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적한 이유를 알려주마...2탄(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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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나는 연제구에 있는 대규모 단지인 모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오전 9시 30분경...

아파트 입구에는 경비의 간섭이 심해서 정차시키지도 못해서
인근을 둘러본 결과 은행이 있길래 은행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은행앞이라 주부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이고 유동인구도 제법 많은것 같았습니다.
이런 좋은 목에서 다른 노점상들이 없을리는 만무한데 이른 시각이라서 아무도 없더군요.

우리는 배짱좋게 목좋은 장소에 차를 세우고 짐을 풀었습니다.
감자를 여러 바구니에 옮겨놓고 차유리 사방에 가격표를 큼직하게 붙였습니다.

 

드디어 나의 예상이 맞게 돌아갔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쉬엄쉬엄 지겹지 않게 감자가 팔려나가더군요...

주로 주부들이 감자를 사가는데 큰알은 잘 사가지 않고 작은 알을 선호하더군요...
작은 알을 사가는것을 보니 주로 삶아 먹으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한 바구니에 보통 13알씩 넣었는데 거기에다가 덤으로 몇알 더 담아주니 좋아라 하시더군요.


그렇게 1시간 팔다보니 매상이 3만원이 넘었습니다...
더군다나 손님 한명당 보통 2,000원어치 사가니 1시간에 15명 이상이 사갔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첫작품치고는 그런대로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잠시후 어떤 이쁘장한 아가씨가 감자를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저에게 묻더군요...
"아저씨 이 감자 달아요?"
"네?"
"감자가 다냐구요..."

내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감자가 당분이 많은것도 아닌데 다냐고 물어보니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누구입니까?
깔방에서 닳고 닳은 무패도사 아닙니까?
기지를 발휘했죠...

"이 감자...엄청 달구 말구요..."
그러자 아가씨가 그것을 어떻게 증명합니까?라고 묻길래

저는 감자박스를 가리켰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져 있더군요...

제주도 최남단 감자...

 

"아가씨...보세요...여기 박스에 단감자라고 적혀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그 아가씨는 우습다고 아예 깔깔 넘어가더군요...

"아저씨...왜 그렇게 웃기세요?...아이고 배야..."
저도 제가 그렇게 이야기 해놓고 내심 놀랐습니다...
저의 성격상 그렇게 넉살이 썩 좋지는 않거든요...
특히 낮선 사람에겐 좀 낮가림을 하는 편인데...

 

그 아가씨 화끈하더군요...
원래 한바구니 살려고 그랬는데 제가 웃겨서 한상자를 사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 아가씨 집까지 직접 짊어메고 배달해주었죠...
"아저씨...장사하시는분 같지 않은데요?"
"우쒸~ 아저씨가 아니고오~~그리고 장사꾼 얼굴이 따로 있나요?"

 

그렇게 배달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될무렵 저의 차량 뒤에서 다른 차량노점이 정차를 하더군요...
그사람은 우리를 한참 노려보고 있더군요...
직감적으로 아하~ 이 사람 원래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껴지더군요...

저는 그사람에게 다가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청했습니다...
30대 중반의 그분은 야채거리를 파시는 분이었습니다.
그사람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운이 맴돌았지만 나의 선배의 덩치에 뭐라 말하고 싶어도

몸을 사리는 눈치였습니다. 선배의 몸무게가 90kg이 넘거든요...^*^

그사람은 우리차의 뒤에서 조금 떨어져서 장사를 하던데 제법 그동네에 단골이 많은 모양입니다.
오후 3시가 좀 넘으니 과일장사들 두팀이 자리를 잡더군요...
모두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리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모두들 좋은분들 이더군요.

좌우지간 그날 첫장사치고는 성공이었습니다...
아침 9시반 부터 저녁 9시까지...
매상 40만원...추정순이익 18만원 정도...

 


다음날...
어제 남은 물건을 처분하려고 다시 어제 그장소로 향했습니다.
여러군데 다니면서 장사하면 기름값만 소비되고 그냥 한자리에서 하는것이

시간적으로 절약도 될것 같아서 였죠.
그날도 장사가 그런데로 잘되었습니다...

오후2시까지 약15만원 올렸을까?
갑자기 야채장사가 아무말없이 자리를 뜨더군요...

우리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경쟁자가 한사람이 가버리니 오늘 장사는 더 잘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뜨발~~

구청의 노점단속 차량이 출동한것이 아닙니까?
"아저씨~~여기서 장사하면 안되는것 아시죠?...아까 경고방송을 했는데...스티커를 발부해야 정신차리겠소?"
"넹?...스티커?...얼만데요?"
"4만원 짜리요...그러니 빨리 가쇼"

닝기리~ 어쩐지 목이 좋은곳인데 장사꾼들이 많이 없다했더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하루에 몇번씩 단속차량이 뜨는데 어제 우리가 장사할때는 용케 단속이 없던 날이었습니다.

우린 짐을 챙기고 다시 장사할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마땅한 장소가 없더군요...동네 골목길을 다니면서 장사하려고하니 마이크 장치도 없구요...
다른 장소에는 장사꾼들의 텃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떤날은 과일을 팔았는데...
진구의 모 시장입구에서 30여미터 떨어진 자리에 버스 정류소도 있고 병원도 있어서 유동인구도 많았고
시장상인들에게 제법 떨어져있어서 피해를 줄것 같지 않고해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과일이 제법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그렇게 한 30분을 장사하고 나니 웬 30대 후반 아주머니 한분이 다가왔습니다...
"아저씨 여기서 장사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도 저 옆에서 과일장사를 하는데 아저씨들 때문에 타격이 큽니다."
하도 사정을 하고 돌아가길래 도데체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주는가 싶어서

그 아주머니가 장사하는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닝기리...시장 입구에서 장사를 하는 베테랑 과일장사인데 엄청 좋은 목이고 규모도 제법 크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아주머니...여기는 우리보다 10배 이상 장사가 더 잘될것 같은데 우리가 피해주는것 같지도 않으니

더이상 간섭하지 마십시요."
그러자 이젠 아저씨까지 가세해서 협박반 사정반...

이젠 인근 과일장사들이 몰려와서 다른데가서 장사를 하라 하더군요.

나는 일단 우리차에 돌아와서 선배한테 여기서 물러나면 더 이상 장사꾼으로 살기 힘들다고 말하고

전투태세를 갖추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인근 주유소에 가서 휘발류 한통을 샀습니다.

여차해서 시비가 붙으면 물건을 태워버릴 기세로 겁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인근 가게 주인들이 저에게 귀뜸하기를 저 아주머니가 보통이 아니다고 하더군요...
저 아주머니는 남들이 장사하는 꼴을 절대 못보고 아주 매몰차게 쫒아버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에게는 그래도 다정하게 해주는 편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몇일간 장사를 해보아서인데 노점상도 아무나 하지 못할것 같았습니다.
나름대로 깡다구도 있어야하고 남에게 기세가 밀리면 절대로 장사도 못하겠더군요.

특히 목좋은 곳에서 노점을 하려면 지역노점연합회(말이 연합회이지 깡패집단들입니다.)에

정식등록을해서 자릿세를 줘야합니다. 노점상 세계에서도 엄청난 빽이 좌우지지 합니다...


10분후...제가 예상했던대로 그 아주머니가 시장관리하는 남자 몇명을 이끌고 오더군요...
우리는 내심 긴장을하고 여차하면 싸울태세를 갖추었죠...

이것은 장사문제가 아니라 불합리를 바로 잡아야한다는 신념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덩치 큰 조폭들이 올줄 알았는데 50대후반 나이가 지긋한 관리인들 이었습니다.
난 갑자기 맥이 풀렸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싸운다는것이 별로 의미도 없게 느껴졌구요.

그사람들도 공손하게 사정조로 이야기 하길래 굳이 싸움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그 아주머니에게 충고 몇마디 해주고 자리를 떳습니다...(여자와 싸우는게 제일 힘들거든요)

 

그렇게 인근상인들과 싸우고 단속차량에게 철수요구를 당하면 정말 하루종일 서글픕니다...
모두들 없는 처지에 서로 도와가며 살아도 모자랄 판에 자기혼자 돈욕심에

자기땅도 아닌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까지 내쫒는 이런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잘먹고 잘사는 세상이 원망스럽더군요...


노점생활 20여일만에 결산을 해보니 한달에 평균 150만원~200만원은 벌겠더군요...
그러나 장마철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헛탕을 치니 당연히 그 달은 평균매상이 줄겠지요...

이젠 선배도 넉살이 많이 좋아져서 제법 장사꾼 티가나고 혼자서도 잘해나갈것 같은 예감이들고
차량하나에 남자 둘이 장사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것 같구요...


이쯤에서 저는 빠져주는것이 좋을듯 싶어서 지난 금요일날 선배에게 모든것을 맡기고

저는 노점생활을 청산했습니다...내가 할 일은 끝났으니 이젠 내 갈길을 가야죠...
둘이 벌었던 이익금중 10만원만 내 몫으로 소주값 챙겼습니다...^*^

 

그리고 어제 토요일에도 몰래 선배가 장사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대로 하는것 같은데 한가지 불만은 손님이 뜸할때

이 선배가 차안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는것이 아닙니까?
물론 뙤약볕에서 하루종일 서있으면 엄청 피곤한것은 느껴보아서 잘 아는데

낮잠까지 잔다는것은 좀 그렇더군요.


가까이 다가가니 코를 골면서 잠을자더군요...한심한 생각이 들더군요.
냅따 엉덩이를 걷어 찼습니다....

선배는 깜짝 놀라며 "넵...한소쿠리에 2,000원 입니다..."
둘이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선배님...앞으로 험난한 노점생활을 잘 이겨나가서 돈을 잘벌면 좋겠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헤어진 형수와 재결합하면 더욱 좋겠구요...
건강 잃지 마시고 항상 용기를 내시길 바랍니다...
제가 시간이 날때마다 도와드릴께요...


여러분...
모두들 한때는 잘나가던 시절이 있습니다.

노점상들도 보니 학벌이 높은 사람들이 많구요.
전직도 화려한 사람들이 많습디다...

 

운영하는 회사의 부도로...
다니던 회사의 파산으로...
주식을 하다가 깡통을 차서...

모두들 한가지씩 아픈 사연들이 많더군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으니 노점상들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그러니 서로 치열한 경쟁에 돈벌기도 힘들구요..
모두들 하루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것 같습니다.

앞으로 반찬거리 사실거면 대형마트보다 인근 노점상을 이용해주세요...

대형마트나 노점이나 품질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힘드신분들...
아니면 낭비벽이 있으신 분들...

단 한달만이라도 노점을 한번 시작해보십시요.
돈의 소중함을 분명히 느끼게 되실겁니다.


저나 선배같이 부끄럼 많고 험한일 해보지 않은 분들은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한번쯤 거리로 나가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세상보는 눈이 달라지며 살아야겠다는 용기가 자기도 모르게 분출하게 됩니다.


사람이란 항상 잘살수만은 없거든요...실패를 대비해서라도 호구책하나 마련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제가 인터넷에서 알게된 어떤 분은 사업하다가 몇억의 빚을 지게되어서

지금은 아침마다 50kg되는 배낭을 메고 산에 올라가서

목마른 등산객들을 상대로 시원한 호프를 팔고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죠.
아이템도 훌륭하구요...수입도 짭잘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500cc 한잔에 5,000원을 받는다는군요.
내려가는 등산객들은 잘 마시지 않고 땀흘리며 올라오는 등산객들만 상대하면 되므로

오후 3~4시까지만 일하면 되구요.
굳이 무거운 호프가 아니더라도 즙종류도 괜찮을것 같군요...


그동안 저도 장사한다고 밤늦게 파김치가 되어서 깔방에 들어올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귀가해서 책 한장 읽다가 이내 잠들어 버리기 일수였거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잠적하게 되었음을 이해바랍니다.


그동안 뙤약볕에서 장사하다보니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렸고 팔과 목에 껍질까지 벗겨졌군요.
잘생긴(?)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그래서 당분간 피부관리에 들어갑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휴일 오후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