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옷으로 갈아 입습니다.

'

흔적을 지우던 순간에 저는 당신과 같이 했습니다.

 

필명으로 검색하고

 

새로고침 버튼을 급하게 누를 때마다

 

하나 둘씩 사라지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들..

 

어느 순간에는 망설이기도 했겠지요.

 

회한과 미련에 숨차하는 당신의 손끝이 느껴지고

 

당신은 아마도 울음을 삼키기도 했을 것입니다.

 

혼미해져 오는 정신을 겨우 부축하고

 

마지막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저는 당신의 옷으로 갈아 입습니다.

 

"무패도사"

 

조금 냄새가 나지만

 

제 게으름이 생각나 피식 웃습니다.

 

삼일만에 곡기를 채웠군요.

 

모래알을 씹는 듯 했지만

 

옷에 흘릴새라 한 손으로는 턱을 받쳤지요.

 

 

 

제게 너무 헐렁한 당신의 옷이

 

온전히 나 만의 넉넉하고 따스한 봄을

 

예감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