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측의 협상 결렬 선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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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측의 협상결렬선언 이후... 이제야 의문이 풀리네요...

쌍용차 사태의 초기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정리해고를 하면 쌍용차는 회상 가능성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해고에 성공하던 성공하지 않던 회생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였습니다. 미국의 유수 자동차 회사들도 쓰러져 나가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생산량을 줄이는 마당에 국제시장에서는 듣보잡에 가까운 쌍용차가 현대/기아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만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건 얼핏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사측은 계속해서 정리해고에 집착했습니다. 하다못해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 요청이라도 해야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사측의 해법은 정리해고 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초점은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측과 사측의 충돌로 맞춰졌고... 사측이 협상 결렬 선언을 한지 하루... “노조의 극한 저항으로 살릴 수 있던 인원마저 살리지 못하고 다 죽게 되었다.”라는 그들의 논리가 펼쳐지고 나니... 이제야 처음에 들었던 의문에 답이 보이는 듯합니다.

정부와 사측은 처음부터 청산의 명분을 찾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노조를 빼도박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밀어 넣고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지울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한거죠...

정부는 쌍용차가 파산하게 되면 상하이 자동차에 쌍용차를 팔아넘긴 것이 이전 정부에서 이루어 졌든 지금 정부에서 이루어졌든 비난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이미 론스타 먹튀로 한국 정부가 외국 사기업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이미지가 국민들 사이에 퍼져있는데... 정부 주도로 상하이 자동차로 넘어간 쌍용차가 기술만 빨아먹히고 먹튀를 당했다고 한다면 상하이 자동차 하나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해지고 이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공기업민영화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 밖에 없습니다.(공기업을 민영화해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건 이명박 정부의 기본 정책이기도 하고, 현 국가 재정 상황 상 공기업 주식 매각을 통한 단기적 재정적자 축소 압박이 있기 때문에 현 정부는 향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할 때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감으로 외국 자본에는 팔지 않겠다는 언급을 직접적으로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외자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큽니다. 그리고 이런 반감이 더 커지는 건 이후 이명박 정부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으니... 정부는 어떻게든 이번 쌍용차 사태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쌍용차를 작살 냈다고 덮어씌울 누군가가 필요했겠죠...

사측은 눈뜨고 상하이차가 하는 짓들을 그저 바라만 보면서 월급 타먹고 있었다는 비난을 피하고 싶었겠고, 채권단들이야 어차피 담보는 다 잡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발빼서 수익률 좋은데로 가고 싶었을 테고...

그래서 머리들 썼겠죠... 어떻게 해야 노조가 끝까지 지랄을 할까? 상식적으로 그들이 진정 인건비 절감이 목표였다면 정리해고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선택지 중 최악의 것입니다... 뻔히 노사 충돌이 예상되고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걸 모를리 없으니까 말입니다... 순환무급휴직은 노조가 아니라 오히려 사측에서 내놓았어야 할 방법입니다... 정부는 대졸초임 낮춰서 일자리 늘리자는 발상을 하는 집단이 어째서 이번 쌍용차에는 그 논리를 적용하려 하지 않았을까요? 쌍용차 노,사 양측에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못하겠으니 임금 낮추고 작업시간 좀 줄여서 나머지 시간에 알바를 하든 노가다를 뛰던 알아서 하라고 중재하는게 지금 정부의 당연한 선택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사측도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끝까지 정리해고를 포기하지 않았고, 정부는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이지경 까지 만들어 왔습니다...

정리해고... 멀쩡한 가장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현재 경제 여건상 재취업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노조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죠... 아마 예전 대우차 사태처럼 상황이 번져 나가리란 것을 정부도, 사측도 알았을 겁니다... 그걸 알았기에 오히려 정리해고를 끝까지 고집했겠죠... 살릴 수 있는 회사 노조가 죽였다고 말할 구실이 필요했으니까...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쌍용차 정말 살릴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청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그 상황에서 자신들은 화살을 피해가고 싶었겠죠... 그렇기에 가진 것 많고 머리좋은 양반들의 시나리오에 의해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 졌겠죠...

정부와 사측이 회사 하나를 잘못 팔아치워서 죄송하다고, 경영을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지금 와서는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솔직하게라도 이야기한다면 그들이 이렇게 까지 가증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꼭 쌍용차 노조를 지켜야 합니다... 지켜야 한다고 해서 쌍용차 공장에 가서 공권력을 몸으로 막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쌍용차 노조가 무조건 잘 한거라고 지지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최소한 노조가 회사 말아먹었다는 논리에는 동의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협상결렬, 물리적 진압 이후에 조중동이 펼칠 논리는 아마 노조가 몇 명 살려보겠다고 난리 치다가 다 죽게 됐다는 식으로 노조가 비합리적이다 라는 식이 거나 아니면 노사 양측 모두 양보를 할 줄 몰라 사태가 이지경이 되었다 라는 식의 양비론 일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우리 대다수 이런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그 화살은 다시 언제라도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문: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938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