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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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나라, 우리민족,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우리'가 'our'이고, '나의'가 'my'라는 것을 알고 나서
왜 영미인들은 'our mom' 'our home' 따위의 표현을 쓰지 않는지 의아했다.

그들은 'my'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것 같았다.

 


나는 참 정이 없는 나라 사람들이다.....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조금씩 크면서, '외국인'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미국인'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들의 표현 <내 엄마, 내 집, 내 학교, 내 나라> 에도 익숙해졌다.


'우리'라는 것이 좋은 점은 유대감인 것 같다.
친근하고, 정이 가는 말이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즉, 독신이다...
그런데도 아직 집에 누군가를 초대할 땐 "우리 집에 가자."라고 말한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내 집에 가자."가 되어야 맞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 초대를 하더라도, 나 혼자 누군가를 뜬금없이 초대할 땐,
'우리'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고 보긴 어렵다. 그 때의 '우리'는 나와 그 누군가가 될 테니까.
어쨌든, 그 '우리'라는 말은 아무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금세 묶어주는 것 같아 좋다.


그런데, 그 말은 또 동시에 강하게 다른 성질을 가진 이들을 배척하게 된다.
"여긴 우리 동네야. 니네 동네 가서 놀아!" 어릴 때 다른 동네 친구들과 싸우게 되면 잘 했던 말이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동네 아이들과 한 패가 되면,
다른 동네에서 온 소수의 아이들은 무리와는 따로 떨어진 이질감을 느끼면서 돌아가야 했다.
이와 비슷하게, 주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동남아에서 거세어지고 있는 반한 감정에 대한 것들......
혹시 단일민족으로 오랫동안 한반도를 지켜온 '우리'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대주의를 따랐던 과거를 돌이켜볼 때, 앞서 말한 '다른 민족'에 강대국은 포함되지 않겠지만....



주한외국인들에 대한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문화적 공간이 아닌 '그들'의 문화적 공간까지 들어가서
소수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수인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그것이 오랜기간 단일민족이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민족과 섞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럴까? 정말, 그럴까? 아쉽게도, 나는 그렇지 않다에 손을 들었다.



허세에 익숙하고, 아직도 반상제도에 발끝을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속한 경제발전 중에 생긴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인해 부=권력이라는 공식을 믿고 있으며,

그것은 양반이 천민을 부리듯 하는 조잡한 허세를 부리는 것이 스스로 만족스럽기때문이 아닐까.



마침 반한 단체가 결성된 나라들은 아직 개도국이니, 돈이 좀 있다는 졸부들은
남의 나라에 가서도 그들의 주인 행세를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쓰는 것이다.



그 예전, 양반이 집에서 부리던 노비를 패 죽이든 굶겨 죽이든 지들 맘이었던 것처럼.
그것이 단지 이질적 민족이어서 그랬다면, 우리는 조국의 분단에 앞장섰던 미국에게도 그랬어야 했다.



그 옛날부터 국가적 정책이기까지 했던 사대주의는 아직도 빌어먹을 반상제도의

단물과 함께 묻어 우리의 발끝에 교묘히 걸쳐져 있나보다.
그리고, 이런 소식을 매스컴을 접해야만 들을 수 있는 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서 부끄러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의 것이라는 말은, 그 누구의 소유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든 다수의 소유물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하는 반면, 책임감을 결여시킨다.

학교에.....아니, 학교의 우리 반에 새 책과 책장이 들여졌다.
선생님이 말한다.
"우리 반 친구 모두의 것이니 아끼도록 합시다."



처음엔 '우리 모두'의 것이니 내것처럼 생각되어 아끼고 좋아한다.
그런데, 책장을 정리하고 청소할 일이 생기거나, 실수로 찢어진 책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내'것도 아니고, '우리'의 것이니, 우리 중의 누군가가 청소할거야,

정리도 할거고, 찢어진 책도 잘 붙여 놓겠지...
그리고, 책은 더더욱 걸레가 되고, 책장은 너덜너덜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다정한 민족이다.
그러나, 그 다정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국한되고, 가끔은 강대국의 외국인들에게도 그렇다.

 

그리고.......이 나라는 '우리'나라이기에...
앞장서서 나라를 이끌겠다 한 이들은 책임감이 결여된 것이 아닌지..
그리고.....'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참,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래서 문제야"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 '우리' 속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