지 않아 '준 조세회피지'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유입된 자금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75퍼센트로 늘어난다. 전체 유입자금의 4분의 3이 투기성 핫머니로, 이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주가가 크게 요동칠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일부는 외국인 매수 수급로 가장한 단기성 국내자금일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하겠다. 올해를 들어와서 선물시장의 엉망이 되어버린 수급동향이 이를 더욱 뒷받침 한다.

영국계 시한폭탄도 가세

또 하나 큰 우려는 순매수에서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영국계는 3월에만 5천41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에 중장기 투자성향이 강한 미국계 자금은 오히려 2천5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영국계의 공격적 매수는 최근 영국 금융기관들이 미국보다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한국 등 신흥국에서 투기적 단타전략을 구사해 단기간에 최대한 수익을 올려 기존의 손실을 보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문제는 영국계 자금은 순식간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핫머니에 이은 또하나의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최근 영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1%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채 발행이 실패하는가 하면 IMF 구제금융 신청설이 나도는 등 흉흉하다. 연내에 국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정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영국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한국경제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기업-정부가 영국에서 차입한 외채가 913억달러로 총 해외차입금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지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