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종목에 대한 착각

 

전업투자자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입장에서

지금은 말하기도 창피하지만

과거 지난 몇 년간 나의 월 평균 수익률은 -17% 정도이다.

밑밥은 엄청 던지고도 피래미 송사리를 잡은 것이 전부였다.

돈 내고 삽질만 한 것이다.

 

물론 한 때는 자고 나면 주가는 올라가 있고, 자고 나면 올라가 있어 밤잠을 설친 적도 있었다.

이럴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환상에 빠지기 쉽다. 종목 고르는 수준이 상당하다고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 돈이 노획품인지 우연한 전리품인지 솔직하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쥐똥인지 청국장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받아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좋은 종목만 사려고 한다.

자신이 좋은 종목이라고 매수 한 종목이 반토막이 났어도 우울해 하지만, 언젠가는 회복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종목을 골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젠가는 상승할 것이다.

주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시간에 투자했다면 그것도 괜찮은 투자법이다.

하지만 투자는 먼저 돈이 될 종목을 고르는 것이다.

 

그 다음 시간을 내편으로 삼고 같이 가는 것이 순서이다.

투자의 신성한 목적은 ‘좋은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남기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오르는 주식’을 고르는 작업이다.  


나도 회사의 미래가치, 뛰어난 실적, 애널리스트 리포트,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격 …

뭔가 있어 보이고, 논리적이면서 명쾌한 분석적인 자료가 제시한 종목을 사고 싶지만,

여전히 싸게 속을 수 있는 자리만 고집한다.

 

왜냐하면 적은 밑밥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무엇보다도 단순하고 쉬운 추세의 몇 가지 패턴만 기억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성이나 논리로서 판단되지 않는 것이 주식이고, 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신비가 존재하는 것이 투자이다.

이미 제시된 문제에 절반도 맞추지 못하는 그런 오답 속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가짜를 진짜처럼 팔 수 있는 부당함, 사창가에서도 처녀가 있다고 우기는 포주 같은 배짱,

음모와 작전으로 연출하는 희비극을 이해하는 감동, 때로는 죽은 남편 기다린다는 과부의 끈기있어야 오히려 좋은 종목을 고를 수 있다. 

 

사실 주식투자에서 자신의 돈을 잃지 않겠다는 자세는 투자자 본인에게 달려 있지만

수익을 얻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속아서 넘어가는 상대에게 달려 있다.

 

주식투자의 핵심은 결국 싸게 속아서 사서 비싸게 속아주는 상대가 나타나주거나

나타나도록 꾸미는 속임수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누굴 속일 만한 힘이 없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비싸게 사서 들어오는 자리를 미리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가격이 없어서 자신도 속아서 샀기에 속아 넘어갈 또 다른 사람을 낚는 기술에 따라서

지갑의 두께가 차이 난다.

내일 아침 밥상이 달라진다. 예나 지금이나 현모양처란 그런 모양이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생각에 좌우되어 '좋은 주식'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내가 그래 보았더니 살 때나 팔 때나 자신이 내린 결정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한 번 속을 때

그 사람은 두 번 속아 넘어가는 꼴이 되었다.

한 번 속아도 돈을 벌기 어려운 판에 두 번 속아서 번 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필요하다.

 

 

이렇게 두 번 속아 넘어가는 하수들의 희생이 사실은 승자의 먹이이며 식사이며 만찬이다.

먹고 먹히는 것이 이 바닥의 질서라면, 하수들의 무분별한 열정을 재료로 삼고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장사꾼이나 투자가나 남의 돈을 내 돈으로 만드는 것이 승자의 식성이다.

주식투자를 안 하면 모를까 기왕 발을 들여 놓았다면 먹히는 희생자가 아니라 먹어서 살아남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좋은 종목 나쁜 종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르는 주식과 내리는 주식이 있을 뿐이다.

 

굳이 있다면 내가 사서 떨어지면 나쁜 주식이고, 오르면 좋은 주식이다.

일어나서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좋은 주식이다.

 

 

혹시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지만, 적자 덩어리에 관리 부실 종목의 저가주는 ‘시간 많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종목은 좋은 종목도 나쁜 종목도 아닌 관심 밖의 종목이다. 처음부터 건드리지 말기로 하자.

 

 

나는 한 때 카지노를 상대로 했던 홀덤이라는 게임의 세계선수권자였다.

그것이 밥벌이 였다.

 

게임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패를 쥐었고 나쁜 패도 잡아 보았다.

하수들은  족보가 좋은 패가 많거나 크면 좋은패라고 여기면서 베팅이 커진다.

하지만  좋은 패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좋은 패란 상황이 만들어 주는 것이었고

그것도 안 되는 패라면 과감히 카드를 꺾고 다음 기회를 노리거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것이 가장 좋은 패였음을 깨달은 것은 시간이 좀 지나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