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인하 사실상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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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위기후 이어져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채권시장에서 나왔다. 이는 국고채금리의 상승국면(채권가격 하락)으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는 평가 손실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주가, 채권금리가 같이 오르고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경기회복 초기국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1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12일 열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2.0%에서 동결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매달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발표하는 채권시장체감지표(BMSI)에 따르면 응답자의 99.3%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 뿐 아니라 적어도 올해 안으로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기준 금리 인하를 멈추고 경제상황을 지켜보는 중립기조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통위를 앞두고 애널리스트 5인(박종연 우리투자증권, 박태근 한화증권, 박혁수 동부증권, 신동준 현대증권, 정성민 유진선물),펀드매니저3인(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손경수 동양투신운용, 오종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증권사 채권운용역 2명(김기호 미래에셋증권, A증권사 팀장) 등 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종결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3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4개월만에 상승 반전했고 향후 경기국면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반등하는 등 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급박하게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줄었다"며 "더구나 국제 원유가격도 재차 빠르게 상승하는 등 물가불안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동시에 양적완화 정책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는 "게다가 과잉 유동성 논란이 빚자 정부에서도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좌우를 둘러봐도 금리를 낮추거나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하는 정책을 뒷받침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말 극에 달했던 신용위기도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다. 신용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만기 5년 외평채 기준)은 한때 6.99%포인트까지 치솟았었지만 지난 7일 기준 1.79%포인트로 급락했다.

또 3년 만기 신용등급 'AA-'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차(신용 스프레드)는 1.56%포인트로 올 초 4.31%포인트에 비해 급격히 축소됐다. 기업의 신용 위험이 그 만큼 줄어든 동시에 국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는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인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강하게 상향 돌파하고 있어 국내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신용위험지표 역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어 안전자산을 매도하고 위험자산을 매수하려는 거래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 수준에서 금리가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범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더라도 현재 금리수준에선 만기보유(캐리)해도 투자 매력이 좋아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매수가 유입되면서 다음달까진 조금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유동성이 크게 늘어 과잉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한은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면서 돈을 흡수하고 있어 금리의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경기회복이나 통화완화 기조에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금리는 박스권을 보이면서 점진적으로 상승추세에 진입해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