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날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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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

친구넘이 여자소개 시켜준다고 오후 6시까지 남포동으로 나오란다.

여자가 졸라 이쁘다고 하길래 재빨리 몸치장에 들어갔다.

 

떵 한판 때리고...

불알 빡빡 문때서 깨끗하게 씻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성...배워라 배워~)

BYC 줄무늬 팬티로 갈아입고

오랫만에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시계는 오후 5시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그런데...냄새가 좀 이상했다.

우씨~ 에프킬라였따...

다시 머리를 감고 차타러 나갔다.


오늘따라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시계는 오후 5시40분...


남포동가는 126번 버스를 탔다.

재수가 좋은지 하차문 뒷자리의 바로 뒷자리에 자리가 비었길래 앉았다.


그런데 어디서 꼬릿꼬릿한 냄새가 난다.

뒤돌아보니 맨뒷 좌석에 어떤 아저씨가 낮술에 취해서 술냄새를 풍기고있는 것이다.

괴정시장에 도착하자 버스 안에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내옆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섰다.

웬?...재수?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에서 웁! 웁!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임신했나 싶어서 궁금해서 뒤돌아 보았다.


웁!...우우웁!.... 푸하학~~ 푸헐~~~~~

뒤돌아 보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내 얼굴을 덥쳤다.

드디어 술에 취한 아저씨가 사고를 친것이다.

그와 나의 거리는 약 2m나 되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vomiting을 날린것이다.

 


각설하고...

이 양반이 구토를 참다 참다 못해서 버스가 정류소에 정차하자마자 내릴려고

일어나다가 마침 뒤돌아보고 있는 나의 얼굴에 한방 쏘아버린것이었다.

 

이 아저씨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면서 계속 좌우로 화염을 방사했다.

우웨엑~~~ 푸헐~~ 헐헐헐~~ 푸하~~ 크헐~

 

내 옆에 서있던 아가씨의 스커트 뿐만 아니라 내 머리위에도 다시 한방을 쏴버렸고

좌우지간 여러사람 옷에다가 오물을 쏟아 부어버리고 차에서 내려 도망을 가고 말았다.

 

차안은 완전히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나는 흡사 에어리언의 알을 깨고 나온 그 모습이었다.

머리위에서 흘러내리는 분비물은 내목을 타고 옷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주위 사람들은 어쩔줄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나는 손수건을 꺼내서 분비물을 닦아내었는데...

그러나 이게 어디 손수건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닝기리 쉬퐁.....질겅~질겅~

나는 껌을 씹으면서 분을 삭히며 해결책을 모색하고있는데...


근데...가만 있어바바바바

조금전 까지 나는 껌을 씹고있지 않았는데?

지금 내가 씹고있는것은 이것은 또 무엇이지?

 

우웩~~~??????~~~

그 아저씨가 내뿜은 돼지고기와 곱창이 내입에 들어온것이었다.

 

 

나와 사람들은 부산대병원 앞에서 급히 내렸다.

길가는 사람들이 무슨 동물 쳐다보듯이 구경하고있고...


우리들은 인근 주택가를 향해 달렸다.

쓰레기통을 미친듯이 뒤졌다.

휴지란 휴지는 다 끄집어 내어서 얼굴을 닦고 옷을 닦았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방금 나온 누리끼리한 종이까지도...따뜻해서 좋았다.^^*

 

그 동네는 시방 난리가 났다.

온동네 개들이 낮선 이방인에 놀래서 마구 짖어대고...

 

 

대충 마무리하고 패잔병의 모습으로 도로가에 나왔다.

친구고 이쁜 아가씨고 나발이고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일단 집으로 가야겠다는 신념뿐이었다.

 

 

빈 택시가 온다.

손을 흔들었다.

차가 내앞에 섰다.

운전기사가 나를 보더니

기냥... 붕~~~

 

닝기리~~~

도망가는 택시 뒷꽁무니에다가 빡큐 한방 멋있게 날렸다.

 

 

다른 택시가 온다.

손을 마구 흔들었다.

택시가 드디어 내앞에
.
.
.
.
.
.
.

서려다가 후진해서 골목안으로 도망갔다...ㅠ.ㅠ

 

 

또 빈택시가 온다.

손을 흔들었다.

택시가 내 앞에 섰다.


난 바로 다이빙해서 택시가 도망 못가게 문고리를 잡고 늘어졌다.

"기사 아저씨...웃음을 따블로...아니...요금을 따블로 드릴테니 제발~~"

졸라 불쌍한 눈으로 애걸복걸 하였다.

 

기사 아저씨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그냥 타면 자동차 시트가 더러워지니

박스를 구해오라고 하신다.

인근 과일가게에서 종이 박스를 얻어와서 그것으로 차안에 깔고 창문 다 열고

앞좌석에 다리가 닿지 않도록 새색시처럼 다리를 졸라 이쁘게 포개어 앉고...

그렇게해서 열라 불쌍한 표정으로 차를 얻어탔다.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눌렀다.

울엄니가 나오신다.

 

그러나...울 엄니...

국수사리, 파, 돼지고기, 콩나물...등으로

이쁘게 레게머리로 치장한 나의 헤어스타일을 보며 뒷걸음을 치신다...

 

 

흐흐흑...엄마...(양손에 종이박스 두개들고...)

 

흑흑....(삐쭉 삐쭉).....엄마아아아아아앙~~~~~엉엉~~~

 

 

 

Gladys Knight & The Pips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