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데이크루즈

'

해외여행을 하면서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인터넷에 떠도는 환상적인 여행기를 믿고 가면 대부분 엄청나게 실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때문에 발리여행도 새로운 경험과 유럽 사람들처럼 별 생각없이 편안하게 쉬었다가 오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하나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선택한 것이 '데이크루즈' 였죠.

보라카이 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이 섬을 일주하면서 여러가지 이벤트를 하는 '데이크루즈' 였습니다.

팍상한 폭포를 간다든지,

기타 다른 여행에서는 기대보다는 실망이 컸었구요.

무엇보다,

수빅의 '그란데 아일랜드' 여행에서는,

도대체 저희 부부 외에는 진짜 아무도 없는 해변에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심심하기 그지없더군요.

같이 갔었던 한국 가족분들도 나름 섬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재미가 있으면 하룻 밤을 숙박하고 오겠다고 하더니,

결국,

오후에 나올 때에는 주저없이 같이 나왔었죠.

 

뭐,

이런 저런 것들을 고려해서 발리에서 유명한 '렘봉간' 섬 데이크루즈를 선택했습니다.

 

 

 

회사에서 '베노아' 항구의 선착장까지 데려오고 호텔까지 데려다 줍니다.

이곳에서는 회사마다 각각의 선착장을 따로 가지고 있더군요.

 

 

 

노란 배가 가장 큰 것이고,

중간의 범선이 요트입니다.

시간과 요금은,

범선은 섬까지 2시간 걸리고 요금은 75달러,

일반 쾌속선은 섬까지 1시간 걸리고 요금은 85달러.

섬까지 실어다 왕복만 해주는 고속 모터보터가 있는데 이것은 왕복 운임만 45달러!

이 경우에는 따로 이벤트 비용을 내고 스노클 등을 해야 하죠.

 

 

 

저희는 요트 타는 것도 즐길겸 해서 요트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고장이라고 해서 요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렘봉간섬을 향해서 맹렬히 달려갑니다만,

 

 

그러나,

 

 

30분쯤 지나자 드디어 사고가 터집니다.

최악의 사고!

 

저도 머리가 좀 띵했었고,

아들도 머리가 아프다고 징징거리는데,

와이프는 아예 배멀미로 화장실에 가서 오바이트를 하더니 그 때 부터 그대로 쭉 뻗어버리더군요.

 

 

 

와이프에게 제 자리를 물려주고 배의 제일 뒷편에 나와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드디어 렘봉간섬이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배는 수심 6m 쯤 되는 곳에 고정되어 있는 놀이시설에 접안해서 스노클 등의 각종 이벤트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저게 도착하자마자 두 팀으로 나뉘게 됩니다.

한 팀은 섬으로 들어가서 2시간 정도 관광하다가 돌아오고,

다른 팀은 배에 남아서 해양스포츠를 하고 오후에 섬 관광을 하는 것이죠.

저희는,

와이프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사이에 섬으로 가는 배는 타지도 못하고 먼저 배위에서 이벤트를 즐겨야 하는데,

깊은 바다에 있다보니 배가 계속 흔들립니다.

 

 

그리고 배 뒷편에 보이는 파란색이 배에 설치된 미끄름틀 입니다.

여러가지 이벤트 중에서 가장 재미가 있는.......!

 

 

 

바다에는 미리 가로, 세로 6m 쯤되는 플랫폼이 떠있어서 배가 여기에 정박해서 이벤트를 하게 됩니다.

가운데 뚜겅이 열려있는 것은 물속에 들어가서 바다를 보는 반잠수정,

카누도 3대 정도가 있구요.

앞쪽 캐비넷에 구명조끼 등의 각종 스노클링 장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장비 챙겨서 바로 앞의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면 되죠.

저야,

정신을 어느 정도 차려서 저기로 가서 스노클링을 좀 즐겼습니다.

하지만,

집사람과 아들은 비싼 돈 주고 이곳에 와서 비몽사몽 아무 것도 못하고 돈주고 생고생을 사서 하고 있습니다.

바나나보트는 무한히 즐길 수 있다고 했는데,

조금 있으니 바나나 보트가 왔고,

저희 가족은 딱 한번 타봤네요.

눈치가 보여서 여러 번 탈 수 있는 환경은 아니더군요.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배 뒷편에 설치된 미끄럼틀에서 그대로 바다에 빠지는 것입니다.

저야,

그럭저럭 좀 즐겼지만,

배멀미가 심한 집사람과 아들은 진짜 배멀미로 돈주고 생고생을 제대로 하고 있었네요.

 

배멀미 때문에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대로 쓰러져 있는 집사람을 깨워서 오후에는 섬으로 나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돌무더기들이 무덤이라고 하네요.

두 곳에는 우산도 설치했더군요.

눈에 보이는 저 돌무더기들이 무덤 몇 개가 아니라 수 십개가 있는 것입니다.

 

 

 

사원 종류인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 등을 하는 마을회관 비슷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인도네시아에는 집집마다 이렇게 축복을 기원하는 것들이 즐비하게 있습니다.

 

 

 

렘봉간섬의 해변.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산이 발리섬에서 가장 높은 3000m를 훌쩍 넘는 Agung 산이라고 합니다.

약 1시간 정도의 짧은 섬 구경과 함께 마지막 1시간 정도는 호텔에 설치된 자그마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며 보내다가 시간이 되어서 배로 돌아왔습니다.

느낌은,

'말레이시아 아파트에는 10배 이상 더 큰 수영장이 있는데 도대체 뭐하러 이렇게나 먼 곳까지 와서 그 좁은 곳에서 수영이나 하는 것이지?'

였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땅에서 약 2시간 정도 있다보니 약간 정신을 차린 와이프를 돌아봤더니 똑 같은 소리를 하네요.

 

아마도,

다시 돌아가야 하는 1시간 동안의 배멀미를 생각하면 진저리가 나는가 봅니다.

와이프 입장에서는 오전 9시부터 배멀미에 시달리다가,

오바이트까지 하면서 진을 다 뺐었고,

점심은 한 입을 먹으려다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그냥 포기했었고,

오후에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힘든 몸을 이끌고 잠시 섬 구경을 하다가 아파트 수영장의 1/10 크기도 안될 수영장에서 수영하면서 시간보내다가 다시 배로 돌아와서 다시 1시간 동안 심한 배멀미를 하며 돌아와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인터넷에는 좋은 정보만 떠돌아 다닙니다.

렘봉간 섬에서의 데이크루즈 또한 좋게 자랑만 하는 것을 봤었네요.

실제로,

배멀미를 하는 사람들에겐 최악의 '데이크루즈' 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찾을 수가 없었네요.

 

어쨌던,

저날 하루 종일 시달린 와이프는 3일이 지난 지금도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분 이상 배를 타고 가야하는 여행상품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배멀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여행의 후유증 때문인지,

3월 또는 4월 쯤의 캄보디아 여행에 대해서 얘기했더니 와이프가 기겁을 합니다.

2월 호주여행은 비행기표 까지 끊어뒀으니 일단 정상적으로 다녀와야죠.


팍스넷 프리차트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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