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투자법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방법

'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방법

 투자자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한국 주식시장이 과거 20년 전보다는 발전했지만, 많은 주식들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 POSCO 등 20대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 주가지수는 오히려 20년전보다도 못하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주가지수 산출시 대기업의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현재 주가지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20대 기업을 빼고 나면 나머지 기업의 주가지수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이 말은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제 가치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즉 저평가된 숨은 진주가 많다는 것이다. 또 현명한 투자자들에게는 그만큼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남아있다, 투자해서 얻을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평가된 기업은 시장의 비효율성에서 나온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시장이 아직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주식 시장이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시장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혼신을 다해서 찾아야 하는 기업이 바로 높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기업이다. 기업가치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아서 주가가 낮은 기업,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 말이다.


  높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을 찾으면 그야말로 흙 속의 진주를 찾아낸 것과 같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던 시절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에 주목한 것은 바로 한국 시장의 비효율성 때문이었다. 당시 SK텔레콤은 대단한 기업가치와 성장성을 지닌 회사였지만 이를 제대로 측정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내가 SK텔레콤을 처음 매입했던 때는 1991년으로 주가는 3만원에 불과했다. 회사의 가치에 비해 엄청나게 싼 가격이었다. 주가가 이미 충분히 싼데다가 SK텔레콤은 매년 100%씩 성장하는 회사였으므로 당시 SK텔레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주식이었을 것이다. 1991년에 투자한 금액이 10년 후인 2001년에는 6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리려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종목을 일찍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주식 중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증권사들이 리서치(Research)를 안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서 보통 리서치를 할 경우 기업 내용이 좋다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리서치를 안 했다는 건 다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좋은 회사가 흙 속의 진주처럼 숨어있을 가능성이 종종 있고, 앞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더 많을 수 있다.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거래가 많이 되고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리서치를 집중한다. 비용 대비 수수료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종목들도 장기투자해서 큰 수익을 올릴 수가 있다. 하지만 남이 아직 잘 모르는 종목, 증권회사들이 신경 쓰지 않는 종목들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주식들이 많아서 인기 좋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침체로 인해 대부분 한국 주식들의 가격이 크게 내려와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기업가치의 부담이 적어졌다는 얘기이다.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일수록 저평가되어 있는데, 아주 심한 정도로 저평가된 주식들로 많이 눈에 띈다. 해외의 투자가들에게 한국에는 아주 저평가된 주식들이 많다고 투자를 권하면서 이런 주식들을 예로 들면, 그들은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인정한다. 이렇게 한국 기업들이 저평가되어 외국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게 된 이유는 불행하게도 국내 투자가들만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알려주는 지표들

현재 주가는 저평가 상태지만 앞으로 분명히 상승할 주식을 정확히 고를 수 있다면, 누구나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보유하는 것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식을 고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고 기업가치 저평가를 판단해야 할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평가된 기업을 판단하는 데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 차트를 분석하고 이론을 공부할 필요 없이 다음 몇 가지만 알아내며 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가면 기업들이 제출해놓은 보고서가 있으므로 알아내기가 어렵지도 않다.

 

① PER (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PER는 성장성과 함께 기업가치를 판단할 때 흔히 쓰이는 간단한 지표로, 어떤 특정한 해의 총이익을 총 발행주식으로 나눈 수치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투자한 돈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회수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PER가 5라면, 이 회사가 꾸준하게 비슷한 이익을 실현할 경우 5년만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기업의 PER가 10이라면 그 기업에 투자했을 때 10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PER가 20인 기업이 다음 해에 수익은 두배로 늘었는데 주가가 제자리 걸음이라면, 이 기업은 PER가 10배로 낮아진다. 그 다음해에도 같은 상황이라면PER는 5가 될 것이다.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투자금도 빨리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 같은 업종 비슷한 환경에 처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PER 가 낮은 기업이 저평가된 것이다. 


  만일 PER가 1인 회사에 투자했다면, 이 기업이 계속 같은 수준으로 수익을 낼 경우 1년이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고, 그 이후로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모조리 투자이익이 된다. 당연히 PER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고,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이다. 10여 년전에 유행했던 ‘저퍼주’라는 말이 바로 PER가 낮은 주식, 저 PER 주식을 말한다. (편집자주: 존리의 의견을  다시 말하면 주가가 유사하면서 PER이 매년 낮아지는 종목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종목으로 해석 되므로 좋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할 수 있습니다.통상적으로 저PER주의 경우 업종PER와의 비교, 비경상적이익의 존재유무등과 함께 체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② EBITDA와 EV/EBITDA

이에 관해서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다시 한 번 훑어보자. 대부분의 기업은 한쪽에서는 기존의 투자로 인한 수익을 거두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다. 따라서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PER만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은 조금 미흡할 수가 있다. 특히 감가상각이 많은 회사인 경우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는 이익이 회계 상의 이익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이를 반영한 것이 EBITDA 개념이다.


  EBITDA 는 간단하게 말해서 회사의 총이익에 감가상각금액과 세금을 더한 것이다. 흔히 쓰이는 지표인 EV/EBITDA는 회사의 가치를 EBITDA 로 나눈 것으로, 회사의 이익창출능력대비 주가가 어느정도에서 거래되는 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EBITDA는 기업을 M&A할때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툴로 만들어졌다. 기업의 가치 EV(Enterprise value)는 간단하게 시가총액에 그 회사의 순현금이나 부채를 더하거나 뺀 수치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시가총액이5000억원이고 순부채가 1000억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회사의 기업 가치는 4000억원이 된다. 또 이 회사의 에비타가 1000억원이라면 EV/EBITDA는 4가 되는 것이다.


 EV/EBITDA가 4라면 이 기업의 주가는 많이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해서 주식을 샀는데 주식가격이 더 하락했다고 가정하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주가가 만약 30% 정도 하락한다면 EV/EVITDA가 4에서 3 정도로 내려왔으니 더 사는 것이 현명하다. 이렇게 EV/EBITDA를 알고 투자했다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마음이 훨씬 편할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부수적이다. 이러한 기본원리만 안다면 좀 더 쉽게 주식에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제약회사가 신약개발을 했다고 하자. 그 신약개발을 통한 회사의 주가이익은 어느 정도 될까? 전체 몇 % 정도가 늘어날까만 추정할 수 있다면, 회사 가치의 변화를 쉽게 측정할 수가 있다. 어떤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염두에 두었거나 이미 투자한 기업이 있을 경우, 기업들의 EV/EBITDA를 계산해야 한다. 낮은 수치가 나오는 것이 좋지만 꼭 단순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높은 수치가 나오더라도 그 회사의 성장성이 높다면 투자를 고려할 수도 있다. 
 
③ PBR (Price to Book 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저평가를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다른 지표는 PBR 즉, Price to Book value Ratio이다. PBR은 주식가격을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주당 순자산은 기업의 순자산을 총 주식 수로 나누면 되는데, 기업의 순자산은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이므로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빚을 내서 마련한 것은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

  앞으로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근거로 현재의 주가가 싼지 비싼지를 보여주는 것이 PER라면 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비해 현재의 주가가 싼지 비싼지 판단하는 것이 바로 PBR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회사의 총자산이 100억원이고 부채가 20억원, 발행주식수가 1000만 주라면 주당 순자산은(100억-20억)/1000만=800원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가가 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PBR는 4000/800=5이다. 만일 이 기업의 주가가 5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PBR는 500/800=0.625가 된다. 이 수치가 1이상이면 주식가격이 순자산보다 높은 경우고, 1 미만이라면 주가가 순자산보다 싼 경우다. 따라서 PBR 수치가 작을수록 저평가된 기업이지만, PBR 수치가 높은 기업이 무조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아직 크게 벌어놓은 것은 없지만 성장성이 높은 회사의 경우 PBR의 숫자가 높게 나올 확률이 높다.

  PER이나 EV/EBITDA, PBR은 아주 간단한 수치지만, 어떤 주식의 적정 가치를 추산하는 방법의 80~90% 정도가 커버된다. 전문가들도 이 이상의 특별한 수치나 과학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같은 기업의 같은 수치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다른 것은 단지 그 회사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는 기간을 1개월 후로 보느냐, 6개월 후로 보느냐, 5년이나 10년 후로 보느냐에 따라 적중확률이 달라진다. 회사가 투명하게 경영되고 능력있는 직원들을 보유한 회사라면, 1개월이나 6개월 후에 주가가 오른다는 확신은 못해도 5년이나 10년 후에는 분명히 기업가치가 훨씬 높아져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예측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내가 장기투자를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을 매매하기 전에 반드시 이 정도의 지식은 알아야 한다. 기초적인 공부를 안했을 경우 어떤 종목이 사소한 뉴스에 상한가나 하한가를 쳤을 때 쉽게 부화뇌동 하거나 패닉에 빠지게 된다. 몇 번 강조하지만 여기에서 언급한 정도의 내용들을 공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투자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면 추가 매수할 정도의 자신만의 투자철학은 가질 수가 있다


  이 외에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경영진의 경영철학이나 자질 등은 투자자들이 기업을 탐방하거나 CEO를 만나거나, 그 사람에 대한 기사나 책자를 보거나 하는 식으로 최대한 알아내야 한다. 이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잘 찾아보면 투자 초보자도 의외로 저평가된 주식을 발견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 존 리(한국명 이정복)의 '왜 주식인가?'에서 발췌>

 

 

저자소개: 존리
 
월가의 대표적인 한국인 펀드매니저로 현재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80년 연세대 상대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4대 회계 법인의 하나인 피트 마윅의 회계사로 7년 간 근무했으며 이후 스커더로 옮겨 코리아펀드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서는 바로 이 코리아펀드의 펀드매니저로 유명하다.
 
 코리아펀드는 한국의 주식시장 개방년도인 92년보다 8년 앞서 한국시장에 투자를 시작한 외국 펀드로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존 리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4년간 코리아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활동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코리아펀드의 규모는 1억5000만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10배 정도 성장했다. 저평가주를 발굴하여 장기 투자하는 스타일로 SK텔레콤, 삼성화재, 포스코 등에 투자하여 2001년부터 5년간 60%포인트 이상 초과 수익을 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코리아 에퀴티펀드, 코리아 오픈펀드, 한강구조조정기금 등을 운영하며 한국 투자 전문 외국인 투자가로 명성을 쌓았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던 것을 계기로 장하성 교수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라자드 에셋매니지먼트에서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 『왜 주식인가?』 자세히 보기