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에 100억원 번 슈퍼개미 김정환 씨



“작전세력은 차트로 개미 유인 기업 재무제표에 주목해야”

김정환(40) 밸류25 대표는 신세대 ‘슈퍼개미’다. 30대 초반 종잣돈 7000만원을 밑천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불과 7년 만에 이 돈을 무려 100억원대로 불리는 데 성공한 ‘전(錢)’의 고수다.

워런 버핏식 ‘가치투자’를 살짝 비틀었다. 재무제표를 중시하면서도 장기투자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재다신약’의 사주 덕분일까. 2년 전 창업한 금융상품 총판 회사도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직원 수도 150여명으로 불어났다. 
그런 그는 요즘 미국의 재벌가문인 ‘로스차일드’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을 읽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음모론의 출발점이다. 
20세기 들어 발발한 두 차례 세계대전은 이 가문의 음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일부 사가들의 주장이다.

정교한 시나리오를 ‘씨줄’로 그리고 막강한 재력을 ‘날줄’로 희대의 사건을 기획한 세계사의 숨은 주역이 로스차일드가이다.

김 대표는 로스차일드 관련서를 읽으며 장삼이사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보이지 않는 제3자를 떠올린다.

전국시대의 상인인 여불위는 조나라에 볼모로 와 있던 진나라의 귀족을 왕으로 만들어 훗날 이 나라의 재상이 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이들의 치밀함에 주목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로 여불위나 로스차일드가 되고 싶은 이들이 있다. 
강남이나 여의도에 있는 ‘부티크’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들은 바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작전세력’이다. 
“소형 부티크는 강남에만 수백여 개가 활동 중입니다.”

물론 모든 부티크가 작전에 연루된 세력은 아니다. 
기업 인수합병이나 BW(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 유상증자를 알선해 주거나, 아니면 헤지펀드처럼 투자에 주력하는 ‘부티크’들도 적지 않다. 
임직원 수는 2~10여명 수준이며 이들이 굴리는 자금 규모는 대개 100억원대이다.


1000억원 이상 굴리는 전주도 있어
부티크를 대표하는 이는 바지사장인 경우가 많으며, 전주들은 대개 따로 있다. 
김 대표는 1000억원 이상을 굴리는 최상위 전주도 있다고 귀띔한다.

최상위 전주들은 중간 전주를 통해 시장에 돈을 공급한다. 
항상 대리인을 앞세워 돈을 굴리며 신분을 노출하는 법이 결코 없는 이 세계의 절대자들이다.

중간 전주 밑에는 다시 회장급에 해당하는 전주들이 있으며, 이 회장급 전주들이 부티크들과 연락책 역할을 담당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 전주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도 은밀한 움직임 탓이 크다.

문제는 부티크 종사자들 중 일확천금을 노리고 탈법행위를 하는 ‘작전세력’들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작전의 백미(白眉)는 ‘주가 조작’이다.

작전세력들은 투자자들을 자신들이 만든 판에 끌어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인생역전을 꾀한다. 
고도의 지적게임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부티크의 10% 정도가 바로 작전의 ‘아지트’라고 진단한다. 
“그들은 투자자들의 속내를 손금 보듯 파악하고 있어요.” 역할 분담도 철저하다.

전체 판을 꿰뚫어보고 전략을 짜는 설계사가 있고, 이들에게 판돈을 대주는 전주도 등장한다.


작전세력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을 손금 보듯 꿰고 있어요. 
‘골든크로스’나 ‘흑오병’ 등 차트에 일희일비하는 개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차트도 마음먹은 대로 조작하는 것이 그들입니다.


부티크 10% 정도가 작전 아지트
그리고 일확천금의 꿈에 눈이 먼 개미 투자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이는 기술자들도 있다. 
차트 기술자들은 그래프를 보기 좋게 만들어내는 차트의 귀재들이다.

주식을 사고팔며 ‘골든크로스’나 ‘흑오병’ 등을 만들고, 때로는 특정 기업의 인수합병(M&A) 루머를 퍼뜨려 시장을 교란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관리감독 수준이 높아지면서 작전이 발을 붙이기 어려워졌다고 강변한다. 
김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늘어 작전 성공률은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작전세력은 엄존하며 그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작전 성공률은 예상보다 높지 않습니다.

성공률이 높다면 부티크들은 대부분 작전에 매달릴 거예요.” 
김 대표는 작전 성공률이 전체 시도 건수의 10%도 채 안 될 것으로 진단한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세력과 변수들을 다 통제하기에 시장이 복잡해졌다.

김 대표는 UC아이콜스의 사례를 들었다. 
작전주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이 종목의 작전에 투입된 자금 추정치만 1000억여원.

작전 세력의 자금동원 규모만 이 정도이며, 이 회사에 속아 투자한 일반 세력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추산이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남기고 상장폐지된 이 회사는 하지만 작전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하다.

작전세력에 작전을 거는 세력, 그리고 개미투자자, 기관투자자 등이 속속 가세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던 작전세력이 판세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던 것.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작전에 휘둘린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가 개미투자자들은 호재성 재료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배경이다. 
김 대표는 개미투자자가 입수한 정보는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웬만한 기관투자가들은 다 알고 있어 더 이상 정보의 가치가 없거나, 아니면 작전세력이 유포한 ‘미끼’가 그것이다.

이 평범한 사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또 개미들이다. 
차트를 맹신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기술적 분석에 등장하는 캔들차트, 이동평균선, 추세선, 갭 등은 말 그대로 참고대상일 뿐이다.

차트마저 조작하는 세력들이 부티크를 중심으로 암약하고 있는 것이 주식시장의 현주소이다.

한때 개미였던 그가 슈퍼개미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변형 가치투자’를 꼽는다.

김 사장은 알짜기업 발굴이라는 가치투자의 기본기에 충실하다. 
재무제표 분석이 투자활동의 첫걸음이자 금과옥조이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가르침이 맹목적 추종의 대상은 아니다. 
김 대표는 ‘크로싱 기법’을 중시한다. 
주가가 충분히 올라 가치투자의 매력이 떨어진 종목에서 돈을 빼내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여전히 낮은 종목을 사들이는 것이 그의 비법이다.

그는 될성부른 기업에 3년 이상 돈을 묻어두는 것만으로는 수익률을 크게 높이기 어렵다고 귀띔한다. 
그는 삼천리자전거의 사례를 든다.

재무제표가 탄탄한 이 회사는 녹생성장의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일찌감치 종목을 발굴해 매입했다.

가치투자자들은 대개 기업의 ‘꼴(재무제표)’을 투자의 금과옥조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꼴’도 번듯해야 하고, ‘끼(테마)’도 뒷받침돼야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성장가치, 배당가치, 자산가치가 뛰어나거나 또 뛰어난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에 주목하세요.

기업분석은 투자의 기초입니다. 
재료나 테마는 이 위에 올려놓는 보너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김 대표는 금융상품 판매 부문에서 터를 닦은 뒤 자산운용 분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성균관대를 나와 미 스탠퍼드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