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는 지나갔다
환치기의 일격에 넋이 나간 코스피
오늘 현물과 선물에서 뽑힌 장대음봉은 지난 7월 13일, 그리고 8월 17일과 꼭 빼닮아 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그제, 어제, 오늘 3일동안 외인의 대규모 포지션 변화의 반복은 볼만했는데.
사상 12번째 규모의 매수 우위를 기록한지 하루만인 어제, 순매수 포지션의 절반 이상을 축소시키더니,
오늘은 그제 매수분 이상을 내동댕이 쳤다.
대체 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최근 급 반전된 환율 변동성 확대를 틈타 단기 모멘텀을 노리고 들어 온 핫머니의 짧은 베팅이 훑고 간 흔적이라고 추측된다.
차익거래에서의 매물 출회의 부정적인 변수, 최근 3거래일간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는 글로벌 궤적의 음울한 무드도
좀 더 환차익에 골몰할 그들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벌어 주지는 못했으리라.
대규모의 매수 우위를 기록한지 하루만에 순매수 포지션의 절반 이상을 축소시키면서 차익거래 환경이 악화됐던 점.
외인 포지션 설정을 뒷받침할 호재가 없었던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결제잔고가 급증과 급감을 반복됐던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외인 매매는 달러약세가 강세로 돌아서는 극적인 단기 모멘텀을 노린 핫머니의 환치기가 유력해 보인다.
최근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내외 무드에서도 그나마의 추세를 근근히 유지한 코스피.
그간 얼마간의 현물비중을 확대해 온 외인이 저 추세의 중심에서의 역할로 강한 하방경직성을 유지하며 저점을 높여 왔었는데,
한방을 노린 핫머니의 일격에 그대로 넉다운 된 것.
폭우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므로 내일부터 코스피는 글로벌 궤적이 그려내는 무드와 상관없이 종전의 수급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꼭 내일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주말까지 한두개의 장대양봉은 필연적이다.
코스피의 펀더멘털이 달라진 것은 없다.
현단계 시장은 박스권 상향 돌파를 향한 기존추세 복귀를 기대하는 강세마인드,
그리고 상승 에너지 약화 내지는 소멸에 포커싱된 약세마인드의 심리적 싸움이 치열한 양상이다.
그러므로 저 핫머니의 장난질만 아니라면, 아직은 어느쪽으로도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저점의 상향 조정 에너지가 꾸준하므로 중기적으로 양호한 조정무드를 보이고 있고
수급적인 측면에서 외인의 지속적인 주식비중 확대가 유지되고 있으며, 펀더멘탈 측면에서 급속한 위축을 예상할 만한
결정적 환경변화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선물옵션 시장이 고유의 가격발견 기능을 잃어버렸고, 따라서 수급의 주도권이 현물시장의 외인에게 있다는 점은 아직은 중요하다.
눈치못채는 사이에 다시금 슬그머니 약세로 돌아 설 달러가 환율의 변동성 축소를 예약하며 점진적 하락을 유도할 것인데.
그러므로 IT,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의 강세가 기존추세 복귀를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며,
대체 갈 곳이 없는 달러자금 또한 명실공한 수급의 메이저로 다시금 복귀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