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레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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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투자 분석을 하는 요령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그러한 요인을 모두 고려해서 주가의 흐름을 때려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례로 주가는 기본적인 경제 상태 뿐 아니라 자연 재해, 전쟁 위협,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나라의 재정적 리스크, 권위 있는 인물의 발언, 금리 변화, 환율 변화, 원자재 가격 변화 등등에 의해서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매일 매일 경제 뉴스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 발생한 경제적 사건에 대해 집중 보도를 하며, 초보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뉴스들의 흐름에 정신 없이 눈알을 돌리기에 바쁘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개미들은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난 우선 보도되는 경제 뉴스에 따라 시선이 왔다 갔다 하며 뒷북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주가의 흐름을 다른 어떤 요인을 추적함으로써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어떤 다른 요인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이를테면 주가와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설사 이 경향성이 절대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경향성을 주가 예측에 성공적으로 응용하기 위해서는 환율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다. 그런데 환율은 주가 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리는 또 어떤가? 금리 동향을 예측하면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설사 금리와 주가의 관계가 완벽한 법칙으로 이어져 있다고 하더라도(백번 양보해서) 과연 금리의 흐름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금리 선물을 거래하면 떼돈을 벌 것이다.

 

99%의 경제 요인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 원유 가격, 환율, 금리 등등을 예측하려 하는 것은 숙제를 2배, 3배로 늘리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1000번 양보해서 어떤 천재가 그런 요인들을 모두 예측했다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다음에는 각각의 요인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함수식에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함수식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웃기는 소리. 그에 근접한 것조차 존재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경제 요인들의 시계열은 모두 다 예측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러한 것들에 신경을 끄는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잡다한 정보에 정신이 팔리지 않는다. 대신 핵심적인 정보를 살핀다. 그 핵심적인 정보가 무엇이냐고? 지금부터 살펴보겠다.

 

우선 주식은 싸게 사야 한다. 이것만큼 중요한 명제는 없다.

주식을 싸게 살 수록 기대 수익율은 높아진다. 당연한 얘기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사람들은 주식을 너무 어렵게 한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마라라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만일 그 칼날이 결국은 다시 올라갈 칼날이라면 떨어지는 중에 사는 것이 적어도 떨어지기 전에 사는 것보다는 수익을 더 주지 않겠는가?

 

핵심은 다시 올라갈 칼날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론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의 장기 실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최악의 선택을 막을 수는 있다.

 

주가와 실적의 관계를 한번에 보여주는 것이 PER이다. 그리고 PER의 역수를 취하면 기대수익율이 나온다. 기대수익율은 다른 투자대안과의 비교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PER은 현재 주가가 싼 것인지 비싼 것인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PER을 과거 그 주식의 PER과 비교하는 것이 한 가지 손쉬운 방법이다.

이를테면 막강전자는 역사적으로 PER 8~16의 박스권에서 움직였던 경향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현재 막강전자의 PER이 9다. 이는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신규 매수를 해도 무방하다. 반면 PER이 15라면? 적어도 신규 매수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

 

PER을 업종 PER과 비교하는 것이 다른 한 가지 방법이다. 어떤 종목의 PER이 업종 PER보다 저평가되어 있다면 장기적으로 이는 괜찮은 수익을 줄 가능성이 높다.

 

PER만 있는 것이 아니다. PBR이라는 것도 있다. PSR이라는 것도 있다. 각자 공부하기 바란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명분이다. 대의명분이 있어야 장기적인 매수세가 가담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런 명분이 언제나 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명분들이 잠자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를 견인하게 된다. 반대로 어떤 명분들은 주가가 상승하는 내내 가만히 있다가 어떤 계기(자연 재해와 같은 요소도 포함)가 되면 갑자기 시장에 등장해서 주가를 폭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신이 몽롱하게 마취되어 있다가 갑자기 시장이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당장 내일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아직 시장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은 듯 보이는 대의명분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지뢰 찾기를 하듯이 갑자기 주가를 폭락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을 가려내어야 한다. 리스크가 가장 적고 상승명분이 가장 많은 주식을 매수하는 것. 이것이 현명한 주식투자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김 빠지는 얘기를 해보자면, 이렇게 해서 주식을 고른다 하여도 이것이 정말로 원하는만큼의 수익을 줄지는 알 수 없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적극적 투자분석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 한다면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오래 동안 연구하라. 매수 후보마다 상승 명분과 리스크의 목록을 작성하라. 그리고 상승명분이 많고 리스크가 적은 종목을 발견하면 매수하라. 그 다음에는 오래 기다려라. 시장은 때로 당신이 발견한 것에 주의를 돌리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당신이 주식을 고른 이유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당신은 스스로의 판단을 믿는 뚝심을 발휘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남이 뭐라고 하든, 당신은 당신의 판단대로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