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별나라 체험기...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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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오늘도 어김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동네 어귀에 주차시켜 놓은 차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힘이 없어 보였다.

그는 차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에도 온갖 잡생각에 시달려야만 했다.

오늘은 카드 결제일이고 내일은 아버님 칠순날이고 모레는 친구들 모임날이다.

은행 대출금 만기일도 이번달인데 수중에 목돈은 없고...

근데 오늘따라 도로가 왜 이렇게도 깨끗한걸까?

자슥들이 예산이 남아돌아 간다고 또 멀쩡한 도로를 새로 포장했구먼...쯧쯧~

그런 돈이 있으면 나를 좀 도와주지...

 

사내는 자기차를 발견하자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자가용이 연식이 오래되어서 다른 사람들이 볼까봐 좀 쪽팔린다.

다행히 주위에 사람들이 없길래 사내는 재빨리 키를 꺼낸다.

 

사이드를 내리고 시동을 걸었다.

털털털~~~ 이내 시동이 꺼졌다.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번이나 겪는 일이기에 사내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드디어 시동이 걸렀다. 사내는 서서히 악세레다를 밟았다.

그런데 차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다시 시동이 꺼졌다.

인내심이 많은 사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시동을 걸고 다시 악세레다를 밟았다.

근데 다시 시동이 꺼지자 사내는 은근히 화가 돋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몇번이나 시동을 걸었고 드디어 시동이 걸리자 사내는 있는 힘껏 악세레다를 밟는다.

차 주위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사내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인 즉, 차바퀴가 도로공사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콘크리트 바닥에 반정도 파묻혀서

굳어버려 노가다 언어로 완전히 공구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내는 그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차바퀴가 약간의 파인곳에 빠져있거나 적당한 크기의 돌이나

나무토막에 걸린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있는 힘껏 악세레다를 밟기 시작한다.

기왕 얼마가지 않으면 폐차할것 이므로 차가 망가진다해도 별로 아까울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계속 차를 출발시키려고 하자 엔진에 무리가 갔는지 뭔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내는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서 악세레다를 눌리고 있던 발을 내리려고 했다.

근데 갑자기 차체가 흔들흔들 거리면서 출발할 조짐이 보이길래 사내는 이때다 싶어서

다시 있는 힘껏 악세레다를 밟았다.

 

이때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퀴만 달랑 남겨두고 차체만 사내를 싣고 하늘로 향했다.

사내는 이제 도로를 달리고 있는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는것이었다.

출근길의 인파들은 모두들 하늘을 쳐다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사내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하늘에서 자기회사의 빌딩을 쳐다보았다.

마침 회사 옥상에서는 원수같은 부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하늘을 날고있는

사내의 똥차를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는것을 목격했다.

 

사내는 반갑게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부장을 향해 주먹을 쥐고 주먹쥔 손가락 사이로

엄지 손가락을 슬그머니 내밀고 마구 흔들었다. 니미 뽕~~~

 

 

 

 

몇날 몇일을 하늘을 날았을까나...

사내는 잠에서 깨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사내의 우주선 에스페로호가

낮선 어느 별나라에 무사히 착륙한것이었다.

 

사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도착한 곳이 어느 별인지는 몰라도 사람의 생김새와 생활 방식이 지구와 너무 똑 같았다.

 

사내는 이내 긴장이 풀리자 뭘 좀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