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을 손절하라

 

 

절망에서 희망으로

 

2008년 10월 27일은 글로벌 증시가 역사상 최악의 공포에서 탈출하기 시작한 시발점이다.
이후 글로벌 증시는 3월 3일~3월 9일까지 약 4개월 동안(정확히는 130여일), 저 '붉은10월'의 그림자에 갇힌 채
비관과 희망 사이를 지루하게 서성대었다.

 

2009년 3월 3일.. 약속이라도 했던 것일까?
전 지구촌의 지수가 3월 3일~3월 9일 4~5거래일 간 시간차를 두고 불기둥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이 맺힌듯 저마다의 2중바닥, 혹은 3중바닥의 시위에서 튕겨진 화살처럼.
화살의 탄도는 좀처럼 꺽일줄 몰랐다.

 

KOSPI는 올해 3월 3일 992p의 마지막 3중바닥을 저점으로
어제까지 단 두달여 동안 30%나 튀어오르며 이제 막 1,400고지에 참호를 파고 있다.

동기간 아시아에서 중국(상해종합) +29.4%, 닛케이 +34.2%, 대만 +48.4%, 홍콩H +25.4%를,
동기간 3대 이머징에서 인도 +37.8%, 브라질 +43.9%, 러시아 +74.6%의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잃어버린 4개월 
 
코스피는 올해들어 현재까지 +24.6%, 코스닥은 +54.8%를 기록했으며
홍콩H +25.4%, 대만 +43.2%, 인도 +25.6%, 상하이종합 +42.7%, 브라질 +33.3, 러시아 +48.3%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선진국인 G5는 다른 행보를 보였는데.
동기간 금융공학의 발원지인 동시에 금융공학의 최대 희생지인 다우는 -4%,
영국 -5.2%, 프랑스 -0.8% - 독일 -3.8%의 하락률을 보인 한편 일본도 -4.8%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G5는 잃어버린 4개월 직후 현재까지 두달여 동안 각각 +32%, +30.2%, +34.7%, +39.2%, +34.5%의
가파른 회복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같은 증시회복의 섹터별, 기간별, 회복율과 시간차는,
선진시장은 빡빡하고, 이머징시장은 등쳐먹기 쉬워서가 아니라, 
금융위기의 피해 당사자인 금융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이머징시장의 회복세가
훨씬 빠를 것이라는 시장참여자의 선명한 기대치가 대폭 반영된 것으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실제로 서프는 금융레버리지를 과신한 미국과 그 주변국인 서구의 문제였다.
2008년 10월 27일 이후 또다시 전저점을 확인한 나라는 G5를 포함한 서구문화권의 몇나라에 국한되었는데,
미국(다우)이 3월6일, 영국_프랑스_독일이 3월 9일 전저점을 갱신했으며 일본 또한 3월 10일에 전저점 근처를 배회했고
캐나다(3월6일), 호주(3월 9일), 싱가폴(3월 10일), 뉴질랜드(3월 3일)가 뒤를 이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금융 당사국뿐만아니라, 그들의 시스템에 깊숙히 감염된 대부분의 나라들 역시
위기에서 탈출로, 탈출에서 회복으로의 여정에서 시장회복을 확신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의심을 품었었는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머징도 그랬지만, 서프 패밀리 만큼은 아니었다.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를 했을지언정 10월 27일 전 저점과는 '명백한 결별'로 일관한 이머징시장.
그러므로, 얼떨결에 휩쓸린 '잃어버린 4개월' 이후 폭발적인 회복세는 사필귀정이며
시장에너지의 강도 역시 서프에 가위눌린 나라들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될 것이다.


 

잃어버린 4개월 이후 - 식자우환을 손절하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오늘 중요한 것이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일주일 후에도 여전히 중요하다면
그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혹, 하루이틀짜리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 왔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저 잃어버린 4개월의 안팎에서 매일매일 '중요함'의 불요불급함을 얼마나 외쳤는가..
또, 오늘 내일 아니면 시장이 끝날 것처럼 얼마나 많은 챠트와 이론을 들이댔는가?
대체 얼마나 많은 챠트와 이론들이 고장난 시계 뒤로 숨어들었는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총 3권이다.
겨우 한권을 읽고 세상을 다 아는 듯 혁명을 꿈꾸는 어리석음은 얼마나 얄팍한가.

 

전 지구적 투심이 우상향으로 돌아선 지금.
예컨데, 몇권의 챠트책과 맞바꾼 당신의 눈빛은 시장의 약점을 집요하게 찾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대세를 가늠하는 당신의 총기를 흐릴 것이다.

 

기술적 분석을 동원할 날들은 새털같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강력한 상상력이 깃든 전 지구적 확신을 즐겨야 할때.
기술적 분석을 버려라.

 

우리는 저 잃어버린 4개월에 많은 것을 묻었다.

빅5의 IB를 해체하거나 몇 몇은 강력본드로 붙여버렸다.

빅3의 자동차는 사실상 해체당하거나 고철로 팔렸다.

30년전의 케인즈가 무덤에서 걸어 나온 그 자리에 리먼과 미네르바를 합장했다.

이 외에 더이상 새로울 것이 뭐 있겠는가.

혹, 있다면.. 익숙하게 묻으면 될 것.

 

장미빛으로 시장을 보는 것만이 자만은 아닐 것이다.
시장을 온통 비관 일색으로 대하는 것 또한 자만이다.

 

덧붙여,
하방의 일방통행만이 비관은 아니다.
시장은 원래 적당한 텐션으로 움직인다.
당신이 시장의 사소한 호흡도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가볍다면,
시장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그릇을 비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