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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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트에서 무엇을 보려고 하는가?

 

오늘날의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HTS를 통해서 수많은 공시, 뉴스, 자금동향, 그리고 차트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리한 환경이 개인투자자에게 주어진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유리한 Tool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는 없는 법.

 

더구나 차트 조회의 편리함을 이용해서 개미들의 골을 빼먹는 세력들의 농간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생각한다. 과연 나는 차트에서 무엇을 보려고 했던가?

 

수많은 시간을 차트와 함께 해왔다. 그러나 지금 그 긴 시간(약 9년여의)을 돌아봤을 때, 나에게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부인할 수 없음에 스스로가 비참해지기까지 한다.

 

그 동안 나는 차트에서 패턴을 보려고 했다. 쉬운 길을 가려고 했다. 깊은 고찰 없는 통계적 습관으로 매매하려고 했다.

 

결국 그 결과가 지금의 수차례의 깡통 경험을 낳았다. 그러고도 머리 속에는 별볼일없는 지식들만 정리되지 않은 채 파편처럼 뇌 구석구석에 널려있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내가 차트에서 봐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하지만 주저했고 망설였다. 불가능하게 보였고, 힘들게만 보였고,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귀찮게만 보였다.

 

결국 지금 비참하고 답답하게 살면서, 재기를 노리며, 이제 약간의 종자돈을 갖고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들려 하는 상황에서, 나는 차트에서 심리를 읽자고 다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뜬금없이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스스로에게 반문하나, 이렇게 스스로 기록하고 글로 남기지도 않으면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나를 깨우기 위해서 한 자 한 자 다시 짚어보려 한다. '나는 차트에서 심리를 보려고 한다.'

 

원래 심리를 보고 뛰어들어야 했다. 심리를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캔들을 보고, 보조지표를 보고, 시장 자금동향을 본다고 달라지는 게 무엇이 있을까? 심리를 읽을 줄 모르는 주식 기법과 지식은 다 단편적인 지식이며 누구나 책을 보며 다른 투자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어느 정도는 익힐 수 있는 것들이다.

 

심리를 모르니까, 내 심리도 모르고 시장 심리도 모르니까 늘 내가 고점을 찍어놓고 팔아서 후회하고, 내가 저점을 찍어놓고 물려서 마음을 자해하는 것이다.

 

한 때는, 차라리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의 반대로 하면 돈이 벌리지 않을까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취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파멸로 가는 길일 뿐이며, 자포자기한 상태의 발악일 뿐이다.

 

무조건 내 아는 것의 반대는 아니다. 내가 아는 것들은 비록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용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을 차트들 속에서, 시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심리의 시간차를 모르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다.

 

내가 고점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는 조금 더 높이 올라간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저점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는 조금 더 낮게 내려간다고 봐야 한다. 그 조금의 차이가 얼마 만큼인지는 차트 속에 나온 시장의, 종목의, 상품의 심리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차트는 단편적인 지식의 조합, 지표해석의 조합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료들의 종합과 나의 감정과 시장 참여자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심리의 이해를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리를 읽어내기 위한 훈련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나는 현재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시장의 심리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차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자금동향 지표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떤 뉴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쉬지않고 정리하며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시장의 동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만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단 하나의 유일한 무기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체계적인 파악은 단순히 차트를 돌려보거나 투자전략 따위, 또는 몇 가지 뉴스 정도 읽고 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 습득한 뒤, 그 내용들과 주가 흐름에 대한 상호 연동성을 관찰 및 고찰해야 한다. 아주 깊게 깊게 고찰해야 한다.

 

내 두뇌를, 내 생각을 얼마나 번잡하게 번뇌하도록 만드느냐에 승부는 달려있다고 본다. 무엇을 근거자료로 삼고 무엇을 고찰해야 하는지는 각 투자자가 다 다르게 정해야 할 것이다. 성격이 다르고, 자금 규모가 다르고, 투자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매일' 이 싸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날 분석하고 적고 생각해야 할 일을 다음날로 미루면, 이미 그 다음날은 패배의 쓴맛, 멋모르고 손실, 또는 자기 기만의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변곡점을 찾는 투자자는 심리가 극에 달하는 시점을 찾고 확인한 뒤 진입해야 할 것이고, 추세를 편승하려는 매매자는 심리가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돈을 부어야 할 것이다. 어떤 차트가 어떤 심리를 보여주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면, 이미 그 투자는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돌발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심리에 대해서 날카롭게 분석하지 못한 채 매매를 하면 처절한 사투 끝에 남는 것은 지독한 손실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느끼기에 해당 종목의, 상품의, 또는 시장의 심리를 읽지 못한다고 판단된다면 매매를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차트 속에서 해당 종목의 단기, 중기, 장기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면 마우스 선을 가위로 잘라버려야 할 것이다. 마우스 값이 기껏해야 2만원도 안된다. 하지만 잘못된 매매는 단 몇분만에 몇십만원 이상을 날린다.

 

차트에서 심리를 읽고자 하는 나의 가장 첫 번째 행동지침이자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심리를 설명할 수 없다면 매매하지 말지어다'

 

차트에서 심리를 반드시 읽어내기 위해서, 심리를 읽지 못한다면 투자하지 않겠다. 이것이 내 차트 분석의 출발이며 매매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