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고수의 상승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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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아끼는 소설 중 하나인 청룡장 시리즈의 2부 청룡맹(유재용 작)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 * * * *

 

 

"알겠는가?"

 

강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뭘 말씀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운룡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상승검법은 온데간데 없고 청룡팔검식만 보여주는 것 같아 화나지는 않고?"

 

강위는 붉어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얼른 고개를 숙였다.

 

"소인이 어찌, 이렇게 지도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자네 일류고수가 어찌 되는지 아나?"

 

"강호에서 일류고수란 타고난 재질에 덕 높은 스승,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어우러졌을때 간신히 도달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런 일류 고수와 자네의 차이를 아는가?"

 

"자질이 아둔하여 가르쳐주신 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찌 일류 고수들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허허, 스스로 낮추어 보는 것도 좋지 않네. 자네가 말한 세 가지 중 노력이 없는 자는 천품과 스승이 뛰어나다고 해도 일류 고수의 반열에 들지 못하니 논외로 치고, 자신의 타고난 재주가 좀 부족한 경우라도 덕 높은 스승과 몇 배의 피나는 노력이 함께한다면 늦게나마 일류 고수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지. 문제는 스승의 지도가 없이 자질과 노력만으로 일류의 고수에 오르는 것이네. 이런 경우 생기기 쉬운 문제가 작은 파탄들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야. 일류 고수가 되기 전까지는 무공 위력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 작고 미세한 동작 하나가 치명적인 틈을 만들게 되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일류 고수에 도달했을때 생겨나는데, 일류 고수에 도달하지 못하고 부서지는 경우가 태반이라 사람들은 잘 모르지. 아, 자네 언제 가장 교관으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들었나?"

 

"보법을 배울 때였습니다."

 

"그래. 맞아. 나도 그때 가장 많은 잔소리를 들었고, 남을 가르칠 때 가장 많은 잔소리를 했지. 자, 자네 청룡검팔식의 보법을 펼쳐 보겠나?"

 

강위는 주저함 없이 발만 움직여 청룡팔검식의 보법을 밟았다. 마운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족적이 남긴 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자네의 보법은 나무랄 데 없네. 하나 상승의 비전이 빠져 있지."

 

상승의 비전이라는 말에 강위는 침을 꿀꺼 삼켰다. 마운룡의 말이 이어졌다.

 

"보법에 있어 자네처럼 발 전체로 땅을 딛는 것과 각 보법에서 앞꿈치와 뒷꿈치 중 어느 부분을 먼저 놓느냐에 따라 생기는 힘의 차이를 잘 보게."

 

마운룡은 한 번은 강위처럼 발 전체로 보법을 밟았고, 다음에는 앞꿈치와 뒤꿈치 중 한쪽이 먼저 닿으며 펼쳤다. 강위는 서서히 마운룡과 자신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보았는가?"

 

"네."

 

"그 차이를 알겠는가?"

 

강위는 어떤 자세에서 발의 면이 먼저 닿는지는 알았지만 그것이 가져다 주는 차이는 몰랐다.

 

"소인이 무능하여..."

 

"발 전체로 초식을 받쳐주는 것과 뒤꿈치를 놓고 나서 앞꿈치를 좌우로 움직이며 자세를 잡는 것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네. 이 법문을 알지 못하고 뒤꿈치로 중심을 잡는 초식을 펼칠 때 실수로 앞꿈치를 먼저 땅에 대고 이를 중심축으로 삼으면 발목이 그대로 부러지네."

 

강위는 슬쩍 발을 움직여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운룡은 고개를 저었더.

 

"그게 아니네. 전 공력을 실어 움직일 때를 이야기하는 거야. 하수들에게는 거의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지."

 

"알겠습니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이런 부분이야말로 바로 청룡검팔식의 상승 비전이네. 설혹 자네가 죽더라도,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한다고 해도 발설해서는 안 되네."

 

상승비전이라는 말에 강위의 눈이 커졌다.

 

"네?"

 

"그럼 자네는 상승 비전이 뭐라 생각했나?"

 

"그래도 그렇지 발 놓는 거 손 비트는 거 그런 게..."

 

"일류 고수가 되느냐 못 되느냐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밀이야. 아니, 이류, 삼류를 상대할 때는 일류 고수처럼 보이나 진짜 일류 고수를 만나면 일격에 쓰러지는 자가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지. 또한 일류 고수로 머물 것이냐, 상승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준비하는 일류 고수가 되느냐를 가름하기도 하는 중요한 부분이네."

 

마운룡은 아직도 강위가 납득이 안간다는 표정을 짓자 좀더 자세히 설명을 했다.

 

"보통 무공을 전수할 때는 이 분분을, 그러니까 어느 단계까지 경지에 오를 때 몸과 공력에는 무리가 없지만 완전하지 않은, 아무리해도 알 수 없는 그러나 알면 너무 쉽고 당연한 부분을 빼 놓는 거네. 이 부분이 비결로 전해져 제자의 마음 상태와 경중을 따져 전수하는거지. 이 비결을 전수받지 못한 자들은 이 비결을 전수 받은 제자들이 너무 빠르게 수준이 급상승하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생각하지만 실제로 특별한 가르침은 거의 없네. 부분만 알면 그 날로 그 즉시 한두단계 더 진전하는 경우도 있지. 상승의 공부일수록 작은 가르침 하나가 큰 위력을 보이게 하네. 물론 좀 긴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말일세. 습관이란 하루 아침에 몸에 익은 것이 아니니까."

 

"음."

 

"문파의 투로마다 이런 부분이 조금씩 감춰져 있고, 상도에 어긋나는 경우도 있네. 상도에 어긋나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진짜 어긋난 거고, 다른 하나는 내공의 운용이 받쳐주기 때문에 겉보기에만 그렇다네."

 

"진짜 어긋난 경우는 어떤 경우입니까?"

 

"구전이 끊기거나, 처음부터 무공이 약간 어딘지 부족하게 만들어졌다던가 하는 경우지. 대부분 구전이 끊겨 후세에서 이런 저런 첨삭이 가해지며 상도에서 어긋나게 된 것이지. 이런 무공을 익힐 경우 겉으로는 위력적으로 보이더라도 결국은 몽이 상해 폐인이 되고 마네."

 

강위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마운룡은 그런 강위를 보며 검을 들었다.

 

"나는 물론 소천 사제도 우리가 알 수 없는 검법과 도법을 모두 연구했으나 이 청룡팔검식 이외에는 깊이 연마한 것이 없네. 자네도 그 이치를 잘 헤아려 보게나."

 

 

 

 

 

 

 

 

 

ps.

이 글의 작가분은 실제로 수행을 하셨던 분이라,

글 자체에 일반 해설 작가와는 다른  실전고수의 내공이 담겨 있습니다.

 

ps2.

등장하는 인물 중 소천과 마운룡은 천하에서 손꼽을 수 있는 고수입니다.

 

ps3.

언급된 청룡팔검식은 문파의 기본무공입니다.

 

ps4.

주식시장도 무림의 고수들이 종횡무진하는 곳이니~

한 번 열린 마음으로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ps5.

반응이 좋으면 2탄도 올립니다..;;

많은 분들의 리플 기다립니다.

반응 별로 없으면 여기서 끝..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