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실수

'

 

"제독!

오늘은 '바르바로사작전' 에서 소련군이 엄청난 패배를 당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였던 '스탈린의 실수' 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꾸나!"

 

"넵!

어떤 내용입니까?"

 

"흠,

크게 나누면 스탈린은 3 가지의 치명적인 실수를 했었다.

 

첫 번째가 '예조프시나' 시절에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에서 위 사진 오른쪽 끝에 있는 소련군 중에서 가장 유능한 장군 중의 하나였던 '투하체프스키' 원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능한 군인들을 처형해버린 것이었다.

장군의 80%가 숙청되었다는 얘기도 있었지.

그 중에서 특히 '투하체프스키' 원수는 독일군이 사용했던 공군과 기갑군을 활용한 종심공격 이론인 '전격전' 과 비슷한 교리를 주장했던 사람이었지.

만일,

'바르바로사 작전' 에서 소련군에 '투하체프스키' 같은 유능한 장군이 있었다면 설령 밀리더라도 저렇게 궤멸적인 패배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럼,

저렇게 유능한 군인 대신 다른 사람들이 지휘해서 궤멸적인 패배를 당한 사례들이 있나요?"

 

"예전에 '토목보의 변' 에서 명나라 50만 군대를 이끌고 에센이 지휘하는 몽골기병 약 2만명과 싸움을 벌였던 것에 대해서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전투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이 군권을 잡고서 장군들의 조언도 무시하고 무모한 작전을 하다가 50만명 전부가 그대로 학살당해 버렸었지.

물론,

보병으로는 빠르게 움직이는 기병과 평원에서 싸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저런 것은 지휘관의 유능, 무능과는 관련없는 것이야.

하지만,

유능한 지휘관이라면 50만명의 보병으로 평원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기병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을 지라도 적어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는 할 수 있었지.

투하체프스키 같은 유능한 지휘관이 있었다면 '바르바로사' 작전에서 방어전선을 돌파한 독일군에 대해서 '벌지대전투' 에서처럼 측면을 공격해서 진격했던 독일 기갑부대를 되돌아오게 한다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쿠르스크 전투의 일부였던 '프로호프카' 전투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전차들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마구 돌진해서 결국 전차들끼리의 백병전이 벌어졌다고 하는 설명이 있다.

저게 내겐 이해가 되지를 않았지.

전차가 평원에서 갑자기 눈에 띄는 것도 이해가 되질 않고,

제법 먼 거리에서 서로를 확인했을 텐데 서로 유리한 언덕을 먼저 차지하려고 돌진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마,

초기의 소련 탱크들은 독일 탱크보다 성능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먼 거리에서 서로 포격전을 벌였을 때 소련 탱크가 일방적으로 깨졌겠지.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라면 가급적 탱크들끼리의 전투는 회피할 것이다.

탱크가 강한 것은 적의 보병들에 대한 공격력이 강력하기 때문이지.

탱크로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적 탱크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보병에 대한 공격이다.

특히,

제대로 중화기를 갖추지 못한 공수부대류의 보병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지.

따라서,

내가 지휘관이라면 가급적 탱크는 적 기갑부대가 돌파하고 나서 측면을 보호하려고 하는 보병들을 공격할 것이야.

하지만,

저런 식으로 프로호프카에서처럼 어쩔 수 없이 우수한 성능의 적탱크부대와 부딪히게 된다면 선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단 교전을 피하고 보병을 공격하러 움직이는 것이지.

다른 방법은 프로호프카에서 소련 탱크들이 보여줬던 것처럼 독일 탱크들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돌진해서 근접전을 펼치는 것이다.

'탄도곡선' 에서 말했던 것처럼,

탱크가 가만히 있어도 맞히기 힘든데,

적탱크가 전속력으로 돌진하면 더더욱 맞히기 힘들어지지.

그리고,

탱크는 포탄 장전시간도 제법 많이 걸린다.

때문에,

내 눈에는 저 프로호프카 전투에서의 탱크끼리의 백병전은 초기 소련군 탱크들이 독일 탱크들보다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이더구나!

그렇다면,

'투하체프스키' 원수와 같은 유능한 장군이 지휘한다고 해도 전격적으로 전선을 돌파했던 독일 기갑부대가 후방의 위협 때문에 되돌아와서 소련 탱크들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더구나!

하지만,

저런 전투를 겪어보면서 훨씬 효율적인 전투방법을 계속 만들어가서 '바르바로사' 작전과 같은 궤멸적인 패배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실수는요?"

 

"두 번째?

사실,

'투하체프스키' 와 같은 유능한 장군들이 살아 있었다고 해도 바로 저 두 번째 실수 때문에 제대로 지휘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더구나!

스탈린은 군대에 공산당 간부를 보내서 '감군' 이라는 것을 했어!

한 마디로 장군들의 지휘권에 간섭을 한 것이지.

예전,

왕이 장군을 전쟁터에 내보낼 때에는 자기 칼을 하사하곤 했었다.

곧,

전쟁터에서의 장군은 왕과 같으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 칼로 목을 베어버리고 모든 능력을 다 발휘하라는 뜻이지.

전쟁이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하는 것인데,

저렇듯 감군 등이 지휘권에 간섭을 하면 효율적인 싸움을 할 수 없는 것이지."

 

"그럼,

저런 감군 때문에 망해버린 역사적 사실은 있나요?"

 

"아, 저것?

예전 당나라 현종 때에 '안녹산의 난' 이라고 변방을 지키던 안록산이 15만 대군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켜서 당나라 수도로 쳐들어왔다.

놀란 당나라 현종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비록 늙은 장수이지만 '고선지' 장군이 있으니 그를 중용하라고 해서 그에게 남은 군사들을 끌어모아서 맞서 싸우게 했지.

유능한 장군이 유명한 이유는 자기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투를 하기 때문이다.

고선지 장군이 군대를 사열해보니 오합지졸을 끌어모아서 급조한 병력이다보니 비록 10만에 이르는 대군이라고는 하나 늙고 병든 병사들이 태반인지라 평원에서 안록산의 대군과 맞서 싸우는 것은 무모한 전투라고 생각해서 동관이라는 천혜의 방어진지에서 막기로 했었지.

하지만,

감군은 유리한 전투를 하려는 고선지를 현종에게 모함하고 그 결과 그를 참수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 결과,

당나라 현종은 수도를 버리고 도망을 가야했고 미인으로 유명한 '양귀비' 는 백성들의 요구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었지.

긴박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에는 냉철한 상황 판단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데 감군은 저런 것에 커다란 장애로 다가온다.

때문에,

설령 '투하체프스키' 같은 유능한 장군들이 살아있었다고 해도 '바르바로사 작전' 초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스탈린도 나중에야 저 사실을 깨닫고 감군을 빼버리고 장군들이 효율적인 지휘력을 발휘하도록 했었지."

 

"그럼 세 번째는요?"

 

"세 번째?

마지노선을 비롯한 세상에서 뚫리지 않는 방어선은 없다.

그런데,

스탈린은 대부분의 군대를 전방에 밀집해서 배치했었다.

독일군의 전격전에 맞는 효율적인 방어체제는 종심깊은 방어진지와 함께 항공기와 기갑부대를 활용한 역습이지.

어차피,

전선을 돌파한 탱크는 기름 때문에 몇 십 km 도 진격하지 못한다.

하지만,

집중된 기갑부대의 돌파를 막을 수 있는 완벽한 방어진지의 구축 또한 불가능한 것이었지.

초기 스탈린은 단 한뼘의 땅도 내줄 수 없다는 저런 완벽한 방어를 요구했었다.

'쥬코프' 장군이 모스크바 방어를 맡았을 때 기본적으로 요구한 사항 중의 하나가 저렇게 일부 후퇴를 용인하면서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면 초기 스탈린이 어떤 명령을 내렸었는지를 알 수 있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우수한 성능의 항공기와 탱크를 앞세운 독일군의 집중된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그들이 돌파하고 나면 보병들이 돌파구를 확장하며 측면을 보호하려고 할 것인데,

저런 때에 탱크 등의 기갑부대의 효율적인 운용은 적 탱크를 막겠다고 그들의 향해서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보병들이 지키는 측면을 돌파해서 보급로를 차단해버리는 것이지.

하지만,

스탈린의 '단 한뼘도 내줄수 없다' 는 명령은 저런 융통성을 없애버린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1500 선이 드디어 완전히 대바닥이라고 전 재산 몰빵해서 매수했더니,

조금 있다가 그대로 돌파하고 1000 선 밑으로까지 내려앉는 상황이 연출되어서 패가망신하는 것처럼,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어선을 만들라는 명령은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것이었다.

 

저런 결과로,

'바르바로사' 작전은 90% 이상의 대성공을 거둔 것이었지.

일부 사람들은 '모스크바' 공략에 실패한 것 때문에 독일이 전쟁에서 졌다는 핑계를 대곤 하지만,

연간 1억원 수익을 목표로 한 사람이 연간 9000 만원을 번 것은 패가망신하는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겨우 10%만 남겨둔 엄청난 성공의 일부이다.

그리고,

1억원 목표를 초과해서 1억 1천만원 즉, 110%를 성공한다고 할 지라도 그것이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껏,

90% 달성에 비해서 20%를 더 얻었을 뿐이지.

 

때문에,

설령 독일군이 '모스크바' 까지 점령했다고 할 지라도 '히틀러의 실수' 때문에 독소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팍스넷 프리차트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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