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2008년 12월 '증시 암흑기'에 펀드 가입.. 4년2개월 수익률 20%



지난 2008년 9월, 여의도 증권가에 난데없이 상조회사 전단지가 돌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증권맨 자살 소식이 들렸다.

코스피 지수는 2000포인트에서 948포인트까지 수직 낙하했고, 주식시장은 패닉에 휩싸였다.

아무도 감히 주식투자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던 당시 취임 1년차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지만 지금은 국내(주식)에 투자할 때"라며 "직접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상품이라도 사겠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에서 다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 발언을 두고 당시 야당 등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주식을 사란 말이냐"며 "주식 브로커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발언을 실천으로 옮겼다.

2008년 12월, 2개의 주식형 펀드에 매월 25만원씩 적립식으로 가입한 것.

그가 펀드에 가입한 12월 9일 코스피 종가는 1105.84포인트였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재무상담사(FA)는 "그 무렵 과단성 있는 투자자가 아니고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수 없었다"며 "2008년에 주식형 펀드에 들어갔다면 타이밍만큼은 기막힌 셈"이라고 평가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 1-A'와 'IBK그랑프리KRX100인덱스A[주식]는 2008년 12월 9일부터 2013년 2월 21일까지 각각 누적 수익률 90.47%, 82.04%를 기록했다. 물론 이 수익률은 거치식으로 한 번에 자금을 묻었을 때 나오는 수익률이다.

이 대통령이 매달 9일 각 펀드에 25만원씩 불입한 것을 가정하면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 1-A',과 'IBK그랑프리KRX100인덱스A[주식]의 수익률은 각각 23.10%, 19.96%를 기록했다. 총 투자금액은 각각 1275만원이며 평가금액은 1570만원, 1530만원이 된다.

4년 2개월이라는 투자기간을 고려하면 연 5%짜리 정기예금과 엇비슷한 수익률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매달 같은 날짜에 일괄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한 경우 지수가 올라갔을 때 주식을 비싸게 매수하며 평균매입단가가 올라가게 된다"며 "적립식 투자는 투자시기를 분산시켜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가입한 두 펀드는 모두 인덱스 펀드였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 1-A는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과 연동해 시장 상승률만큼 수익을 내되 차익거래(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거래)로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인핸스드' 인덱스 펀드다. 총 보수가 0.76%로 액티브 펀드와 비교할 때 낮아 장기투자에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인덱스 펀드 중에서도 상품을 잘 골랐다고 평가했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 1-A는 지수 수익률을 소폭 웃도는 '플러스 알파' 전략을 잘 구사해 국내 인덱스 펀드 중 유일하게 설정액이 1조원을 초과, 인기몰이를 한 상품이다.

IBK그랑프리KRX100인덱스는 코스피 종목 외에도 코스닥 종목을 포함해 한국거래소가 만든 KRX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에 고르게 분산투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두 펀드는 당시 경제수석실에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이 대통령이 취임하던 2월25일 코스피 지수는 1686.45포인트를 기록했다.

그의 임기가 끝난 이날 코스피 지수는 3.67포인트(0.18%) 오른 2018.89에 마감했다.

임기 전체로 보면 지수가 19% 오른 셈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대통령의 적립식 펀드 투자 수익률은 임기동안 코스피 상승률과 비슷하게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