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하 시사…세계증시 구원투수 될까

미 금리 인하 시사…세계증시 구원투수 될까
심리 안정효과 불구 경기회복 영향 의무
한겨레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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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12월 고용보고서 실망스러웠다.

경기하강 위험 뚜렸해져 추가 금리인하 준비 돼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하 연준) 의장이 10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한편으로,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혼조세를 보이며 출렁거렸다.

 

이날 장 초반 하락세로 출발했던 뉴욕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상승 반전해 전날보다 0.92% 올랐다.

 

반면 11일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상승하다가 ‘메릴린치 충격’과 프로그램 매물로 1800선이 붕괴되며 전날보다 42.51(2.33%) 하락한 1782.27로 마감했고, 일본 닛케이 지수도 1.93%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와 홍콩 항셍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상승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워싱턴 주택·금융·재정 여성인클럽 연설에서 “최근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올해 경제 전망이 악화됐고, 경기하강 위험도 좀더 뚜렷해졌다. 유가 상승, 주가 및 주택가격 하락이 올해 소비 지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경기하강 위험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추가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과 경기판단

월가에서는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29~30일 있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4.25%에서 3.75%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에선 연방기금 금리의 선물이 0.5%포인트 내려간다는 확률이 전날의 76%에서 92%로 높아졌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연준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위험’이라는 상반된 현상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뒤로도 연준은 계속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크게 보면서 중립적 통화정책을 펴왔는데, 이제서야 상황 인식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90년대 이후 누적된 미국의 가계 부채 문제가 드디어 터지기 시작해 쉽게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미국 경제와 세계 증시에 구원투수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겠지만,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로 투자 심리는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찾아갈 수 있다”면서도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에 효과를 발휘하려면 6~9개월 지나야 하는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빠르게 나타난다면 미국 경제는 더욱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는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뒤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으며, 미국 증시에도 금리 인하가 구원투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메릴린치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에 대한 대손상각 규모가 예상보다 큰 1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조재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음주부터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데 분명히 좋지 않게 나올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는 시장이 저점을 확인하는 과도기를 거칠 것이며, 지수는 1700대 중반대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