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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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오늘도 주가는 급등했었는데 저희 보유중목은 별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계좌 통틀어도 약 300 만명 정도의 포로밖에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흠,

뭐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주로 주가의 움직임이 극소수의 주도주만으로 변하는 듯 하구나!

그래도 오늘은 인버스를 저렴하게 400주나 확보할 수 있어서 그럭저럭 보람찬 하루였다.

하락을 대비해서 현금 대신 보유하는 인버스는 폭락에 대해서도 수익을 내면서 대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지.

그나저나,

요즘 정체성이 흔들려서 큰일이다."

 

"넵?

아니 왜요?"

 

"필리핀에 왜 왔나 싶어!

처음에는 비싼 영국인 홈스테이 였지만 그래도 영어를 배우면서 아들녀석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길래 같이 친구가 되어서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왔었는데 그 꿈은 여지없이 깨졌다.

그리고 지금 영부인이 가계부를 적고는 있지만 대충 계산해봐도 이곳 생활비는 한국에서 생활할 때의 2배 이상 드는 듯 하구나!"

 

"아니,

필리핀은 물가가 싸다고 해서 가는 것 아닌가요?"

 

"그러게 말이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밤에 영부인과 같이 마음대로 산책도 하곤 했었는데 여기서는 저녁 6시만 넘으면 위험하다고 해서 집에 콕 쳐박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필리핀에 온 이유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서 어제부터 골프연습장을 다니게 되었거든!

연습장비 월 3500페소, 교습료 월 4000페소 정도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월 10만원, 12만원 정도이지.

그래서 영부인이 처형하고 통화하면서 자랑을 했어!

그랬더니 통영에서는 저것 각각 월 10만원 정도밖에 안한다고 하더구나!"

 

"뭡니까?
그럼 골프 연습장 비용도 한국보다 더 비싸다구요?"

 

"그러게나 말이다.

교통비도 택시도 없이 트라이시클과 지프니만 다니는데 트라이시클 저것 엄청나게 매연 심하고 좁고 불편한데 비용은 한국 택시비 2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싸고,

전기요금 등등 갖가지 다 훨씬 비싸게 느껴진다.

거기에다가 비자연장비라는 명목으로 뜯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여하튼 한국에서 살아가는 비용의 2배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예전에 바기오로 은퇴이민을 간 사람이 월 200만원이면 귀족처럼 살아간다고 뻥을 친 방송이 있었다.

그 때도 바기오를 찾아갔더니 한국사람이 자기는 집세 등등 월 300만원 정도를 쓰면서도 귀족은 커녕 한국보다 훨씬 떨어지는 집을 임대해서 그럭저럭 살아가기도 힘든다고 예기했었지.

일부 사람들이 메이드 즉, 집을 도와주는 헬퍼비용이 싸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와서 말을 들어보면 저런 헬퍼 자체가 오히려 더 말썽이라고들 하지.

솔직히,

편안히 쉬기 위해서라면 그냥 한국의 시골로 들어가서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 비용도 훨씬 저렴해!

그래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이지."

 

"그래도 도시생활이 시골생활보다 훨씬 낫잖아요?"

 

"무슨 도시생활??

여긴 필리핀 앙헬레스라는 곳인데,

그냥 우리나라 시골풍경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사방에 빈 집이 즐비하고,

도로는 최악으로 개판이고,

트라이시클은 엄청난 매연을 뿌리면서 다니고,

가정집 하수구 물은 그대로 도로위를 흘러내리지.

아참,

이곳 한인식당에서 먹는 식사도 한국보다 더 비싸!

그리고 전업투자자인 내게 엄청나게 중요한 인터넷 사정도 열악하기 그지없지.

단지 마사지 하나만 시간당 1만원에서 1만 5천원 정도로 싸더구나!"

 

"진짜 그럼 그곳에는 왜 갔나요?"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영부인하고 심각하게 의논하고 있는 것이지.

돈은 돈대로 엄청나게 쓰면서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

사실 아들녀석 학교문제만 아니었다면 그냥 컨셉을 여행으로 바꿔서 이곳저곳 다니는 것으로 바꾸고 싶지만.....!"

 

"애고,

진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골치 아프겠네요."

 

"그래!

아참,

여기도 인터넷의 함정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모든 것이 긍정적이고 살기좋고 대규모 한인빌리지들의 개발되고 있는 환상적인 곳으로 보여지지만 실제로 직접 와서 확인해보니 제대로 개발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더구나!

저런 곳에 투자한 사람들 많이 힘들 듯 싶어!

여하튼,

아무것도 안하면서 한국에서의 생활비 2배 이상을 쓰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에 기본 컨셉을 여행으로 바꾸자고 영부인과 얘기하고는 있지만......!

역시 말로만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과대 과장광고가 많은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절실한 듯 싶구나!

그나저나 왜 자꾸 한달정도의 기간동안 말레이시아 곳곳을 여행하면서 다녀보고픈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것일까??"


팍스넷 프리차트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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