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레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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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이지만 도움을 받는 초보투자자들이 있어서 참 기쁜 마음이다.

그런 소수의 개미들을 위해 계속 입방아를 찧을 동기가 생긴다. 감사드린다.

 

자, 진정한 투자로 가는 첫걸음인 헛된 환상을 버리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제는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현실적인 투자를 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주식투자를 통해 바랄 수 있는 현실적인 수익율은 어느 정도일까?

 

아니, 아니.. 지금까지 내 글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2배, 3배, 혹은 10배라고는 제발 말하지 마라. 이런 수익율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 낚게 되는 월척일 뿐.. 우리의 기대수익율이 그런 수준에 맞춰져 있다면 그 결과는 늘 실망 뿐일 것이다. 내가 주식판의 초보를 낚기 위해 말도 안되는 논리를 떠들어대는 자칭 차트 고수나 작전주 매매꾼들을 경멸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우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다른 투자상품의 수익율은 얼마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쟁 상품 중 하나가 채권이다.

 

초보 여러분. 이제부터 여러분은 초보 개미의 관점이 아니라 100억을 가지고 있는 부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바란다. 여러분이 100억을 가지고 있다면 여러분은 과연 그 돈으로 10배를 뻥튀겨 1000억을 만들기 위해 주식판에 올인할 것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 난 그런 부자를 내 생애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사람은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 수록 보수적이 되는 법이다. 잃을게 없는 거랭뱅이보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부자는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의심이 많아지며 소극적이 된다는 인간 본성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증시를 움직이는 커다란 돈다발은 결코 증시판에 올인하는 어리석은 개미들의 돈이 아니라 가진 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들의 돈주머니를 항상 살펴야 하는 것이다.

 

가진 자들은 안전하게 플레이하는 걸 좋아한다. 아니,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 돈을 함부로 버리겠는가.

그들은 은행을 사랑한다. 그리고 채권을 사랑한다.

그들에게 우량 채권만큼 믿음직한 것도 없다. 그것은 구입하는 순간부터 기본적으로 정해진 미래의 현금 흐름을 약속한다. 그러니 얼마나 든든한가.

 

부자들은 따라서 왠만해서는 주식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안전한 투자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자산을 인플레로부터 방어해야 하기도 한다. 인플레는 무서운 적이다. 1년에 2%만 인플레된다고 해도 그들의 거대한 자산은 가만히 앉아서 그 가치의 2%를 까먹는 셈이다. 이 2%는 가진 돈이래야 몇 백, 몇 천만원 밖에 안되는 개미들에게는 그닥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100억 이상의 부자들에게는? 100억의 2%는 2억이다. 2억이라는 돈이 가만히 앉아서 공중분해된다고 생각해봐라. 환장할 일이다.

 

따라서 이들은 상황에 따라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하기도 한다.

 

리스크 회피와 리스크 추구의 분기점은 바로 리스크 자산의 기대수익율과 안전 자산의 기대수익율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채권의 경우 채권 금리만큼의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이 금리를 편의상 5%라고 하자.(금리를 알려면 국고채 3년 금리, 회사채 금리 등을 살펴보면 된다)

 

채권에 투자해서 연 5%를 기대할 수 있는데 주식에 투자해서 그만큼도 얻지 못한다면 부자는 절대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적어도 채권 금리가 5%라면 주식의 기대수익율은 7% 이상은 되어야 주식시장에 진입한다.

 

자, 그렇다면 주식의 기대수익율은 어떻게 구하는가? 엄밀히 말하면 주식이란 근본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상품이라 정확하게 구할 수는 없다. 다만 과거의 실적을 감안하여 장기적으로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율과 비슷한 정보를 주는 것은 있다.

 

여러분. EPS라고 다들 아실 것이다. EPS를 주당순이익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주식 1주당 이 기업이 벌어다주는 금액이다. 편의상 막강전자라는 주식의 EPS가 1000원이라고 해보겠다. 그런데 이 주식의 현재 가격은 주당 10,000원이다. 이 말의 뜻은 10,000원의 금액으로 이 주식을 1주 사면 1년에 1000원 가치의 황금달걀을 낳는다는 뜻이다. 즉, 이 주식의 기대수익율은 10%라는 얘기.

 

만약 주가가 기업의 실적에 수렴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얘기는 말짱 헛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주가는 결국은 실적에 수렴하게 되어 있다. 도리어 주가와 실적이 괴리가 있는 순간은 투자의 적기가 된다.

 

EPS를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장기적인 EPS를 평균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의 수익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 그러나 오랜 기간 꾸준한 수익을 내어준 기업은 미래에도 그렇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평균 EPS를 주가로 나누면 이 주식으로부터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율이 나오게 된다.

 

그 다음에는 단순한 비교 과정을 거친다. 과연 이 기대수익율이 채권을 포함한 다른 안전 자산의 수익율보다 높은가? 만약 답이 '그렇다'라면 그제서야 그들은 주식시장에 진입할 유인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만 하면 주식을 매도하여 떠날 것이다. 그들의 기대 수익율은 높아야 10% 정도이다. 그들은 주식시장에 대해 별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주식시장을 포함한 재테크 시장은 적극적으로 자산을 추구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자산의 손실을 방지하고 약간의 덤을 얻으면 좋은 곳에 불과하니까!

 

초보 개미 여러분. 그렇다. 주식시장을 포함한 재테크 시장은 이미 가지고 있는 재산을 관리하고 인플레에 따른 손실에 방어하며 운이 좋다면 약간의 이득을 얻을 수 있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주식시장을 통해 거부가 된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규칙이기보다는 예외이다. 적어도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 개미라면 이런 헛된 망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여담이지만 가장 중요한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인 투자는 없다. 이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