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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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제사나 명절같이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날이면,

한참 어린 아이(?)에게 삼촌이나 고모라고 부르는 일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본가만 그런게 아니라 외가쪽도 만나는 분마다

나이 불문하고 저에게 어른이니,

촌수 낮기가 본가보다 결코 덜하지 않았습니다

 

머피의 법칙인지, 안되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것인지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 처가쪽도 상황이 똑 같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외할아버지, 어머니로도 모자라

장인, 장모까지 모두 첫째이시고 아내도 맏이입니다

 

제 나이 또래에게는 흔치 않은 일인데,

어쩐 일인지 저는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친가나 외가는 어릴 때부터 겪은 일이라 이골이 났습니다만,

처가쪽은 늙어서(^^) 적응하려니 머리가 아픕니다

연하의 처삼촌과 처고모가 4명, 막내 처삼촌은 9살 연하입니다

처가족보 개족보(죄송^^)라는 말이 있지만

옛 말일뿐, 요즘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연하의 처삼촌이 버릇없이(^^) 어른행세 하면 속이 뒤집히다가

연하의 처고모가 너무 깍듯이 하면 민망스럽고,

아내의 사촌동생인 꼬맹이가 '형부'라고 할 때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이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일전에 막내 처삼촌이 갓난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촌수로 제 동생이니,

일찍 장가갔으면 손자 볼 나이(?)에 동생을 본 겁니다

아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아기가 귀여운 듯 볼을 어루만지며 장난을 합니다

그래도 촌수는 가려야 하니까

아들에게 네 삼촌뻘 되는 아이라고 했더니,

"에이 아빠, 애기가 무슨 삼촌이에요?" 합니다

 

"엄마 삼촌의 아들이니 엄마의 사촌동생이고

 엄마의 동생은 너에게 삼촌이 되는 거야"

5촌에 대한 개념이 없어 쉽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

한참을 생각하던 우리 아들,  "그런게 어딨어요" 하면서

제방으로 가 문을 쾅하고 닫고 안 나옵니다

잠시 후에 가 보니 울었는지 눈이 뻘겋습니다

억울하답니다

허허 참, 제가 어릴 때와 어쩌면 그리 똑 같은지...

 

우리 아이들도 아빠나 엄마처럼 촌수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은데 대책이 없습니다

살다 보니, 지난 번 원산도 일도 그렇고,

왜 이렇게 대책없는 일이 많은지 ㅎㅎ

촌수라는 것이 코믹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