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만 남긴 `스트레스 테스트`

미국 정부는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앞으로 약 2년간 얼마나 더 어려움을 견딜 수 있을지 테스트했다.

당연히 은행 영업환경이 앞으로 2년간 얼마나 더 나빠질 것인지를 예측해야 한다. 이런 가상의 테스트를 거친 결과 미국 19개 주요 은행들이 750억 달러의 자본금이 더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6월 8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11월까지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보고 투자가들은 은행 문제가 예상보다는 덜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은행 문제가 해결의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하여, 은행들의 주가를 올려서 전체 시장은 한 단계 더 올라갔다.

그러나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도 그러했지만 발표문이 나온 결과를 보면 이번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만들어낸 결과가 되어 버렸다.

먼저 정부는 지금 크게 문제가 되어 있는 장외파생상품은 이번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둘째는 은행이 빌린 부채의 가격이 내려가자, 은행은 이를 평가이익으로 잡아서 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계산했다.

셋째는 은행의 자산들 중에서 각 자산의 손실률을 예상해야 하는 이 예상손실률을 너무 낮게 잡았다. 그리고 은행의 자산 중에서 시장가격으로 평가해야 하는 자산이 있는데, 갑자기 그 시장이 망가져서 그 자산들의 시장가격이 없어지면 은행은 이를 은행이 갖고 있는 가격산정모델로 평가할 수 있는데, 자산의 많은 부분을 시장가격평가자산에서 은행모델평가자산으로 옮겨버렸다. 그래서 자산을 실제 가격보다 높게 잡았다.

이런 모든 조치들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로 나온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를 보고 과연 은행의 장래 영업상황을 안심할 수 있을 것인가?

뿐만 아니다. 정부는 이 테스트의 결과 10개 은행이 상황이 나빠지면 손실이 나서 자본금으로 그 손실을 지우고 나면 자본금이 부족해지므로 전체적으로 약 750억 달러의 자본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자본금을 채우는 회사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이미 정부가 채권 형식으로 빌려준 우선채권을 보통주로 전환해도 된다고 했다. 이 경우 실제로는 은행에 전혀 새로운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문제를 피해 가게 된다.

또 한 가지는 정부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프레디 맥과 페니 매의 문제가 있다. 위 19개 은행의 모기지와 크레딧 카드 대출의 총자산은 약 7.8조 달러다. 그런데 프레디 맥과 페니 매 두 회사의 모기지 관련 자산은 자그마치 5.4조 달러가 된다. 이 두 기관은 모기지 대출금융기관에 모기지 대출자금을 지원해 주는 전문 금융기관이다. 이 두 기관은 올해 1/4분기에도 계속 적자를 내면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모든 사실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른 경제지표에서 개선되는 조짐이 있어서 분위기를 탄 탓도 있을 것이고, 바닥을 지났다면 언젠가는 올라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미국의 이런 끝없는 지원 정책은 미국의 상황을 점점 일본의 상태로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