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초인플레 경고음 잇달아… 우리는?

인플레 우려 되지만… "아직은 정책방향 바꿀 때 아니다"
섣불리 금리 인상할 경우 경기회복 발목 잡을수도
하반기 재정투입 축소땐 더블딥 가능성 배제못해
"경기회복 확인된 시점서 통화흡수 정책 시행해야"

지구촌에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부동산 가격 및 증시 하락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불안이 우려되고 인플레이션 경계 등으로 채권 금리는 연중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가 아닌데다 섣불리 조기 금리인상 등 정부가 정책 스탠스를 바꿀 경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경제정책 기조 전환은 경기회복이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갔을 때나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외 인플레이션 경계감 커져=도미니크 스트로스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세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지만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으로 향후 급격한 물가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스트로스 칸 총재는 "금융위기가 끝나면 급격한 물가상승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그동안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유동성을 어떻게 순식간에 흡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졸릭 총재도 "이제는 경기부양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면서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부양만 하게 되면 후유증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은 우리나라에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5.9%에서 지난달 2.7%까지 내려오는 등 한국 경제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기부동자금 811조원 논란으로 촉발된 과잉 유동성 문제와 부동산 및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가격 거품 논란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전면에 부상했고 최근에는 전세계 경기회복 조짐과 맞물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채권시장 역시 이러한 불안감이 반영돼 금리가 오르고 있다. 9일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01%포인트 상승한 연 4.03%를 기록,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외국인이 무차별적 매도에 나섰다"며 "당분간 금리는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걸림돌 되나=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국내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 투입도 약해질 게 뻔한데 섣불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면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경기회복 가도에 지뢰가 널렸다(Land Mines Pockmark Road to Recovery)'는 분석 기사에서 "물가상승이 급격히 심해질 경우 빠른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주택의 가치를 떨어뜨려 주식시장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3ㆍ4분기 이후에는 재정 쪽의 도움이 축소되고 유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성장 모멘텀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정책 스탠스 전환은 시기상조=당국이나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정책기조를 바꾸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장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 물가가 하향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이라는 게 가고자 하는 방향에 있어 선택의 문제이지 오지도 않은 상황을 두고 가정을 할 필요는 없다"며 "선제적 조치를 취하자는 주장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지금 상황에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최근 우려는 경기회복 단계에 들어갈 때 과도한 유동성이 유발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선제적인 경고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경기회복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잉 유동성을 우려해 섣불리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거나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통화환수정책은 경기회복이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섰을 때, 즉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되고 추세적으로 확인되는 시점에서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