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야기

'

농촌에서의 생활은,

사실,

각자 자기의 땅을 일궈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보니 타인에 대한 의존은 거의 없습니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죠.

 

솔직히,

돈은 얼마 벌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한달 10만원 이내의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죠.

쌀, 김치, 고사리 등등 대부분의 먹거리는 자체적으로 해결하죠.

 

단지,

돈이 얼마 없으니,

사회와 연관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컨데,

한달 5만원 이내의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한벌에 1만원 ~ 3만원 정도쯤 하는 옷도 대단히 큰 부담이 됩니다.

 

저희 집도,

부모님들은 아예 옷 같은 것 사시지 않고,

고기 등등 돈주고 사야하는 것은 거의 사서 드시지 못하고 계시죠.

제가 군대는 ROTC로 장교로 근무했었다고 했는데요.

저 때에도 피복쿠폰 모아서 '항공잠바' 등을 구해서 아버지께 드렸었고,

지금도 대부분 아버지께서는 제가 입던 옷을 입고 계시죠.

 

한마디로,

한달 5만원 이내의 돈으로 생활한다는 뜻은,

옷이나 고기 등등 돈이 들어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농촌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아이들의 교육 등으로 돈이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저희 동네에 집안 아저씨(아재) 가 계셨네요.

집은 산 밑에 자그맣게 지어진 곳인데 바닥이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명절 때 제사를 지내러 가면 마치 쓰러질 것 처럼 어질어질 했었죠.

제사 후 떡국이라도 내오려고 하면 아버지 께서는 아침 안먹었어도 먹었다면서 다른 곳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빨리 나오곤 하셨죠.

없는 집에 저런 것도 큰 부담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난 후,

한참이 지나서 집에 돌아갔더니,

어머니께서 슬픈 이야기를 전해주시더군요.

겨울이면,

저희 아버지를 포함 많은 농촌의 사람들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가죠.

 

그 아저씨도 어느 추운 겨울날에 산에 나무를 하러 가셨는데,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다고 아주머니께서 저희 아버지를 찾아 오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과 119 등의 사람들이 온 산을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찾아 내셨다고 하더군요.

 

급한 비탈의 산에서 나무를 한다음,

바지게에 짊어지고 일어서려다가 그만 쓰러져버리신 모양입니다.

 

추운 겨울날,

아무도 없는 산에서 쓰러지셔서,

추위에 떠느라고 온 몸을 웅크린 채로 그대로 얼어 죽은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수의를 입히기 위해서 옷을 벗겼는데,

 

입고 있는 옷은 다 떨어져서 더덕더덕 기운 여름옷 한벌 뿐이었고,

내의는 커녕 팬티마저 입고 입지 않으셨던 것이죠.

 

그래도 살아계셔서 움직이는 동안에는 체온으로 추운 겨울의 냉기를 버티셨는데,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추위에 온 몸을 웅크린 채로 바들바들 떨다가 돌아가신 것이었죠.

 

아주머니께서 울면서 말씀 하셨다더군요.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팬티라도 입혀서 내보내는 것을.......!"

 

119 대원들도 그렇게 불쌍하게 돌아가신 분은 처음 봤다며 장례에 보태라고 돈을 얼마간 모아서 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면 사무소에도 어떻게 말을 했는지 '생활보호대상자' 로 넣어줬습니다.

 

그 이전에는 왜 '생활보호대상자' 가 되지 못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어쩌면,

그 아재가 저렇게 불쌍하게 돌아가시자,

교회에 죽고 못사는 서울에 있는 동생분이 내려와서 산판을 350 만원쯤엔가 팔아서 그 돈을 교회에 기부했다고 하더군요.

그 350 만원짜리 산판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던,

한달 수입 20만원도 되지 않는 농촌의 사람들에게,

사실,

쌀, 김치, 고사리 등등 대부분의 반찬은 자급자족 되기 때문에 돈 들어갈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돈이 없어서,

한달 5 ~ 10만원 이내로 극도로 물질문명에서는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저렇게 불쌍하게 돌아가신 아재처럼,

'자존심' 때문에 돈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한 겨울에도 팬티조차 없어서 여름에 입던 누덕누덕 기운 옷 한벌로 버틸 지언 정......!


팍스넷 프리차트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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