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적한 이유를 알려주마...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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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방회원님들...

때이른 무더운 날씨에 모두들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한달여전에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서 졸지에 백수가 되어

낙향을하여 부산에서 칩거중입니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보니 대외적으로 안좋은 일만 생기는것 같군요.

여기 깔방도 그 여파로 모두들 예민해진것 같군요...

 

대충 여러분들이 올린 글들을 읽어보니 복이님도 태클을 받아서 한시적으로 잠적하신것 같고

본전대장님도 오랫만에 칩거하시다가 관두껑을 열고 나오신것 같구요...

쿵해쪄님도 오랫만에 나오신것 같은데...뭐가뭔지 감이 안잡히는군요.

 

저는 부산에 내려와서 집에서 한동안 요양을 했읍니다.

그동안 타향에서 잘 챙기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파김치가 되어서 건강이 좀 안좋았거든요.

요즘은 많이 회복이 되었구요...살도 좀 붙었습니다.

 

그리고 보름간의 삶의 체험 현장을 몸소 경험도 해보았구요...

어제로서 저는 그 일을 드디어 마쳤지만 색다른 경험과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제가 겪었던 일을 한번 이야기 해보렵니다...

 

 

 

지난 5월중순에 부산에 사시는 선배 한분을 만났습니다.

몇년동안 서로 연락이 끊어졌다가 우연히 소식을 알게되어서 어렵게 술한잔을 하게되었죠...

 

이분은 3대독자로 태어나서 고생 한번 안하고 풍요롭게 자라신 분인데 몇번의 사업실패로

전재산을 탕진하고 부인과도 이혼을하고 칠순을 넘기신 홀 어머니와

몇년동안 치매로 투병중인 아흔을 넘기신 할머니,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들...중학교 2학년인 작은 아들과 조그마한 전셋방에서

힘겹게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사십중반을 넘어서니 취업도 힘이들고 장사라도 하자니 돈도 없고...

그래서 호구책으로 공사장에서 노가다 보조일을 하였는데 그나마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혼한 부인은 몇년전에 미국에 건너가서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고있고 거기서 번 돈의 일부를

자식들 교육비로 매달 송금을 해 준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그 부인이 일시귀국을 하여 선배의 사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자식들을 못먹여 살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아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갔다고 하는군요...

이 선배...요즘 아들이 보고 싶어 밤에 잠을 못이룬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선배를 도와주고 싶은데 저도 여유가 없고

더군다나 본의 아니게 백수의 처지가 되고보니 저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인지라...

 

뭔가 이 선배가 할 일이 없을까하고 무심결에 차 있냐고 물어보니까 1톤 트럭 한대가 있다는군요.

저는 선배에게 내일 아침 6시까지 그 차를 몰고 농산물 시장으로 나오라고 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대규모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선배와 만났습니다.

어리둥절하는 그 선배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농산물과 과일의 경매가 한창이더군요.

 

"무패야...여기 뭐하러 구경하자고 하노?"

"형님...우리 장사합시다..."

 

"????...무신 장사?"

"차량 노점상..."

 

"경험도 없이 무신 노점을 한다 말이고?"

"누군 태어났을때 부터 노점을 했습니까?"

 

일단 농산물 시장을 샅샅이 둘러보았습니다.

경매는 도매업자들만 참석을 할 수가 있고 일반인들은 참가 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중도매인 중 신뢰가 갈 만한 분을 찾아서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요즘 여름철이라 과일장사가 제격인데...

문제는 과일은 하루만 지나도 시들해져서 상품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져서 제 값은 커녕

냉장저장장치도 없는 우리 같은 초보는 본전도 못찾게 되는 경우가 많겠더군요...

 

그렇다고 여름철에 과일은 안 팔수도 없고...

일단 과일은 몇일뒤에 노하우가 생기면 생각하기로하고 일단 안팔려도

몇일간 여유있는 상품을 고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내 눈 앞에 나타난 농산물이 바로 감자였습니다...

요즘 감자값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감자 도매값이 평소때 보다 많이 내려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감자를 단일 품목으로 팔아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작은차에 여러가지 물건을 잡다하게 싫고 다니는것 보다 단일 품목으로

한차 가득 싫고 다니면 좀 뭔가 전문적으로 보일것 같기도 하구요...

 

도매상에 감자 가격을 물어보니 모양이 깨끗한 A급 감자는 이미 다 팔렸고

B급 감자만 남아있으니 싸게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감자 상태를 보니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약간씩 호미자국이 남아있지만 그런대로 쓸만하더군요.

20kg 1상자당 평균단가 9,000원에 아주 싸게 샀습니다.

일단 50박스를 구입하니 한차 가득하게 실리더군요...

 

차에 물건을 싫고 농산물 시장을 빠져나오니 앞이 깜깜하더군요...

도데체 이것들을 어디에서 어떻게 팔아야 할것인가?

 

일단 차를 한적한 곳에 세우고 다른 차량노점들의 동태를 살폈습니다.

야채장사에게 물어보니 A급 감자를 한 소쿠리에 3,000원에 판다고 하더군요.

20kg 1박스 팔아봐야 5,000원 남는다는군요...

 

그럼 우리는 제품 모양이 떨어지니까 한 소쿠리 소북히 가득 담아서(10개~13개) 2,000원에 팔고

20kg 1박스에 2만원에 팔아도 배 장사는 되겠더군요...

(왜냐하면 아직까지 감자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다른 장사보다 양이 많고

싸게 팔면 먹혀 들어갈것 같았음)

 

드디어 가격은 결정이 났고 어디에서 팔 것인가만 남았습니다...

솔직히 좀 쪽 팔릴것 같기도 했구요...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노점상이라...

뭔가 전혀 어울리지 않은것 같으면서 나름대로 풍류가 있는듯한...히힛~

 

우리는 초조함에 담배 한개피를 다 피우고 심호흡을 하며 드디어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Let's go!!!...(영어는 될 수 있는대로 간단하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