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급속히 회복세 보이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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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경제가 급속히 회복세 보이는 진짜 이유

 

 최용식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 겸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 원인을 찾아내는 일은 어느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현재 전개되는 과정과 장차 벌어질 일을 가늠이라도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경제전문가들이 너도나도 그 원인을 찾기에 분주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올해는 국내 경기가 지속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봤는데, 갑자기 회복세를 보이자 당황했고, 그 이유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그들이 찾아낸 원인은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이었다. 정부도 이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그럼 이런 원인 분석이 과연 맞을까? 아니다, 이런 잘못된 원인 분석은 향후의 경기 흐름을 내다보는 데에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지금보다 더 심각한 경제난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아무리 탁월한 경제정책일지라도 경기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그럼 최근에 경기가 갑자기 회복된 올바른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과정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2008년 4/4분기에 기록한 -20.6%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어떻게 나타났던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장률이 1년 내내 계속되었더라면 올해 국내총생산은 1/5이 한꺼번에 사라질 판이었다. 그만큼 2008년 4/4분기의 경기 하강은 급속했다. 그렇다면 이런 급속한 경기 하강이 왜 일어났는가를 파악하는 일은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국내 경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 꾸준히 하강해왔다. 2007년 4/4분기 성장률은 6.6%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2008년 1/4분기와 2/4분기에는 각각 3.2%, 3/4분기에는 2.0%로 떨어졌고, 4/4분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려 -20.6%까지 뚝 떨어졌다.

 이런 경기하강에 대해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과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경기후퇴를 그 원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원인 분석부터가 틀렸다. 세계적인 경기후퇴가 국내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경로는 수출 감소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수출증가율은 2008년 9월까지 평균 22.6%를 기록함으로써 최근의 다른 어느 해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물론 4/4분기부터는 수출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10월에는 7.8%에 불과했고, 11월과 12월에는 오히려 크게 감소하여 각각 -19.5%와 -17.9%를 기록했다. 그럼 4/4분기의 급속한 경기후퇴는 이런 수출 감소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국내 경기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것은 ‘우리 돈으로 환산한 수출’인데, 이 증가율은 10월과 11월에는 각각 56.1%와 57.1%를 기록함으로써 다른 어느 때보다 높았고, 12월에도 21.3%를 기록함으로써 호조를 지속했다. 따라서 세계 금융위기가 국내 경기를 하강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경기를 하강시킬 다른 변수들의 급격한 변동은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오직 환율만 크게 변동했다.

 지난해 7월말 1,009원이었던 환율이 8월말에는 1,082원으로 올랐고, 9월말에는 1,188원까지 상승했다. 10월부터는 더 빠르게 상승하여 월말에는 1,291원을 기록했고, 11월말에는 1,483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의 이런 급상승은 국내 은행과 기업이 빌려온 외채에 환차손을 일으켰다. 예를 들어 외국 자본 1억 달러를 2007년 연평균 환율인 929원에 들여왔다면 우리 돈으로 929억 원을 환전할 수 있었는데, 2008년 11월말에는 1,483억 원을 갚아야 하는 꼴이었다. 이자를 제외하더라도 원금의 거의 60%를 더 갚아야 하는 셈이었다.

 2008년 상반기 말의 국내 은행의 대외채무는 1,273억 달러였고, 민간기업의 대외채무도 1,111억 달러에 달했으므로, 그 환차손이 얼마나 컸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엄청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외채를 서둘러 갚아야 했다. 외국인 투자 역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서둘러 탈출했다. 결국 국내 금융시장은 극심한 신용경색을 겪어야 했고, 이것이 국내 경기의 급속한 후퇴를 불러왔다. 일반적으로 금융변수들의 경기변동에 대한 영향력은 다른 어느 경제변수보다 민감하고 더 강력하다. 세계사적으로 경제공황들은 예외 없이 금융위기를 수반했던 것만 보더라도 이점은 틀림없다.

 올해는 1/4분기 성장률이 0.4%를 기록함으로써 국내 경기가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말의 경기하강과 마찬가지로 이번의 경기상승도 금융시장의 호전이 빚어낸 결과이다. 비유하자면, 우리 경제가 지하 21층에서 한달음에 지상으로 올라온 셈인데, 국내 경기의 이런 급상승의 원인은 지난해 연말부터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되찾았던 데에 있다. 물론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한 때 1,600원을 위협했지만, 그 기간은 비교적 짧았다.

 

 그 뒤부터 환율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시장참여자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환차익이 기대되었고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국내에 들어왔다. 당연히 국내 금융시장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특히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눈에 띄었다. 신용경색이 풀리면서 경제활동도 더 활발해졌으며, 경기도 빠르게 회복되었던 것이다.

 그럼 향후의 국내 경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그것은 앞으로도 환율 동향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면 경기상승은 지속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올해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 국내외 연구소들이나 경제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성장률의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런 정도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정책당국이 환율을 1,200원 대에서 기어이 방어하려고 한다면, 환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고 이에 실망한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서둘러 외국으로 탈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국내 금융시장은 또 한 번 신용경색을 당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경기가 다시 급강하할 수도 있다. 물론 정책당국이 환율을 방어한다고 해서 환율 하락을 막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장차 환율이 충분히 하락한 뒤에는 외국자본이 다시 이탈함에 따라 경기가 급강하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