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단상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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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 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기적'이 일어날 것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모험 끝에는 허망이
여행 끝에는 피곤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을 잘 안다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 버리고 싶은 갈망
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것이다

 

먼 곳에의 그리움(Fernweh)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텅빈 위(胃)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을 곳이 아닌 다른 곳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포장마차를 타고
일생을 전전하고 사는 집시의 생활이
나에게는 가끔 이상적인 곳으로 생각된다

 

노래와 모닥불과의 춤과 사랑과
점치는 일로 보내는 짧은 생활, 짧은 생

 

내 혈관 속에서 어쩌면 집시의 피가
한 방울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혼자 공상해 보고 웃기도 한다

 

내 영혼에 언제나 고여 있는
이 그리움의 샘을 올해는 몇 개월
아니, 몇 주일 동안 만이라도 채우고 싶다

 

'너무나 막연한 설계'
아니 오히려 '반설계'라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플랜은
그것이 미래의 불확실한 신비에 속해 있을 때만
찬란한 것이 아닐까?

 

동경의 지속 속에서
나는 내 생명의 연소를 보고
그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만으로 메워진 삶을
내년에도 설계하려는 것이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아마 유일의 선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전혜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中에서 -

 

 

 


투자자의 일상이란 집시와도 같단 생각을 하네요
특정한 곳에 애착하다가도
어느 날 홀연히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일지둥...

 

한동안은 모든 걸 송두리채 잊고
편안한 나만의 휴식 공간을 만드는 건
어떠한 위로와 믿음의 세계에 의지하는 거보담
한층 의미있는 일이 아닐지?

 

산다(Live)는 건 죄악(Evil)이라는
역설은 잠시 접어둔 채 말이죠...

 

 

 


팍스넷 소피의세상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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