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최고령 월가투자자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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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WSJ ‘가치투자의 달인’ 어빙 칸 회장 소개

주식투자경력만 84년. 만 107세의 세계 최고령 투자자.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 어빙 칸을 아시나요.

월스트릿저널(WSJ)이 22일 100세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월가의 현역으로 뛰고 있는 칸 브라더스그룹 어빙 칸(Irving Kahn) 회장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만 107세 생일을 맞은 그는 1928년부터 월가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1930년대의 경제대공황을 기억하는 산 증인인 셈이다.

칸 회장은 주식시장에서 각광받지 못하는 저평가된 가치주들을 엄선해 자산, 영업 성과 및 장기 사업 전망 등의 세부적인 분석을 통해 투자하는 가치 투자의 달인이다. 그는 <현명한 투자자> 라는 저서로 널리 알려진 ‘가치투자의 시조’ 벤자민 그레이엄 밑에서 주식투자의 혜안을 익혔다. ‘오마하의 현인’ 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도 그레이엄의 문하생이다.

주식시장의 침체기에 그는 “투자자들은 침체를 느낄 이유가 없다. 진정한 가치 투자자라면 시장의 하락을 반긴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WSJ는 칸 회장의 시력과 청력은 쇠퇴했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호기심과 상식, 통찰력은 옛 모습 그대로라고 전했다.

그는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우월한 전문투자자들 틈바구니에서 버티려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칸 회장이 1928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햄머쉴락 보그라는 작은 회사의 트레이더 보조였다. 객장에서 일주일을 보낸후 그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일하는게 너무나 지겨워 연구부서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는 당시 메이저 중개회사였던 헨츠앤 컴퍼니 시절엔 야간과 주말에도 일을 했고 시간이 조금 있을 때에도 헨츠 본사가 있는 맨해튼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어느날 회사의 주식거래 원장을 살펴보다가 거의 손실이 없는 투자 종목들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벤자민 그레이엄이 관리한 것들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던 그레이엄을 찾아 나섰다. 결국 조수로 일을 하게 됐고 그레이엄의 컬럼비아 대학 수업도 도왔다.

그가 그레이엄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쉽게 돈을 벌려는 유혹을 억제하는 힘이었다. 칸 회장은 “벤자민 그레이엄은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보냈다 확실한 기회라고 판단하기전까지는 절대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칸 회장이 경험에 근거한 재테크의 원칙은 자기 재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을 100에서 나이를 뺀 것으로 유지하라고 권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식의 비율은 떨어지는 셈이다. 그 원칙에 따라 100살이 넘은 칸 회장은 현재 모든 자산을 채권과 현금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개인 재산의 절반은 여전히 주식이 차지하고 있다. 그의 철칙은 절대 빌린돈으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돈을 주무르다 보면 잘못되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는 “태양이 우리를 위해 일해준다”며 농업관련 주를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기간산업 종목중 설비투자 분야는 꺼린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주식은 중국계 하이테크소재 회사인 NTE과 종자 및 제초체기업인 MON이다.

칸 회장은 어떤 면으로 요즘이 과거 좋았던 때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초기까지 기업재정운용은 재량껏 하던 시절이었다고 돌이키면서 “그때는 증권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이 주식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단기매매가 주류가 되었지만 그는 “인내심을 가진 투자자에겐 지금이 훨씬 좋다”고 강조한다.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5일을 일하고 있다. 금요일엔 쉬엄쉬엄 하는 편이지만 매일 최소한 두 개의 일간지와 잡지, 과학서적 등 다양한 책들을 통해 정보를 정력적으로 얻고 있다. 칸 회장의 주식관은 “사람들이 팔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사려는 주식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이다.

장수비결을 묻자 그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 그저 순리대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에 해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조언했다.

“매년 수백만명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을 몰라서 죽고 있다. 바로 지혜와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주식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