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보 부실공사

'

"제독!

오늘은 잠시 이민국에 들러서 여권도 찾아오고 I 카드인지 뭔지 여하튼 필리핀 정부가 외국인 돈 더 뜯어내려고 만든 이상한 것도 찾아오마!"

 

"넵, 다녀오십시오."

 

장 끝나고 나서,

 

"그래 별 일 없었느냐?"

 

"넵,

진짜 별일이 없는 지루한 장이었습니다.

약 6만명의 포로만 확보했다고 합니다."

 

"알겠다.

기다림이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니었더냐!

뭐,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어제 뉴스 기사에 났었던 '구미보 부실공사' 관련 내용이나 살펴보자꾸나!"

 

"넵?

아니 저런 것도 아시나요?

토목업무 집어치우고 떠난지가 10년도 넘지 않았나요?"

 

"뭐,

사실,

이해를 하면 지식이 오랜 시간동안 기억남아있게 된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저게 댐이냐 보냐?
내가 보기에는 어지간한 댐 수문보다 더 거대한 규모로 보이는 구나!

그나저나 이 사진에서는 보조지지대는 보이지 않는구나!

사실,

보조지지대라는 것은 필요없는 것이다.

가끔,

25톤 설계하중으로 건설된 다리를 100톤짜리 차량이 지나가야 하는 경우 다리 중간에 철재로 보조지지대를 설치해서 지나가거나 여의치 않으면 별도의 다리를 설치하기도 하지.

 

 

흠,

그런데 이 사진에서는 보면 빨간색 철재빔으로 보조지지대를 아주 많이 설치해뒀구나!"

 

"아니,

저런 것을 왜 설치했을까요?
기둥의 지지력이 약해서였을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교량같은 경우 다리 기둥과 기둥 사이에 저런 지지대를 설치해서 모멘트를 받아준다.

예컨데,

40M 간격의 다리 중간에 저런 지지대를 설치하면 교량 간격은 1/2 이 되고 받을 수 있는 모멘트 하중은 길이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실제로 4배의 모멘트 하중을 받을 수 있지.

그리고 슬래브에 균열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모멘트 하중에 의한 하부 인장력이 발생하는 부분에 균열이 생길 것이다.

 

뭐,

간단하게 철재기둥이 바로 슬라브에 닿아있다면 별 의미는 없는데,

사진에서는 분간하기 힘들지만 저 철재기둥 사이에 강철빔이 보이는 듯 한데,

만일 저것이 강철빔이 맞고 저 철재기둥들이 저 강철빔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면 저것은 모멘트 하중을 받아주기 위한 것이 맞다."

 

"글쎄요.

제 눈에도 철재기둥이 강철빔을 지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요?"

 

"뭐,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하다.

저 슬래브의 바닥부분을 밑에서 살펴보면 된다.

바닥부분에 인장균열이 발생하게 되거든!"

 

"아니 왜요?"

 

"그것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야.

원래 균형모멘트라고 구조물 설계에 필요한 모멘트가 발생하도록 하는 철근량이 있는데 실제 적용할 때에는 0.75 즉, 75%만 적용시킨다.

저렇게 하면 지금처럼 구조물 붕괴하중이 작용시 철근부분에 인장균열이 발생하면서 아래쪽으로 처지게 되.

그래서 우리가 쉽게 붕괴위험을 알아내게 되지.

하지만,

철근량을 많게 해서 콘크리트 부분이 파괴되는 경우라면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갑작스럽게 그대로 붕괴되어 버려서 사고위험이 매우 커지지.

여하튼 각설하고,

우리가 수학, 과학 등의 학문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저런 것이 적절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계산결과로 간단하게 알려준다는 것이지.

 

그래서 저것이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를 가장 확실하게 밝혀주는 것은 저것에 걸리는 하중과 슬래브 두께, 철근량 등의 구조세목을 공개하는 것이야.

 

하긴,

갑자기 내가 토목 집어치우고 나오기로 했던 상황이 생각나는 구나!

내가 시공감독을 하고 있을 때에도 도면도 없이 시공하라고 하고 나중에 도면 내려오더구나!

그 때 내가 계산을 해보고 하도 이상해서 구조계산서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내려주지 않았지.

내 느낌도 그랬어!

어디서 설계도면 베껴와서 그대로 적용했다는 느낌!

나중에 잘못된 구조설계라는 것에 대한 내 계산까지 첨부해서 아무래도 구조설계를 믿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참고용으로 구조계산서라면서 내려보냈는데 그 때에서야 그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알아냈었지."

 

"뭘 잘못했는데요?"

 

"구조역학의 '구' 짜도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된 설계조건을 대입했더구나!

우리나라 수리구조물 분야에서는 1, 2위를 다툰다는 설계회사의 상황이 저랬으니......!

그런데 지금도 그런 상황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수 십개의 댐과 구조물을 시공하면 뭘 하겠느냐!

이해를 하지 않으니 아무리 시공경험을 쌓아도 남는 것이 없었지.

 

마찬가지다.

저 구조물 또한 내가 볼 때에는 '부실시공' 은 아니다.

우리나라 토목회사의 시공능력은 꽤나 뛰어나지.

하지만 설계는 저런 식으로 완전히 젬병이다."

 

"그렇다면?"

 

"뭘 그렇다면이냐!

현재 주어진 자료로 봤을 때에는 설계도면 대충 베껴서 적용했다가 잘못되었을 확률이 80% 정도쯤으로 생각되는구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저렇게 돈낭비 해가면서 보조지지대를 세우고 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설계도면과 구조세목을 공개하는 것이야.

두 번째 방법은 일반 대중에게 저 구조물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지.

아마,

저 구조물이 공개되어서 바닥부분의 균열 등등에 대한 사진이 있다면 나같은 사람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내가 토목분야를 떠날 때인 10 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런 것이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구나!

잘못된 것으로부터 교훈을 배워서 더 나은 미래로 발전해가야 하는데 이건 뭐 '툭!' 하면 마녀사냥이나 하는 언론들과 그들 때문에 그냥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오리발 내밀기만 하는 행태만 반복되는 상황이니......!"

 

"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잖습니까?"

 

"맞아!

하지만 저런 보조지지대 등등의 정황과 내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80% 이상의 확률로 설계도면 대충 베꼈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해도 될 듯 싶다.

어쨌던,

구조세목과 설계도면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는 저런 설계상의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자꾸나!"

"그나저나,

오늘도 장문의 글을 썼지만 제대로 이해할 사람이 거의 없겠는데요?"

 

"알고있다 제독!

쓸데없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학, 과학, 역학 등의 학문을 최우선시 해야하는 것이지.

저런 것을 무시하고서는 사실 뚜렷한 결론을 내기는 매우 힘든다.

그냥 목소리 큰 놈이 이기기 내기를 하고 있으니 미래를 향한 발전없이 저렇게 오리발 내밀기 등등이 만연하고 있지 않나 생각할 뿐이지."


팍스넷 프리차트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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