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Way Ti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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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미 월스트리트 심장부에 칼을 꽂다

현단계 지구촌은 3년 전 금융위기와 진배없는 공포와 패닉에 휩쓸리고 있다.
그까이꺼 공포와 패닉을 어디 한두번 겪었는가.
물론 우리 모두는 2008년 금융위기 후 벌어진 실전에서 크고 작은 고지전을 수차례 치룬 백전용사들이다.  

하지만, 개미 형제들이여..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모종의 반전과 살벌한 도륙을 감당하기엔 이제 너무나 벅차 보인다.

 

지난 3년여의 공든탑이 무색해질 만큼 최단기간에 진행된 굵고 짧은 저 단말마의 패닉은 다음 두 가지의 배경으로 요약된다.
먼저, 미 역사상 최초로 의회에서 "미의 디폴트"를 공식적인 도마위에 올려 도박을 벌였다는 점,

그리고 누가봐도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미 S&P사의 팍스아메리카 신용등급 강등이 그것이다.
이는 자국의 폐부를 무기삼아 벌이는 정치적 도박은 어떤 이유로도 금기시 해왔던 미 의회의 전통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았던 자타공인 신뢰의 자존감에 결정적 흠집을 낸 역사적 사건에 다름 아니며,

거기에 S&P의 70년 만의 자살골은 추락해가는 과거의 맹주 팍스아메리카의 숨통을 죄는 일발필살의 결정적인 타격의 장면인 것.
그야말로 누가봐도 근엄한 청교도 집안에 부부싸움에 패륜까지.. 그야말로 기울어 가는 가세가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다.
예컨데 가히 패륜이라 여겨도 좋을 S&P의 미 신용등급 강등은 시장자본주의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인데,
이는 금융위기 후 크고 작은 위기 때마다 그나마 비빌 유일한 언덕이 자고나니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지난 3년 간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식하게 우상향을 그려 온 거대한 물줄기의 흐름을 바꿀만큼 강력해 보인다.    


과거 반세기 동안 미 달러는 방향이야 어떻든 지구촌 금융질서를 직간접으로 구축해 온 지구촌 경제의 핵이다.
하지만, 최근 위와같은 두가지 관점의 결정적 펙트로 철옹성 팍스아메리카의 자존감과 위상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상황에서,
리더를 잃은 지구촌 경제는 리더의 부재에 의한 무정부와 혼란으로 적지않은 시간동안 상실과 혼란의 시기를 맞을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지구촌 경제를 운영하고 통제해 온 유일무이의 수단인 달러의 금치산 확정판결이 때려졌기 때문이다.
올 것이 왔을 뿐이다.. 다만 미쳐 준비하지 못한 시간에 너무 빨리 들이닥쳤을 뿐.  

 


S&P, 트리핀의 시나리오에 결말을 요구하다
트리핀 딜레마는 재정적자의 누적으로 성장해 온 미국 경제의 치부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나리오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미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미 의회는 이 심각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적자가 누적된 상태에서 미 경제가 얼마나 버틸지,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설 경우 누가 국제 유동성을 공급하느냐였다.
당시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이 미 의회 연설에서 이 문제에 관해 증언했는데,
미국이 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지구촌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지만, 그러나
적자 상태가 지속되어 미 달러가 공급과잉이 되면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기축통화국 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가 저하되고,

따라서 결국은 고정환율제도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당시 고정환율제의 붕괴는 곧 달라의 휴지화를 의미하며

기축통화로서의 파국을 의미한다.


그와같이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한마디로 문제해결 방법이 없다는 의미에서‘트리핀의 딜레마'가 생겨났다.
이후 트리핀 교수는 미국이 결국 누적되는 경상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새로운 국제 유동성을 창출할 수 밖에 없을거라는
임시방편의 불가피한 해결책을 예측했는데.
미국이 1960년 후반까지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 지속되며 개선의 여지가 묘연해지자,
마침내 1971년, 닉슨의 이른바 '닉슨쇼크'로 명명된 금태환금지선언으로 달러 윤전기의 고속화 시대를 활짝 열게된다.
중앙은행의 금고 보유분에 얽매이지 않는 달러의 발권력은 기축통화의 패권을 무기삼아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트리핀 교수의 딜레마를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던 국제 유동성 창출은 트리핀 교수의 예측대로 그렇게 시작된 것.
이후 미국은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국채발행으로 메우고, 따라서 발행된 채권 만큼의 달러를 찍어낼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결과적으로 지구촌은 국제 유동성 공급 과잉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금융버블의 탄생 배경이 되었으며,
이렇게 빚으로 성장을 구가하는 미 경제의 역설이 만든 풍부한 국제 유동성은 선진국 이머징 가릴 것 없이
지구촌 전체의 외형적 경제 성장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과거 반세기에 걸쳐 윤전기로 세계를 제패했던 맹주는 이제 창피한 줄 모르고 대놓고 집안싸움을 드러 낼 정도로 절박해 졌다.

미 의회에서 디폴트를 공공연하게 떠벌린 끝에 겨우 쥐 오줌 만큼 구걸한 시한부 한도를 쥐고 안도를 하는 것이 미의 현실이다.
미 의회는 현금서비스의 한도가 더 이상 증액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달러를 찍어 낼 것인가를 묻고 있고,

한술 더 떠 S&P는 유동성의 확대 재생산이 막힌 한물간 시스템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공격적인 리포트를 쏟아 내고 있다.
S&P는 태생부터 달러의 파국을 명시했던 트리핀딜레마가 마침내 외길 수순의 결말로 향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위기는 미 금융공학의 시스템적 오류가 아닌, 미 경제의 핵인 트리핀의 딜레마 붕괴에 타겟팅 
미국의 빚잔치에 의한 지구촌 경제의 과도한 성장은 특히 1987년부터 2007년의 20년에 걸쳐 집중됐는데,
미 중앙은행(FRB)이 지구촌 경기 사이클을 좌지우지 하며 통제하고 제압하는 형태의 이른바 '골디락스 시대'의 구가가 그것이다.
골디락스는 미의 만성적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점을 통화팽창의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하려는 FRB의 소모적 팽창정책의 결과물인 것.
무려 20년에 걸친 지구촌의 저 전방위적인 경이적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절묘하게 억제되었던 골디락스의 이면에는
FRB의 과도한 팽창정책에 근거한 신용의 무한 공급이 있었던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집중된 저금리의 골디락스 시대에서 자산가격 상승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 지구촌에 마치 경제성장이 무한할 것 같은 지배적인 소득 착시효과를 일으켰는데,
이러한 악순환은 과대 소비, 과다신용에 의한 부동산 대출, 그리고 과도한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순환적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하지만 한정된 지구촌의 실물경제에서 유효수요 또한 시스템적 한계가 있는 것.
마침내 2007년을 기점으로 유동성에 근거한 신용팽창의 버블 붕괴에 이은 자산 버블의 붕괴가 뒤따르면서
흥청망청 젖과 꿀이 흐르던 골디락스의 시대는 2008년 금융위기로 종말을 맞았다.

 

그후 다시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금 당시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그러나 이번엔 진원지가 미 금융공학의 시스템적 오류가 아닌, 미 경제의 핵인 트리핀의 딜레마 자체의 붕괴라는 점이다.
최근 미 의회가 작정하고 보여준 더이상 재정적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사실상의 양적완화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또, 영원한 기축통화 달러는 이미 수십년 간 맥시멈으로 집행된 양적완화의 한계상황에서 누적된 결과도 그렇지만,
S&P의 패륜적 자살골로 자고나면 프리가 녹아 있을 정도로 기축통화로써의 신뢰를 빠르게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다.

 

 

One Way Ticket - 더 이상의 인저리 타임은 없다

2008년 이후 얼마전 까지 상방에 올인 한 쟈끄리느의 근거는 미 시장자본주의의 진화능력과 제왕적 허세의 유효기간이었다.
그 중 허세의 유효기간은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삼척동자의 속담이 아니다.
썩어도 준치의 카리스마로 그나마의 달러 헤게모니를 얼마만큼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른 프리미엄의 유효기간이 그것인데.
사실상 그 한계치에 대한 의심과 신뢰의 저울질이 지난 3년의 지구촌 궤적은 아니었을까.
적어도 지난 3년은 골을 먹은 만큼 만회골을 넣을 수 있는 허락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중, 인저리 타임 직전에 터진 S&P의 쐐기골은 더 이상의 만회 의지를 상실케한다.
연달아 터진 미 의회와 S&P의 결정타로 오뚜기 미국식 자본주의의 금융산업은 회복불가의 심각한 내상이 불가피한데,
이는 실물경제와는 상관없이 트리핀의 딜레마에 기생해 온 금융산업의 사실상의 몰락을 확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현단계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 될 것이며,
그것은 팍스아메리카의 제왕적 허세에 편승했던 모든 자산에 전방위적인 댓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머징 주식시장을 직간접으로 타격하며 유린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인데,

어차피 잡아놓은 고기인 것.. 규모와 기간은 그들 꼴리는대로 일 것이다.
지금부터의 투자는 살아 돌아 올 가능성이 희박한, 아니면 언제일지 기약 조차없는 "원웨이티켓"을 사는 일과 같다.

 

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최근의 사태를 진정시킬 처방과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주가는 불안을 타고 오르며, 시세는 언제나 대중의 뒤안길로 간다.. 같은 말도 때에 따라 약이 되고 독이 되는 것.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야 뻐팅길 것 아닌가. 도무지 비빌 언덕이 묘연하다.
현단계에서 최선은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을 포함한 손실을 확정하는 일이다.
속은 쓰릴지언정 반에 반 토막이라도 건져 놓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떠나거나, 살아남거나 그 어느쪽도 One Way Ticket 만큼의 참담함은 아닐 것.   

 

 


팍스넷 쟈끄리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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