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말끝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라며 시도 때도 없이 아내를 구박하는 남편이 있었다.
어느 날 병원에서 외출해 있던 부인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이 응급실에 실려왔는데 빨리 와 달라는 연락이었다.
부인이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이미 남편은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인은 뇌졸중으로 인한 전신마비라 했다.
허구한 날 자신을 구박했던 남편이지만 막상 처량하기는 그지없었다.
아내는 손을 내밀어 차가운 남편 손을 잡았다.
순간 남편은 마지막 남아 있던 손가락 신경을 집중시켜 꼼지락거리자
아내가 손을 빼며 나직이 말했다.
 
"당신이 뭘 알아? 의사가 죽었다면 죽은 거지" 남편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 놈의 여편네가 왜 이렇게 안 통하지?"
결국 남편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지 못해 냉동실까지 실려 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아내는 손수건을 꺼내 눈을 찍어 누른다.
냉동실의 기계 소리만 커진다.
서서히 신경이 살아난 남편,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더듬거리며 아내를 향해 울부짖는다.
 
"여보, 나 아직 안 죽었단 말이야!"
 
남편의 몸에 얼굴을 파묻은 아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이 뭘 알아? 병원 규칙을 따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