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저평가된 지주회사

일년 순이익으로 회사 주식을 다 살 수 있을 정도...








SK-소버린 경영권 분쟁이후 관심커져 
삼성물산·LG·두산이 대표적인 저평가 
"액수차 클수록 경영권 위협 가능성 커"

 

적대적 M&A(인수합병)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출자회사 할인’ 현상이 국내 주요 그룹에 나타나고 있다. 출자회사 할인이란 모(母)회사가 갖고 있는 자(子)회사 지분이 모회사 시가총액보다 더 큰 현상.

국내에서는 소버린과 SK그룹 간의 경영권 분쟁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버린이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2003년 4월 초, SK㈜의 시가총액은 1조1000억원으로 SK텔레콤 보유지분(21%, 2조8000억원)의 40%에 불과했다. 즉 1조1000억원이면 2조8000억원어치의 SK텔레콤 주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구조로, 고래(SK텔레콤)가 새우(SK)뱃속에 있던 셈이다. 소버린은 SK㈜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지분만 팔아도 주가가 2배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증권거래소가 국내 주요 지주회사의 출자회사 할인현상을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LG·두산 등 3곳은 상장된 자회사 지분가치가 모회사 시가총액보다 컸다.〈그래픽 참조〉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2조3093억원(18일 종가 기준)으로,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3.48%의 가치(3조2486억원)보다도 낮다. 영국계 헤르메스펀드가 적대적 M&A 가능성을 거론하며 삼성물산 지분매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시가총액이 4조7712억원인 반면, 이 회사가 갖고 있는 LG전자·화학·텔레콤 등 자회사 지분은 5조4288억원에 달했다. LG는 현재 소버린이 지분 7.0%를 갖고 있지만, 구본무 회장과 친인척의 지분율이 51.5%에 달해 경영권 위협으로부터는 자유로운 상태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소버린이 SK㈜에 이어 LG지분 7%를 매입한 것은 국내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평가되는 LG의 출자회사 할인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등 M&A를 통한 덩치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두산은 출자회사 할인이 가장 두드러진 기업이라는 평가다. 두산은 시가총액이 3325억원에 불과, 자회사인 두산중공업 지분(7475억원)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오롱은 시가총액이 1497억원으로 자회사 지분가치(1340억원)보다는 많았지만, 비상장 계열사 지분까지 합치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증권연구원 빈기범 연구위원은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가치까지 포함할 경우, 출자회사 할인현상이 발생하는 지주회사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출자회사 할인정도가 심할수록 외부로부터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주회사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지배구조문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즉 자회사 지분을 투자목적으로 보유한게 아니라 경영권 지배목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 가치가 아무리 올라도 보유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