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 위약효과? -샤프슈터님의 시황.

“표 있어요!”

“얼마에요?”

“1만5000원이요!”

조금 인기 있는 영화를 보려면 그 앞을 서성이는 암표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라고 한다. 뭐..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꼬깃 꼬깃 축축하게 늘어진 1000원권 다섯 개를 거슬러주고 황급히 총총걸음으로 사라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통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단한 삶을 이해하려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가운 이목을 감수하고 손에 거머쥔 만 오천 원은 아이들 학비가 되어야 하고 목구멍에 거친 밥 한톨이라도 넘길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온통 판단 기준을 흑백논리로만 맞추려 한다. 그 가치판단의 기준은 어려서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의해서 언제나 기계적으로 정당성의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일반인들의 눈에 비친 암표상들의 행위는 그냥 나쁜 것이다. 그럼...배가 고프면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확 죽어 버리란 말인가? 과연 그것이 정의가 될 수 있는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실이 표면으로 보이는 것이 내면과 전혀 다른 경우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단순하게 겉 표면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일반인들에게 그저 공식처럼 암표상은 추악한 범죄자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볼 때 눈을 절반 쯤 감고 있으면 아주 드물게 그 내면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러화의 종말에 대해 주장했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달러화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은 달러화의 미래에 대해 보이는 것과 내면의 것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위약 효과(Placebo Effect)

지금 시장은 강력하게 상승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시장이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나 펀더멘틀리스트의 눈에는 현재의 주가 상승은 그저 베어마켓 랠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장 올해 3~4분기에 많은 기업들이 도산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은행들이 실적이 좋게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을 하지만, 그건 이전에 거론했듯이 진정한 실적의 개선이 아니라는 것을 펀더멘틀리스트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기치 못했던 주가의 상승에 무척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일단 펀더멘틀리스트의 생각을 추측해보자. 펀더멘틀리스트가 보는 지금 시장은 결코 오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웰스파고가 실적이 좋게 발표될 것이라고? 천만에....그건 맞지만 정말 실적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펀더멘틀리스트들은 잘 알고 있다.

여러분들은 기억을 하시겠지만 얼마 전에 미국은 회계기준을 바꾸었다.

하나는 우선주에 대해 자기 자본으로 인정을 하겠다는 것과 더불어 다른 하나는 시가 평가제를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우선주는 사실상 부채에 속한다. 주식은 실적에 따른 배당을 주게 되어 있지만 우선주는 마치 채권과 같이 일정한 이표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은 분명 우선주...즉 주식이기 때문에 일정한 이표가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나가게 된다.

결국 일정한 아웃플로가 반드시 생긴다는 점에서 채권이나 마찬가지인데 시장은 단지 우선주라는 겉모양에 치중한다.

예를 들어서, 간첩과 스파이는 같은 말이다. 하지만 간첩...그러면 왠지 무서워 보이고 스파이...라고하면 왠지 근사해 보인다.

많은 금융사들이 재무제표를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채권을 발행하는 대신 우선주를 발행하게 했었는데, FASB 즉 미국 재무회계 기준 위원회에서 얼마전 우선주를 부채로 봐야 한다는 결정을 잠시 미루기로 결정을 했다.

즉 원래 채권인데 그것이 자본금으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서류상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실제로 변한 것은 전혀 없었다.

시가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미 쓰레기가 되어 버린 채권이 1년 이상의 만기가 남아 있다면 그 채권은 장부가로 표시할 수 있었다.

시가평가제는 1년 이상의 만기가 남아 있더라도 투명하게 그 채권의 가치를 그대로 표시하자는 것이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투명성을 보장하자는 것이 취지였는데 그것을 유보하기로 FASB에서 결정을 해버렸다.

이 두 가지의 결정은 당장 손실로 표시해야 하는 상당한 자산이 손실이 아닌 것으로 포장되게 되고 상각을 할 필요가 없으니 없던 이익이 생기게 된 것이다.

즉, 웰스파고는 이익이 정말로 생긴 것이 아니라 손실이 감추어져 이익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실체도 없는 뉴스에 열광하고 있다고 펀더멘틀리스트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아무것도 변한 것 없고 단지 이름만 변한 것으로 얼마나 상승할 수가 있겠냐는 것이 바로 펀더멘틀리스트들의 생각일 것이다.

지당한 주장이다. 그런데...이러다 보면 정말로 병이 낫는 경우도 있다. 혹시 위약효과라고 들어보았는가?

새로운 위암 치료제를 어느 제약회사에서 만들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 약에 대한 최종적인 임상실험 데이터가 필요하고 제약회사는 실제 환자의 신청을 받아서 두 집단을 나누어 한쪽은 진짜 약을 투약하고 다른 한쪽은 가짜약을 투약한다. 어느 정도 가시화된 데이터를 얻게 되면, 즉 진짜 약을 받은 쪽이 더 호전되고 있다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그 약은 식약청의 허가를 얻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가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가짜 약을 받은 사람 중에서 병세가 실제로 호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약을 받은 사람은 그 약이 가짜약이라는 생각을 감히 하지 않게 되고 그 믿음이 정말 위암에 걸린 사람을 낫게 하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위약효과라고 한다

시장이 열광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면 기업들은 투자를 늘릴 수 있고 그 때문에 죽어가던 경기가 정말로 살아날 수도 있다. 경기는...심리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으면 정말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원리원칙을 들이 대면서 결코 이런 이런 이유 때문에 언제나 주가가 못 간다고 목에 힘줄이 돋을 정도로 주장하는 것은 조금 성급한 단정이 될 수 있다. 위약 효과로 인해서 시장은 정말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