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공세 美 FOMC 결정이 분수령 될듯

선물 대규모 매도로 프로그램 매물 쏟아져 코스피 급락

공포에 휩싸인 외풍(外風) 앞에 코스피가 힘없이 무너졌다.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9.17포인트(2.80%) 급락한 1360.54에 마감해 지난 4월 24일 이후 두 달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그동안 증시 하락을 막아주며 `백기사` 노릇을 했던 외국인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이날 외국인은 현ㆍ선물 시장에서 사흘 만에 동반 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폭을 키웠다. 특히 선물시장에서는 9818계약 매도 폭탄을 터뜨리며 3828억원 프로그램 매도 물량을 자극했다.

◆ 공포에 휩싸인 외국인 투매

= 이날 외국인 현ㆍ선물 매도는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 다우지수 8400선이 붕괴된 영향이 컸다.

기존에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시장에 기대를 뒤엎는 비관적인 신호가 울리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글로벌 증시 차익실현 욕구가 부각되며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2% 이상 동반 급락했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전날 11% 급등한 31.17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표면화되고 있다. VIX는 S&P500지수 옵션의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이 수치가 30을 넘을 경우 통상 시장 변동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그동안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와 외국인 선물과 연관성이 과거에 비해 부쩍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뚜렷한 증시 상승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악재에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돌발 악재가 나오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은행발 뉴스효과로 투자심리가 순식간에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기존 낙관론에서 보다 현실화한 시각으로 이동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 프로그램 매물 폭탄까지

= 최근 잦아드는 듯했던 외국인 선물 매도가 이날 다시 재개되자 시장에서는 종잡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외국인은 지난 만기일 이후 롤오버(이월) 물량을 합쳐 4만6000계약 넘는 선물을 매도하고 있다.

외국인 선물 매도로 베이시스(선ㆍ현물 간 가격차)가 악화되며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바스켓(대표종목 묶음) 매도가 발동하며 이날 포스코(-3.79%) LG전자(-3.06%) KB금융(-3.65%)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선물 매도가 집중됐지만 악재에 민감한 상황이라 향후 돌발 변수에 따라 추가로 매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로 워낙 선물이 저평가되다 보니 그동안 움직이지 않던 보험 등 투자 주체도 스위칭매도(선물 매수+현물 매도)에 나섰다는 점도 문제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현물을 보유했던 차익거래 인덱스 펀드들의 스위칭매도는 일단락됐다"면서도 "최근 인덱스 펀드만큼 주식을 들고 있는 보험 등 기관이 스위칭매도에 나서며 수급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거래 부진도 증시 급락을 부추겼다. 이날 코스피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4억8975만주와 4조8230억원으로 극심한 거래 가뭄이 지속됐다. 거래량이 줄면서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지수가 흔들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 FOMC 이후 시장 전망 엇갈려

= 증시 전문가들은 2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융통화정책이 증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성주 팀장은 "FRB가 미국 정책당국의 양적완화정책 기조를 흐트릴 만한 시그널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 및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적정금리 수준이 마이너스 권을 유지하는 등 기준금리가 변동될 확률은 낮다"면서 "확대된 유동성이 유지된다면 통화가치와 주가가 저평가된 아시아 이머징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약세를 확인한 후에는 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재차 반등할 것"이라며 "아시아 이머징에서 자원부국 등 대체투자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분산될 경우 수급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