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硏 주택대출↑ 카드버블 재연 우려

최근과 같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4분기에는 2003년 카드버블 붕괴 때처럼 가계신용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9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3.4%로 역성장했음에도 가계대출은 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1~7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인 22조6000억원으로 집값이 급등했던 2006년 같은 기간보다 8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연구소는 경기침체에도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배경으로는 △정책당국의 선제적이고 대폭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부동산 규제 완화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영업 확대 △가계 부문의 주택 구매 수요 증대를 꼽았다.

연구소는 가계부채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소비 진작 및 주택가격 급락 방지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가 과다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 신용카드 사태와 같은 버블 붕괴가 발생해 가계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분기와 같은 급증세가 지속되면 4분기 가계신용위험지수가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구소는 금융기관이 신용긴축으로 전환할 경우 '대출 확대→소비 증가'의 순환고리가 '대출 축소→소비 위축'으로 바뀌면서 가계와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증가는 기업의 투자 위축과 고용불안으로 연결돼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한국의 가계부채를 선진국과 비교한 결과에서도 증가속도와 수준 면에서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한국 가계의 부채수준을 나타내는 명목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2.1%포인트 상승한 78.3%인데 비해 미국은 전년도바 3.2%포인트 하락했다. 또 지난해 한국의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39.9%로 미국(133.9%)를 추월했다.

연구소는 한국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매우 높아 대출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점도 우려할 대목으로 꼽았다.

연구소는 "가계부채의 급증과 급격한 부채조정을 막기 위해 금리와 주택가격 측면에서 세밀한 대응과 정부 당국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대출이 크게 늘어나 주택가격이 급등할 경우 금리인상 이전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강화를 통해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가계대출 구조를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 중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영식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성장잠재력 약화를 막기 위해 지금부터 고가계 부채를 선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