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와 산행

'

산행-산의 정상에 오를려면 뛰어가서는 정상에 다다를수 없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항상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르다 보면 평탄한 길도 있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도 나온다.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길이 나오면 내려가기 전에 쉬거나 내려가서 쉬어서는 안된다. 쉬고나서 다시 오르막을 오르려면 마음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그만 하산하기가 쉬우므로, 내려갔다가 다시 이전에 내려가기 전의 높이만큼은 올라가서 평탄한 길이 나오는 곳에서 쉬어야 한다.

 

 산행을 시작할때는 준비운동 부터 하는 것도 좋지만, 처음 만나는 언덕배기까지는 올라가서 몸을 시운전 시킨뒤, 잠시 멈춰서서 스트레칭을 해줘라. 그런다음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라. 아직도 당신은 산행의 첫 걸음에 있으며, 당신의 지난 밤의 굳은 몸은 이른 아침의 기상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으므로, 처음부터 무리해서는 안된다. 산행시작후 5분 걷고 스트레칭, 다시 10분 걷고 3분 휴식, 20분 걷고 5분 휴식, 그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 초기에 자주에 자주 쉬는 사람을 무시하지 마라. 그들이 산행 전문가들이다.

 

 내가 아무리 산을 잘 안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이탈해서는 안된다. 산행대장은 무리의 선두에 서서 무리를 이끌어 나가며, 무리들이 잘 따라오는 지 뒤를 돌아보면서 속도를 조절하며, 다음 목표지점을 염두에 두고 쉴 곳을 정하고, 먼저 쉴 지점에 도착하여 같은 무리의 영역을 확보하고 무리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산행은 같이 산행을 시작한 무리들 모두가 정상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항상 뒤 처지는 일행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리들 중 산행에 자신있는 다른 행동대장은 항상 젤 뒤에 처져있는 일행과 같이 한다. 무리들 중에 젤루 처져 있는 이를 무시하지 마라. 그가 산행의 일인자이거나 무리들 중 넘버 2일지도 모른다. 그는 뒤 쳐진 무리를 독려하거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거나 옆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무리들 중 약한 자들을 보호하면서 쉴 수 있는 목표지점까지 함께한다. 그래도 같이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그냥 두고 갔다가 하산할때 데리고 간다. 그리고 다음 산행에서는 그 낙오자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정상의 1/3 지점에 다다르면 모두들 자신의 배낭에서 간식을 꺼낸다. 여기에는 술이 필수다. 여름에는 막걸리를 얼려서 다니고, 봄-가을에는 과일주나 곡주를 많이 마시고, 겨울에는 소주를 많이 마신다. 1/3 지점에는 쉬는 시간이 길다. 새로운 신입 동료들과 친해지는 지점도 이 지점이다. 여기에서는 맛있는 안주나 맛있는 술을 준비해온 동료가 인기가 좋다. 그들이 산행을 잘 할지 자주 산행에 참석할 지, 언제나 무리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 지점에서 2/3 지점까지가 길이가 젤루 길다. 무리들도 둘, 셋으로 나누어져 끼리 끼리 산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리를 완전히 이탈해서는 안된다. 서로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면서, 때로는 경쟁하듯이, 때로는 격려하듯이, 서로의 산행장비를 빌려주기도 하면서, 산행의 즐거움과 힘듦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는지, 그냥 집에서 편히 쉴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저 멀리 정상은 아득하기만 하다. 배는 고프지만 아직 점심을 먹을 시간이나, 점심을 먹을 장소가 확보가 안된 상태이다. 힘들고 가기 싫지만 무리들에 휩쓸려 계속 가야만 한다. 여기서 낙오해서는 안된다.

 

 이제 2/3 지점이다. 2/3지점이라고 하지만 거리상으로는 3/4 지점이나 마찬가지다. 모두다 자리를 깔고 배낭을 완전히 풀어헤치고 점심을 먹는다. 어찌보면 정상에 도달했을때 보다도 더 즐거운 시간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무리들 모두가 정상을 정복할 수 있다. 시간 문제일뿐이다. 힘든 산행이지만 후회의 생각들은 이미 싹 사라진 시기다. 무리들 모두가 떠들고 즐겁다. 가끔 다른 무리들이 우리들이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갈려고 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마지막 정상으로 가고 있다.

 

 정상으로 간다. 바로 눈 앞이다. 그러나 산은 정상을 쉬이 내주지 않는다. 한 걸음에 다다를거 같지만, 가도 가도 정상은 나오지 않고,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르막은 산행 중 가장 가파름을 자랑한다. 마지막 고지를 앞두고 마음은 힘을 내지만, 아침부터 계속된 산행에서 몸은 많이 지쳐있다. 가끔 여기에서 미끄려져 큰 사고가 나기도 한다. 고지가 눈앞에 있을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 정상에 올라가는 길이 가장 가파르다. 그 가파른 길을 넘어 이제 봉우리만 남았다. 정말 정상에 한걸음만 남았다. 봉우리 밑에는 항상 바람을 피하고 편히 쉴 수 있는 평탄한 곳이 있다. 이것이 산의 넉넉함이다. 여기에서 마지막 정상에 오르기 전에 정상이라 생각하고 산행의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 그리곤 정상에 올라서는 기념으로 사진만 찍고 빨리 내려와야 한다. 아니면 바람 맞아서 감기 걸리거나, 좁은 정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딪쳐서 좋은 기분 망칠 수도 있다.

 

 정상에서 산행의 즐거움을 다 누리지 못했다면 내려가는 길에 정상에 다다르기 전 마지막 쉬었던 높이 부근에 평탄한 곳이 있을 곳이다. 그곳에서 짐을 풀고 몸과 마음을 편히 한 다음 가볍게 정상을 다시 한번 갔다 온다던지 해서 못 누린 산행의 즐거움을 모두 해방시키고 하산하라. 하산할때는 쉬지말고 하산한다. 가끔 굴러 떨어져 다음 산행에서 못 보는 무리들이 있다.

 

 그렇지만 하산할때는 쉬지말고 하산한다. 잠시 잠시 오르막이 나오곤 하지만 무시하고 쉬지말고 바로 하산해야 한다. 하산 하기도 전에 해가 지면 산을 헤매야 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당신이라면 당신은 산 중에서 새벽이 올때까지 밤의 공포를 맞보아야 한다. 하산은 오를때 보다 시간이 절반이나 3분의 1밖에 안 걸릴것이다. 하산의 마지막 지점에 오면 맑고 시원하고 풍요한 냇가가 기다리고 있다. 신발을 벗고 산행동안 피로에 지친 당신의 발을 냇가에 담그고 피로를 풀어줘라. 그리곤 푹 쉬면서 다음 산행을 준비해라. 당신은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