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사 다음 관문은 신용카드 부실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지만, 미국 정부가 19개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뒤 미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많이 사라졌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 충격을 넘어선 미국 금융업계가 신용카드 여신 부실이라는 새로운 관문에 직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7일 발표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는 시험 대상 금융회사에서 최악의 경우 내년 말까지 모두 824억 달러(약 102조원)의 신용카드 부문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 포함됐다.

이 같은 예상 부실 규모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제시한 금융회사들의 확충필요 자본 746억 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테스트 대상 금융회사 중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캐피털원 파이낸셜의 경우 신용카드 여신의 20%정도가,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에서는 23%정도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신용카드 부실 여신 규모가 정부 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신용카드 채권의 손실 가능성을 판단할 때 일반 채권과 함께 구조화돼 은행 손실로 계상되지 않은 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이 부분을 포함하면 전체 금융업계에서 내년 말까지 발생하는 신용카드 여신의 부실 규모는 1천860억 달러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좀처럼 낮아질 줄 모르는 미국의 실업률도 금융업계의 신용카드 공포를 키우는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실업률과 신용카드 여신 부실율은 유사한 변동 양상을 보였는데, 지난주 8.9%였던 실업률이 10%를 넘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업계의 지난해 평균 부실여신 비율은 5.5%였으나 연말에 이 비율은 6.3%정도였다.

이는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진 2001년의 7.9%에 비하면 낮지만, 그때를 비롯한 이전의 경기침체 시기와 달리 지금 미국인들 중에는 현금화할 자산이나 퇴직금이 없어 일자리를 잃으면 신용카드 빚을 갚을 길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규제 장벽이 높아진다는 점 역시 신용카드업계에는 달갑지 않다.

지난달 미 하원은 신용카드 이자율의 소급 인상을 금지하는 등 카드 소비자를 보호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신용카드 소지자 권리법안'을 찬성 357대 반대 70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고, 상원은 이번주에 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의회가 카드업계 규제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