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투자법 -투자한 종목 얼마동안 보유해야하나?

'

주식투자를 하기로 했으면 일단 주식계좌부터 열어놓고 주식공부를 좀 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증권회사의 전문가 도움을 받으려 하는데 그러지 말고 직접 공부하는게 좋다. 엉터리 자료라도 좋으니 일단 읽기 시작하고 기업에 대한 분석이 나오면 모르는 용어부터 공부해 나가면 된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LG전자가 비싼지 삼성전자가 비싼지 알 수 있게 된다. 곧 대박이 터진다는 종목 추천, 주식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며 매매 타이밍을 알려주는 사람들,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절대 귀담아 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조언들은 진주는 버리고 조개껍질만 취하라는 충고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불과 며칠만에 이만큼 벌었다며 수익률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를 가장 잘 한 줄 알지만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하지만 정말로 투자를 잘 해서 깜짝 놀랄 만큼 큰돈을 번 사람들은 주식투자의 이치를 아는 똑똑한 사람들, 작은 수익률을 버리고 오래 보유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가 만원도 안 되던 시절에 사서 100%, 200% 수익을 올리고 판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100만원 이상이 될 것을 단 2만원에 팔고 좋아한 것이다. 단기간의 고수익에 만족하면서 주식을 매도했던 사람들은 나중에 ‘아직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수십번쯤 했을 것이다. 돈 벌려면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것이 최고다. 이 사실은 100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은 오래 가지고 있어야 돈을 번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사고 팔아야 돈을 번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주식을 오래 갖고 있으면 부동산보다 오히려 크게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당분간 이사할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사는 집이 가격이 크게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기뻐한다. 평가자산이 늘어나는 것뿐인데도 금방 돈을 손에 쥔 것처럼 씀씀이가 커지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부동산 평가액이 높아진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지금 집을 팔 생각이 아니라면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먼 훗날에 집을 팔 때 가격이 오르는 것이 중요하지, 현재의 가격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집은 그대로 있는데 평가액이 올라가면 재산세만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싫어하는 게 맞지 않을까?

  미국은 사는 동네에 따라 재산세의 비율이 다르다. 특히 학군 좋은 지역들이 대부분 재산세 비율이 높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재산세는 1년에 시가의 2.5%다. 집값이 20억원이면 세금이 연간 5000만원인데, 30억원으로 오르면 7500만원으로 늘고 10억원으로 하락하면 2500만원으로 재산세가 감소한다. 그러니 살고 있는 동안에 집값이 오르는 것은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다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사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 살고 있는 집값이 올라간다고 좋아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어차피 지금 당장 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집을 팔 시점이 됐을 때 오르는 것이 가장 좋다. 지금부터 집값이 올라버리면 오히려 그만큼 세금만 더 내야 하는데 좋아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우리주변에서 집을 사놓은 후 집값이 떨어진다고 곧바로 집을 파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명히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과 각종 세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또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 떨어진 집값이 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 가격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주식을 샀을 경우에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주식을 사놓고 주가가 떨어지면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주가가 올라도 팔지 못해 안달이다. 집은 한번 사놓으면 좀체 팔지 않으면서 왜 주식은 쉽게 사고파는 것일까? 이런 습관부터 고쳐야 주식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주식도 부동산처럼 오래 보유해야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제대로 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5%, 10% 올랐다고 집을 팔아 치우지 않는 것처럼 주식에 투자할 때도 단기간에 5%나 10%를 남기려고 하지 말고 멀리 봐야 한다. 10년, 20년 후에 10배 혹은 100배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해라.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주가가 떨어져도 미소를 지으며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을 기뻐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가 있다. ‘손절매’라는 것이다.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15~20% 하락하면 바로 매도한다는 것인데, 충분히 회사를 연구해 좋다고 판단하고 샀다면 가격이 하락했을 때 더욱 사야 하는 게 않을까? 손절매의 이론적인 근거가 궁금하다. 주식투자의 과실을 충분히 맛볼 만큼 오래 보유하려면 사놓은 주식은 잊어라.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급히 쓸 일 없는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부분에 대해서는 여유자금에 대한 이야기를 참조하세요>>)

  물론 중간에 IMF나 경제위기, 9·11 미국 테러사건 같은 일로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투자 도중에 어떤 사유로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특히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매달 어느 정도의 금액을 계속 주식에 투자하거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샐러리맨이라면, 주가가 내려가면 더 좋아할 일이 아닐까? 같은 회사의 주식을 더 싸게, 말하자면 같은 금액으로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1997년말 한국에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월스트리트에 있는 많은 미국의 투자기관들이 내게 강의를 요청했다. 한국의 주식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보고 큰 투자기회로 삼기 위해서였다. 나는 한국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의 저력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내가 운영하던 코리아펀드의 증자를 추진했다. 남들이, 특히 단기투자가들이 조바심을 내고 공포감을 느낄 때, 장기투자자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는 계속 올 것이다.
 

내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15년동안 코리아펀드의 거래량회전율(turn over ratio) 은 10% 정도였다. 회전율이 10%라는 것은 1년 동안 전체 펀드 자산 중 주식을 사고 판 금액의 비율이 10%라는 뜻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번 매수한 주식은 평균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오히려 코스피 상승률 대비 연 평균 10% 이상 꾸준히 초과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주식을 자주 사고 팔 이유가 없다. 주가를 예측해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단기투자는 주식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측이 가능하다. 주식의 가격은 언젠가는 그 회사의 적정가치에 수렴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너무 떨어졌다 싶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이 투자한다면 예상외의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현명한 외국 투자자들은 주가가 이유 없이 크게 하락하면 당장 나에게 연락한다. ‘주가가 내려서 걱정이다. 환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아니라 ‘이런 기회에 더 사야 하는 것 아닌가’를 묻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런 마인드를 가진 투자자들은 반드시 주식으로 돈을 번다. IMF때 투자했던 사람들, 911 테러가 났을 때 투자했던 사람들,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900 포인트 대까지 떨어질 때 투자했던 사람들은 모두 몇 달 사이에 큰 수익을 얻지 않았는가!


<펀드매니저 존 리의 '왜 주식인가?'에서 발췌>

 

 

저자소개: 존리(이정복)
 
월가의 대표적인 한국인 펀드매니저.
뉴욕대 회계학과 졸업.  미국 4대 회계 법인의 하나인 피트 마윅의 회계사로 7년 간 근무.
스커더에서 91년부터 2005년까지 코리아펀드 운용.
2006년부터 현재까지 라자드 에셋매니지먼트에서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중.
 

>> 『왜 주식인가?』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